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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한국옵티칼' 사태, 한일 정치권 첫 만남..."노동자 분노 이해, 고용승계 해결"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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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주영·이용우, 진보당 윤종오
일본 경제산업성·외무성에 항의 서한
"기억 먹튀로 노동자 해고→고공농성"
"인권존중 가이드라인 지키도록 강제"
일본 사민당 오츠바키 유코 참의원도
"일본 정부 유감, 장관 나와야" 쓴소리
일본 관계자 "우리 의무 아니다" 해명

길어지는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정치권이 처음으로 만났다. 양측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며 "고용승계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이용우, 진보당 윤종오 국회의원은 26일 오전 일본 도쿄 중의원 제5회의실에서 일본 경제산업성, 외무성 관계자를 만났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도 참석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김주영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이 일본 정부에 전달할 서한을 들고 있다.(2024.7.26) / 사진 제공.금속노조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김주영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이 일본 정부에 전달할 서한을 들고 있다.(2024.7.26) / 사진 제공.금속노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구미공단 공장을 청산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박정혜, 소현숙 해고노동자 2명은 201일째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구미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을 찾은 의원들은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일본 정부에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민주당 소속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명의 서한에는 "닛토덴코가 한국옵티칼 화재를 이유로 일방적인 청산을 강행하면서 벌인 해고와 노동 탄압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닛토덴코가 인권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바로잡고, 발생한 피해 회복에 나서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사회민주당 오츠바키 유코 참의원도 이날 서한 전달 자리에 참석해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해고노동자들이)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분노를 이해한다"며 "(일본에서) 책임 있는 장관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고 금속노조가 전했다.

닛토덴코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24.7.26.일본 중의원 제5회의실) / 사진 제공.금속노조
닛토덴코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24.7.26.일본 중의원 제5회의실) / 사진 제공.금속노조

이들은 서한 전달 이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옵티칼의 모회사인 일본 닛토덴코가 해고노동자의 고용승계를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국회는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국제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닛토덴코가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고용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경영상의 변화, 특히 집단 정리해고를 포함한 회사 폐업의 경우,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 대표와 조직, 필요 시 관계 정부 당국에 적시에 통보해야 한다"며 "부정적 효과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노동자 대표 및 관계 정부 당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OECD 국제투자·다국적 기업 선언'에 동의한 국가의 정부와 기업에게 기본적인 기준으로 권고된다.

최현환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2024.7.2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최현환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2024.7.2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주영 의원은 "이 문제는 개별 민간기업의 고용에 대한 개입이 아닌 기업과 인권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이자 외교적 노력"이라며 "일본 정부는 닛토덴코가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일으킨 인권 침해 피해 회복에 나서고, 인권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불난 공장의 물량은 모두 가져가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은 왜 승계하지 않냐"면서 "닛토덴코는 해고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강제경매에 넘기고, 통장 압류까지 하면서 죽음같은 고통으로 내몰았다. 극단적 탄압을 자행하며 얻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냐"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권 존중 가이드라인을 냈으나 인권 존중 경영을 지키도록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며 "서한을 내각 총리대신, 경제산업대신, 외무대신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금속노조는 전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자회사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난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2022년 10월 공장 화재로 사측은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노동자 210여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11명의 노동자는 이를 거부하고 닛토덴코의 다른 한국 자회사 평택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년 넘게 농성 중이다. 반면 사측은 구미와 평택 두 회사의 법인이 달라 고용승계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다며 노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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