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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고자에게 찾아온 산타들...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의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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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산타들이 떡국을 들고 특별한 곳을 찾았다. 

이제는 문을 닫은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공장 건물이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니토덴코(Nitto Denko)가 설립한 자회사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폐업하더니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일부 해고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폐업한 공장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외투기업 먹튀에 생존권을 빼앗겼다"며 "니토덴코의 또 다른 한국 자회사로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해고노동자들은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농성장에 스스로를 가뒀다. 

그렇게 352일(12.25일 기준)이 지났다. 올해 1월 8일 한파 속에 공장 옥상에 올랐고, 다시 겨울을 맞았다.

"메리크리스마스~" 해고자들이 352일째 고공농성 중인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깜짝 산타로 방문했다.(2024.12.24) / 사진.대경여연
"메리크리스마스~" 해고자들이 352일째 고공농성 중인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깜짝 산타로 방문했다.(2024.12.24) / 사진.대경여연

"메리크리스마스~" 하늘 가까운 곳의 해고자들이 외로울까봐.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산타들이 찾아왔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이정미)은 24일 오후 4시부터 25일 오전 9시까지 '높고 그리고 낮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대경여연이 함께하는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1박 2일' 행사를 진행했다. 

대경여연은 "모두가 따뜻하고 흥겨울 크리스마스에, 신나는 자매애로 산타가 되어 그들과 함께 하겠다"며 "두 노동자가 안전하게 땅을 딛고,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당일까지 농성장 건물 아래에서 행사를 했다. 이정미 대경여연 상임대표와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 남춘미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표,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 배현주 대구여성노동자회 정책국장, 김수현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이 산타가 됐다.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 해고자들에게 깜짝 산타로 방문한 대경여연 회원들이 도르래를 이용해 음식을 올려보내고 있다.(2024.12.24) / 사진.대경여연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 해고자들에게 깜짝 산타로 방문한 대경여연 회원들이 도르래를 이용해 음식을 올려보내고 있다.(2024.12.24) / 사진.대경여연

2025년 새해를 앞두고 미리 떡국을 만들어 여성 해고자들과 나눠 먹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도 전달했다. 옥상 고공농성장은 누구도 갈 수 없게 출입을 봉쇄해, 건물 아래에서 도르래를 통해 마음을 전했다. 

이정미 대표는 "두 해고자들은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기업에 맞서 싸움을 하고 있다"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크리스마스에도 추위를 견디며 고공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도 따뜻한 교회가 아닌 추운 농성장에 있는 해고자들과 함께 하고, 힘이 되어 주고, 위로를 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함께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어 두 사람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정미 대경여연 대표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고자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2024.12.24) / 사진.대경여연

깜짝 농성장을 방문한 여성 산타들에게 두 해고자도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오늘 산타 분들이 많이 오셨다. 다들 가족들과 보내야 할 시간을 고공농성 하는 저희가 외로울까 봐 찾아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저녁도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크리스마스를 고공에서 처음 맞이하는데,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고 덧붙였다. 

소현숙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직2부장도 "저희가 외롭지 않게 밤을 함께해주신다 하니 정말 감사하다"며 "싸울 때 쓰러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든든하게 연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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