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구미술관장 '자질' 논란...예술계 "홍준표 시장 동창에 경험 전무, 인사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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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 10개월 만에 노중기(70) 작가 1일자 취임
작년 '홍 시장 초상화' 전시 논란, 전문성 시비
예술인 500여명 항의 서명 "특혜, 보류·재공모"
시민단체·야당 "학연 카르텔, 자진사퇴" 비판
문예진흥원 "객관적 심사, 채용에 문제 없다"


노중기(70.미술 작가) 신임 대구시립미술관장 '자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 대구문화예술진흥원(원장 김정길)에 8일 확인한 결과, 문예진흥원은 지난해 12월 7일 홈페이지 '채용란'을 통해 대구미술관의 운영을 총괄하는 미술관장을 공모했다. 

학력, 경력, 실적 등 자격 요건을 갖춰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복수의 후보가 공모에 응시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지난달 18일 1차 합격자, 같은 달 2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파지 60원, 스텐 1000원"...고물상에 붙은 가격표(2024.1.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파지 60원, 스텐 1000원"...고물상에 붙은 가격표(2024.1.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중기 신임 대구미술관장 / 사진.노중기 작가 페이스북
노중기 신임 대구미술관장 / 사진.노중기 작가 페이스북


최종 합격자는 노중기 작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노 작가를 신임 관장에 임명했다. 노 작가는 올해 1월 1일자로 대구미술관장에 취임했다. 그의 임기는 2년으로,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대구문예진흥원 한 팀장은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채용했다"며 "절차에 있어서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과의 '학연'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채용에 있어 학연이 같다고 법적, 행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면서 "자격 요건에 맞고,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예술계 시각은 다르다. 노 관장이 임명권자 홍 시장의 영남고등학교 동창인데다가, 그가 지난해 그린 홍 시장 초상화 <A Portrait 2023(유화.2023년 작품)>가 대구미술관에 전시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행정력, 전문성, 도덕성을 놓고 시비가 일고 있다. 관장 공석 10개월 만에 새 인물이 왔지만 문화예술계를 넘어 지역 시민단체와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자진사퇴", "인사 철회"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지역 미술인들은 지난 2일 <대구광역시 대구미술관 관장 선임에 대한 미술인 항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문화예술 식견 없고, 부도덕한 단체장이 친분을 내세워 독재적이고, 상식 이하의 인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노중기 'A Portrait 2023(유화.2023년 작품)' 홍준표 대구시장 초상화 / 사진.트위터
노중기 'A Portrait 2023(유화.2023년 작품)' 홍준표 대구시장 초상화 / 사진.트위터


또 "작년 5월 27일~8월 2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노중기> 개인전과 관련해 고교 동기인 홍 시장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며 "당시 '지역작가조명전' 기획 전시에 홍 시장이 다녀가면서 전시 중이던 일부 작품을 내리고 홍 시장 초상화로 교체해 논란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의 당사자인 노 작가를 새 관장으로 뽑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단체장에게 초상화를 바치고 공공전시회에 출품해 아부하고 학연에 목 매는 게 물려줄 덕목인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특혜 임용 논란과 관련해 관장 임용의 구체적인 심사 과정을 공개하고, 그 동안 임명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또 "앞으로 대구미술관 관장을 임명할 때는 전시와 운영, 소장품 구입 전문성과 도덕성, 윤리강령 준수 등 자질을 갖춘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면서 "적절한 관장 후보가 없을 경우에는 재공모 할 일이지 지역 미술가라고 무조건 선임해선 안된다"고 했다.  

온라인 항의 성명 참가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8일 현재 전국의 문화예술인 5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옥렬 아트스페이스펄 대표와 정종구 미술평론가, 이교준 작가, 김미련 작가, 조덕연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 등은 지난 4일 대구 아트스페이스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신임 대구미술관장 선임에 대한 미술인들 항의 성명 / 8일 온라인 화면 캡쳐
신임 대구미술관장 선임에 대한 미술인들 항의 성명 / 8일 온라인 화면 캡쳐


◆ 시민단체들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고교 동기를 시립미술관장에 임명하는 것은 홍 시장의 공공기관 사유화, 철면피 인사"라며 "초상화 전시로 물의를 일으킨데다가, 시장과 학연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에서 후보 공모에 참여한 노 관장도 몰염치하고, 임명한 홍 시장도 측근 챙기기와 특혜 인사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 관장은 공공성, 경영성, 청렴성, 도덕성, 윤리의식 등 여러 가지 후보 자격 조건에 부절하다"면서 "학연 카르텔로 시민을 우롱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노 관장은 자진사퇴하고, 홍 시장은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홍 시장 고교 동기들의 잇따른 대구시 산하기관장 선임으로 대구시민들은 민망할 뿐"이라며 "변태현 대구메트로환경 사장도 홍 시장 고교 동기, 노중기 대구미술관장도 고교 동기로 시장과의 직·간접적 인연으로 대구시 유관 기관에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혈연, 학연, 지연에서 벗어나 유능한 인재를 모시겠다'고 선언한 홍 시장 취임사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 관장의 홍 시장 초상화를 대구미술관 전시회에 내건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논란의 인물을 관장에 임명하는 것은 지역 망신, 미술계 퇴행"이라며 "낙하산 인사가 아무리 관행이라 해도 이번 선임은 용납할 수 없다. 노 관장에 대한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강민구)은 지난 4일 논평에서 "홍 시장이 측근을 채워 대구시정 조직을 사유화한다"며 "동창회 인사는 안된다.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하고 전문가를 채용하라"고 했다. 
 

<매일신문> 노조와 기자협회의 기사 삭제 항의 대자보(2023.1.3) / 사진.민주당 대구시당
<매일신문> 노조와 기자협회의 기사 삭제 항의 대자보(2023.1.3) / 사진.민주당 대구시당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지역 일간신문이 온라인판 기사를 삭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매일신문>은 지난 2일 오후 3시 46분 <'홍준표 초상화' 고교 동창 대구미술관장 선임 논란>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와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는 지난 3일 "양해 없이 기사를 사라지게 해 기자들을 자가검열에 빠지게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사내에 게시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4일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홍 시장 취임 후 언론 검열이 심해졌다"며 "기자도 모르게 기사를 삭제하거나 사주 마음대로 신문사를 운영하는 독선에 빠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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