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바우, 범이는 싸움소다. 청도소싸움대회에 참전해 다른 소들과 결투를 벌인다.
상금이 걸린 매일 12회 토너먼트 경기. 주인이 코뚜레를 끌면 덩치 큰 황소들은 모래판에 선다. 다치고 쓰러져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승패가 가려지면 기진맥진해 다음 경기를 기다린다.
유튜브에서도 청도소싸움을 구경할 수 있다. 유사한 소싸움대회 홈페이지에는 출전했던 수천마리 소 프로필이 걸렸다. "힘세다", "여물을 좋아해요", "착한 성격" 코뚜레를 쥔 주인이 소를 자랑한다.
국가가 유일하게 허락한 동물 싸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년 이어져 오는 소싸움이다. 올해로 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상설 청도소싸움에 대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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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군수 김하수)에 1일 확인한 결과, 오는 3일부터 청도소싸움대회 경기를 재개한다. 올해는 지난 4월 14일 개막 이후 매주 상설 소싸움 경기를 열고 있다. 지난달 4년 만에 구제역이 충북에서 발생하면서 방역 차원에서 잠시 소싸움 경기를 멈췄다가 다시 경기를 연다.
청도군은 1990년 3월 청도민속투우협회 결성을 시작으로 제1회 영남민속투우대회를 서원천변에서 열었다. 2011년 전국 유일 소싸움 전용 돔 경기장 청도소싸움경기장을 개장해 소싸움 상설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23 청도소싸움축제'도 열었다. 올해 축제에는 전국 176두가 출전했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상금 1억2,960만원을 걸고 소백태급 등 6개 체급으로 소싸움을 벌였다.
소싸움은 청도군이 전액 출자한 지방공기업 청도공영사업공사(사장 박진우)가 운영한다. 축제는 청도군이 주최하고 청도소싸움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다. 예산은 청도군이 매년 보조금 50억원을 지원한다.
다른 지자체의 비슷한 대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상설 경기장에서 '겜블링', 돈을 거는 베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년째 우권을 발행해 1경기당 1인 10만원씩, 최대 120만원을 베팅한다. 승패에 베팅해 배당금을 받는다. 2022년 12월 기준, 1,254회 소싸움 경기를 통해 매출 296억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소싸움은 1971년 진주에서 처음으로 전국대회가 열렸다. 대구 달성군, 경북 청도군 등 전국 11개 지자체가 소싸움대회, 소힘겨루기대회라는 이름으로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최근 동물학대 비판이 일면서 전북 완주군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소싸움대회를 중단했다. 정읍군은 올해 6월 열기로 한 소싸움대회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반면 전국 최대 규모인 청도의 경우 청도군의 요구로 소싸움 경기가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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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들은 반발했다.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카라, 정의당·녹색당·기본소득당 대구시당 등은 오는 4일 청도 소싸움 경기장 앞에서 "청도 소싸움 재개 반대" 집회를 연다.
이들은 "초식동물 소를 본성과 달리 싸움터로 몰아넣는 것은 폭력적인 동물학대"라고 지적했다. 또 "지방 정부 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들의 생명을 건 사행성 경기를 주관하는 것은 시대역행"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정자립도 9% 남짓한 청도군이 매년 적자인 소싸움에 보조금 수백억원을 주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경기 재개 중단 ▲소싸움 경기장 완전 폐쇄 ▲예산 편성 철회"를 촉구했다. ▲법 개정도 요구했다.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상 소싸움은 '민속경기'로 합법적이다. '동물보호법'은 도박과 유흥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민속경기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둬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 때문에 녹색당은 7글자를 삭제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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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학대 소싸움 이제 그만" 녹색당 동물권위원의 피켓팅 / 사진.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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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민속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며 "돈이라도 벌면 모르겠는데 매년 적자인 이 경기를 왜 계속 여는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멈춰야한다"고 말했다. 또 "한쪽에서 지난 일주일 사이 구제역으로 1,500마리 소들이 살처분됐는데, 또 다른 쪽에선 소들을 싸움장으로 보내고 있다"면서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잔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도군 관계자는 "청도소싸움은 전통문화이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광광자원"이라며 "지역명물이자 세계적 축제로 대중에 자리잡았다. 중단은 불가능한 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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