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표 공약인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첫 삽을 떴다.
보행교와 전망대 등을 짓는 르네상스 사업 일환인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에 앞서 평탄화 작업을 위해 강변에 자란 1천여평의 풀 등을 모두 제거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공사 현장 인근 달성습지를 비롯해 자연환경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공사 장비 앞을 막고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대구시(시장 홍준표)에 10일 확인한 결과, 지난 7일부터 달서구 파호동 460~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806 일원 보행교 설치에 앞서 공사 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작업로를 평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3,877㎡(1,172평) 부지에 풀을 제거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중 착공에 들어간 첫 사업이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은 달서구 파호동과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디아크를 연결하는 428m 길이 보행교를 건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교량과 함께 전망대와 낙하 분수, 경관조명 등을 설치한다.
사업비는 모두 300억원(국비 150억원, 시비 150억원)이며, 공사 기간은 오는 2026년 9월까지다. 대구시가 설계·하천점용허가 등 행정적 절차를 맡고, 대구시 도시건설본부가 용역업체 발주·공사 등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지난해 4월 대구환경청으로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으며, 이어 8월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하천점용허가를 얻었다. 지난해 7월 기공식을 가진 뒤 10월 15일까지는 '자연재해 대책기간'이라는 이유로 공사를 못 했다. 그동안 교량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제작했다.
환경단체는 "겨울 철새와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교란시키는 일"이라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사를 막겠다"면서 "매일 오전 공사 현장에 찾아가 장비가 철수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공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성습지는 다양한 철새들과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이 수시로 출몰하는 생태구역"이라며 "홍준표 대구시장은 야생의 땅에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낙동강과 금호강 두 국가하천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이자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의 월동지인 습지에 관광 교량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생태자연도·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지에 해당해 사실상 개발이 불가한 곳에서 삽질을 하겠다는 것은 대구의 미래를 앗아가는 탐욕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의 목적이 디아크와 달성습지를 연결하는 것이라면, 현 위치에 교량을 건설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금호강 상류로 조금 더 옮겨서 금호대교 위쪽에 지어도 충분히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이 자리에 화려한 관광 교량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생태 무지 행정의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길만 건너면 철새가 도래하고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존재하는 곳에 보행교와 조명을 설치하면 공유지를 보존할 수 없다"면서 "홍준표 시장은 우리 모두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망치려는 생각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홍 시장은 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원시 자연까지 파고드는 개발 사업을 하려고 드냐"며 "경관 생태가 우수한 곳을 마지막까지 개발한다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으로 터무니없는 행위다. 반드시 이 지역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환경단체 인사 7명이 오전 8시부터 공사 현장에 찾아가 장비를 막았다. 시공사 측에서 업무방해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3시간 가량 대치 끝에 오전 11시 30분쯤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언쟁이 벌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대구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송명수 대구시 금호강개발과장은 "대구시에서 해당 사업을 설계할 때도 우려되는 부분을 계산했고,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견된 문제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했다"며 "지금 와서 환경단체 이야기를 듣는 등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공사는 대구시 도시건설본부에 위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도시건설본부 하천4과 관계자는 "대구환경청과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 파괴 등 우려사항에 대해 협의했다"며 "협의된 대로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주 금요일부터 환경단체가 와서 공사를 못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선 양해를 구하는 등 설득하겠지만, 농성이 지속될 경우 시공사에서 법적 조치 등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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