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중 하나인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보행교 공사를 재개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습지 보전을 위해 보행교 건설 부지인 대구 달서구 파호동 460 인근에서 1km 상류로 공사 위치를 옮겨 달라고 대구시에 제안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 21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모인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8시 30분부터 대구 달서구 파호동 460 공사 현장에서 반대 농성을 진행했다.
시공사와 3시간가량 대치 끝에 오전 11시 30분쯤 업체 직원들과 공사 장비가 철수하는 것을 보고 대책위도 현장을 벗어났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오후에 다시 돌아와 공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가 달성습지 보행교 공사를 강행하자, 지역 환경단체는 공사 현장으로부터 1km가량 떨어진 강창교 인근으로 교량 건설 위치를 옮기면 생태 파괴가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 현장인 금호대교를 기준으로 상류는 파크골프장 등이 이미 들어서 있어 개발이 진행됐지만, 달성습지와 맞닿아 있는 하류는 개발되지 않은 공간이라는 이유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공사 현장에서 농성 중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강 르네상스 교량 설치 사업이 진행되는 달성습지는 겨울 철새들이 많이 찾는 야생의 영역"이라며 "공사를 하더라도 야생의 보고인 달성습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도 철새를 비롯해 수많은 야생생물이 살아가는 중요한 서식처에 관광 교량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백번 양보해 교량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다 해도 습지의 핵심지역과 완충지역은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 위치에 다리가 들어서게 되면 달성습지 생태계는 심각히 교란될 수밖에 없으니, 금호강 상류 쪽으로 조금만 이동해 금호대교 인근에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이마저도 어려우면 더 상류에 있는 강창교를 활용해 다리 사이 잠수교 형태 탐방로를 건설하면 공사비도 떨어지는 등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호석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대구시가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천혜의 자연 습지 두물머리에 다리를 놓겠다고 한다"면서 "달성 습지 자연 교육과 생태 관광이 목적이라지만, 자연 보호를 하려면 다리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리를 조금 더 위에 지으면 자연 생태에 지장을 조금이나마 덜 줄 것"이라며 "홍준표 시장은 귀를 열고 열린 행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은 "개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인데, 이 보행교 공사는 달성습지를 찾아오는 많은 철새들과 생태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면서 "생태 파괴를 줄이기 위해 현 위치가 아니라 강창교 쪽으로 보행교 설치 위치를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금호강개발과에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과장, 담당자 출장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견된 문제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구시 도시건설본부 하천4과 관계자는 "보행교 설계나 사업 기획, 하천 점용 등과 관련해서는 금호강개발과에서 실시한다"며 "정해진 설계서가 있으면 공사를 시행하는 부서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표 공약인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이다. 달서구 파호동과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디아크를 연결하는 428m 길이 보행교를 건설한다. 사업비는 국비·시비 300억원으로, 공사 기간은 오는 2026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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