지난해 대구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모두 21명이다. 이처럼 더 이상 일하다가 다치거나 숨지는 노동자가 없도록 지자체들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산재예방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예산을 책정하고도 계획이 없거나 있어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는 3일 '대구광역시와 8개 지방자치단체 2023년 산업안전예방 계획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중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등 9개 지자체를 상대로 올해 1~2월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산업안전보건관리' '중대재해관리에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받아 2023년 예산서와 함께 대구지역의 전반적인 산재 예방 계획을 분석했다.
대구 9개 지자체 가운데 동구와 북구, 서구, 중구, 수성구, 달성군은 자료를 공개한 반면, 남구와 달서구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업주로 있는 대구시 발주 사업 계획만 공개했고 이외 사업은 사업명만 밝히고 나머지는 비공개해 '반쪽짜리 공개'라는 지적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산재 예방에 관해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관할 지역 내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단체장은 지역 내 산재 예방을 위해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홍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지원을 위해 사업장 지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대구 지자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올해 각 단체장을 사업주(발주자)로 하는 사업과 그 노동자들에 대한 산업안전 중대재해 예방계획도 수립했다. 관련 예산을 보면, 대구시 3억4,482만원, 동구 1,460만원, 남구 200만원, 북구 7,527만원, 서구 4,100만원, 중구 5,084만6,000원, 수성구 1,645만4,000원, 달서구 2,680만원, 달성군 1억1,578만6,000원 등 6억8천여만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공공분야 사업에 대한 중대재해 예방 계획만 세웠다. 정작 산재(중대재해)는 민간분야에 몰렸는데 공공분야 대책만 수립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2항에 따르면, 관할 지역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구 지자체들 이 같은 계획은 현행법에 미달한다.
대구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산재 사망자는 21명이다. 지역별로 달성군(10명)와 달서구(5명)이 최다다. 업종별로 건설 8건, 제조 9건, 기타 4건이다. 대구경북 산재는 1만2,117건이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대구 지자체 대책은 부실하다. 인천시는 이미 지난해 산재 현황 노동안전보건 환경 실태조사, 지역산업안전보건협의체 활성화, 시민안전감독관 위촉·운영, 산업안전보건 취약사업장 컨설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산재 예방 노동안전보건정책 기본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산업안전보건협의체를 강화해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 경기, 부산, 세종시 등도 지역의 민간 영역을 포함한 산재 예방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노동단체 등과 협력 체계를 꾸리고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대구시와 기초자체들은 지역에 만연한 산재 예방을 위해 제대로된 계획을 세우고, 더 나아가 모두 '산업안전예방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며 "노조가 없는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밖에 있는 작은 사업장, 민간영역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계획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는 한편, 앞으로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응영 대구시 경제국 일자리노동정책과 담당자(노동안전팀 중대재해처벌법)는 "지난해에 법이 만들어지다보니 민간은 미비했다"며 "다음달 전담조직이 신설되면 민간분야 산재 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따로 지원책도 마련해 전반적으로 내용을 내실화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제정되면서 대구시는 '경제국'에서 중대재해법을 담당했다. 민간영역 시민재해는 '시민안전실'에서 다뤘다. 같은 업무를 두 부서가 떨어져 담당했다. 오는 5월부터 전담조직 '중대재해예방과'를 재난안전실에 신설해 안전과 재난을 통합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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