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행 이후 매년 완판되던 '대구로페이'가 내년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시민들에게 인기 높은 정책이지만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예산을 전액 삭감한 탓이다.
국비와 지방비 매칭사업인데 국비가 0원이 되면서 대구시 예산만으로 사업을 이어가기는 어려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2025년도 내년 예산 시정연설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역대 최대인 5조5,000억원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우는 '지역화폐'는 전액 삭감하고, 대신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역 소상공인 경제를 도모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10월 4일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따라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 관한 법률 개정안' 재표결을 진행했지만 이 역시 최종 부결됐다. 오늘(11.4일) 시정연설에서도 지역화폐는 '패싱'했다.
"지역화폐 발행 효과가 지역에 한정돼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때문에 국비 없이 지자체가 재원을 100% 스스로 마련해 사업을 하라고 지자체에 권유하고 있다. 여당도 같은 의견이다. 국민의힘 김상훈(대구 서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월 29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지역화폐 발행은 이재명표 포퓰리즘(대중영합적 인기전술 정책) 예산"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대구로페이 미래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대구 지역사랑상품권 '대구로페이'는 매월 발행함과 동시에 조기 소진돼 왔다. 1인당 한 계좌에 30만원 한도 내에서 충전해 이용 금액의 7%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 가맹점에서만 이용 가능해 대구시민들과 소상공인들에게 매우 호응도가 높았다.
지난 9월까지 91만7,110명이 대구로페이를 충전했다. 올해 2월~10월까지 9개월 동안 2,827억7,000만원 규모로 운영됐다. 인기가 높아져 지난 5월부터 매월 발행일인 1일 당일 조기 소진돼 즉각 동이 났다.
대구로페이가 예산을 지원 받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앞서 2018년부터 시행하는 사업이다. 국비 지원 규모는 첫 시행 시기인 지난 2018년 100억원대에서 2021년 1조2,522억원까지 불었다. 국비와 지방비 2대 5대 매치 사업으로 전체 '할인율 7%' 중 2%는 국비로, 5%는 시비로 충당한다. 올해 대구시가 지원 받은 국비는 57억원이다. 대구시는 여기에 시비 141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내년 대구로페이 사업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각자 '00페이', '00화폐'를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들 상황도 대구시처럼 예산 삭감으로 끙끙 앓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국비를 반드시 지원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도 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야당과 지자체가 반발하면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예년 수준(3,000억원)으로 되살린 바 있다. 대구시도 예산을 겨우 지원 받아 대구로페이 사업을 유지했다.
올해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 만약 다시 증액될 경우 대구시는 대구로페이 사업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지만, 끝내 삭감될 경우 할인율을 크게 줄이거나 해당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들은 지자체 의견을 받아 예산을 복구해 그대로 증액한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2025년도 내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관련해 정부와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대구시를 포함한 지자체들은 지역화폐 사업의 국비 지원 필요를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정현(대전 대덕구)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1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받은 '지역화폐 국비 투입 의견 조회 결과' 지자체 191곳 중 157곳이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회신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부가 예산에 아예 손을 댈 수 없게 '지역화폐법' 재정을 추진하고 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본인 지역구에서 '지역화폐법 재정'을 촉구하는 거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도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책관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대구로페이 사업 유지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며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의 재정 도움이 필요하다"고 4일 답했다. 또 "지방 재정이 매우 열악해 (국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상태에서는 시민들이 올해와 같은 (할인율) 혜택을 누리는 것은 어렵울 것 같다"면서 "반드시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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