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망 없는 일터' 대구 건설노동자 1명 사망·2명 부상…"중대재해 처벌" 촉구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10.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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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일 달성군 구지면 공사장 60대 노동자 추락 사망, 2명 부상
안전로프·난간 없고, 지지대도 부실…노동청 작업중지.현장조사
노조, 유족 "비용절감 탓 산재사망,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해야"
업체 "잘못 인정….재발 방지 위한 적절한 대책 세울 것"


안전망 없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대구지역 같은 공사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며 건설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안전망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일터였다. 노조와 유족은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명백한 산재 사망"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과 전국건설노조 대경지부(지부장 직무대행 공병열)의 말을 5일종합한 결과,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7일 오후 6시 43분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 가설구조물이 무너졌다.

지지대가 부실한 보와 보 사이에 고정하지 않은 각파이프를 올려놓고 그 위에 4톤(t)의 합판 380개 가량을 올리자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물이 무너졌다. 4m 높이의 가설구조물 위에서 이동식 크레인으로 올려보낸 자재를 받던 건설노동자 A(62)씨는 합판과 함께 추락하면서 숨졌다. 함께 작업하던 건설노동자 2명은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다.
 
'달성군 구지면 산업재해 사망, 사업주 구속·철저한 조사 촉구 기자회견' (2023.10.5.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달성군 구지면 산업재해 사망, 사업주 구속·철저한 조사 촉구 기자회견' (2023.10.5.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작업 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로프와 안전난간대를 설치해야 하지만 어떤 안전망도 설치하지 않았다. 자재를 구조물 위로 올리기 위해 하중을 견딜 지지대도 촘촘하게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 결국 생명을 앗아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는 "사업주는 높이 또는 깊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에 대해 안전대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규칙 제56조도 "비계 높이가 2미터 이상인 작업장소에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추락의 위험이 있을 경우 안전난간을 설치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사고 발생 건설현장. 각파이프 4개가 아슬아슬하게 자재를 지탱하고 있다. (2023.10.5) / 사진. 건설노조 대경지부
대구 달성군 구지면 사고 발생 건설현장. 각파이프 4개가 아슬아슬하게 자재를 지탱하고 있다. (2023.10.5) / 사진. 건설노조 대경지부

대구노동청 서부지청은 사고 발생 후인 지난 9월 28일 오전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을 근거로 해당 공사현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제55조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의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사업장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노조 대경지부는 5일 오전 대구노동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 구속 ▲현장조사 노조 참여 ▲50억 미만 공사에 중대재해처벌법 당장 적용을 촉구했다.
 
심재선 건설노조 대경지부 복지부장이 사고 개요에 대해 해설 중이다. (2023.10.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심재선 건설노조 대경지부 복지부장이 사고 개요에 대해 해설 중이다. (2023.10.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조는 "건설현장 중대재해 대부분은 미리 대비하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전관리비용 삭감, 저품질 자재, 공사 기간 단축으로 자기들의 이윤을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는 건설사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관계기관들의 안일한 행정 때문에 매년 수백명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무리한 작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을 강요한 회사의 욕심이 결국 사람을 죽인 것"이라면서 "명백한 살인"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사고로 숨진 건설노동자의 유가족도 발언에 나섰다. 배우자 B(58)씨는 "현장이 너무 열악한지 몰랐다. 알았다면 출근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자식들도 다 커서 가족들이 여행도 다니며 화목하게 살자고 말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서 함께 작업했던 동료 한기백(61)씨는 "보 위에 4면을 단단히 고정시켜 놓고 자재를 받아야 하는데도 시간이 없어 급하게 하다 보니 생긴 인재"라면서 "아파트 공사현장 같이 큰 현장은 안전 조치를 취하는데 작은 건설 현장은 하나도 그런 게 없다. 위험 투성이에서 작업하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유가족 B(58)씨와 동료 한기백(61)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3.10.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유가족 B(58)씨와 동료 한기백(61)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3.10.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노동청 서부지청은 사고 원인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대구노동청 서부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 파악 중"이라면서 "당시 안전장치 설치 여부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조사가 끝나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추후 건설 현장 관리 감독이나 붕괴 방지 구조성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C건설업체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 건 어떤 이유든 잘못한 게 맞다"면서 "어디가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다만 "비용 절감이라는 목적으로 추가 작업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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