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곳곳에 '임대'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때 성업했던 동성로 대형 상가 건물은 텅텅 비었다. 월세가 가장 비싼 대구백화점 앞 상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곳들은 대기업과 글로벌기업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아니면 최근 유행하는 네컷 사진관이나 카페, 대기업 통신사 등이 겨우 버티고 있다.
'임대', '부동산 문의' 등 플래카드 사이로 '저금리 바로대출', '신용카드 한도 현금화' 등 서민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저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스티커들이 상가 벽면과 유리창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다.
휴대폰 케이스를 판매하는 자영업자 40대 한씨는 "버티기 참 힘들다"며 "비싼 임대료에 아르바이트 인건비, 기름값, 전기료 나갈 돈은 많은데 손님은 줄고...자영업자들은 어디 기댈대가 없다"고 한탄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문을 닫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는 1년새 폐업 신고가 16.1%나 증가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대구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4만526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3만4,000명과 비교하면 16.1%나 증가했다. 전국 증가율 13.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자영업자 폐업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할 대구시의 소상공인 관련 예산은 3년새 반토막 났다.
대구시가 발표한 내년도(2025년도) 예산은 10조 9,247억원이다. 올해 10조5,872억원보다 3,375억원(3.2% 증가)을 증액 편성해 대구시의회에 제출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내세우는 '대구 미래 5대 신산업' 예산은 4,809억원을 편성했다. 대구시는 "중점 투자분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컨트롤타워인 '민생경제과' 예산을 보면, 2023년 505억원에서 2025년 217억원으로 3년새 57%나 대폭 감소했다. 217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많은 소상공들이 밀집한 '골목경제권 조성사업'은 올해보다 33%나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서민과 관련한 예산들이 큰폭으로 감소하자 대구시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용(57.북구 제3선거구) 의원은 28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글로벌 경제 위기와 높은 물가, 인건비, 대출 이자로 자영업자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소비 위축과 소비 형태 변화로 3중고, 4중고를 겪으며 폐업으로 내몰려 좌절하고 있"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폐업 신고가 더 증가해 다른 지역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오히려 예산을 삭감해 소상공인 지원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서민들이 다 죽고 나서 5대 신산업이 다 무슨 소용인가. 공공에서 지원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소시민들은 누굴 믿어야 하냐"고 비판했다. 때문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산을 확대하고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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