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논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된 전시관을 폐쇄하자,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작품 검열"이라며 "즉각 개방"을 요구했다.
대구를 포함한 전국 312명 예술가들과 예술단체,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올해의 청년작가전'에서 작품을 검열하고, 전시장을 폐쇄해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와 창작권을 침해했다"면서 "전시실을 즉각 개방해 전시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오는 12월 14일까지 '2024 올해의 청년작가전'을 열고 있다. 전시회는 1998년부터 매년 예술적 독창성과 잠재력을 지닌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작품 세계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로, 올해로 27회를 맞았다.
올해 전시회는 지난 1월 공모를 통해 안윤기(31) 작가 등 청년 작가 5명을 선정했다. 작가들은 9개월 동안 작품 이미지, 초청장 송부 명단 제출 등 준비를 해왔다.
안윤기 작가는 전시실에 지난해 5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논란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설치했다.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이 고교 동기인 홍준표 대구시장을 그린 초상화와 노 관장의 프로필 사진, 관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웹캠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문화예술회관은 개막 전날인 지난 10월 30일 안 작가의 작품에 대한 교체를 요청했다. 교체 요청 이유는 홍 시장의 초상화와 노 관장의 사진이 개인의 초상권과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안 작가가 작품 교체에 불응하자, 문화예술회관은 "이미지 교체 없이 전시는 불가하고, 창작지원금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결국 개막 당일인 지난 10월 31일 안 작가의 전시장으로 예정됐던 4전시실은 폐쇄됐고, 2주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문은 닫혀 있다.
대구지역 예술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폭력적 대응"이라며 ▲전시장 즉각 개방 ▲부적절 대응에 대한 공개 사과 ▲전시회 연계 프로그램·홍보물 복구, 전시회 준비 보상금 즉각 지급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이번 전시를 젊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적인 시각을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목적과는 다르게 주최 측은 안윤기 작가의 전시실을 폐쇄했고, 연계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등 상식 밖의 폭력적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인의 초상이 전시에 등장해 풍자와 비평의 대상이 된 경우를 숱하게 목격해왔고, 이를 예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서 "이번 검열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예술의 활력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당사자인 안윤기 작가는 "전시장 폐쇄와 일방적인 프로그램, 소통 과정에서 드러난 압박은 표현·양심의 자유 침해, 생존권뿐 아니라 작가로서 본질적인 삶을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청년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엿보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작가의 시선과 방식, 감정은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연혜원(33) 평론가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단지 전시에 홍준표 시장과 노중기 관장의 얼굴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만 관심이 있고,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는 어떤 예술적 관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만 느껴진다"며 "문화예술회관은 공개 사과하고 당장 전시를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전시회 전까지 작품을 보지 못했고,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를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기획팀 관계자는 "작가가 이미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했고, 개인의 주장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전시했다"면서 "자체 규정과 내부 절차에 따라 불가피하게 해당 전시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회를 열기 전 인쇄물 등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을 때 작가 본인의 뒷모습을 제출하는 등 사전에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작품비 지급의 경우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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