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최상류에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강에 배출한 혐의로 기소된 영풍제련소 전·현직 임원들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욱)는 17일 오전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강인(74)·박영민(66) 영풍 전 대표이사와 배상윤(59) 전 영풍제련소장 등 영풍 법인과 전직 임직원 7명에 대해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카드뮴 오염수를 1,064회에 걸쳐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영풍제련소 주변 지하수나 하천에서 고농도 카드뮴이 지속 검출되는 등 여러 사실을 종합하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사실 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5년, 박 전 대표이사와 배 전 제련소장에게 각각 징역 3년 등을 구형했다. 영풍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사가 주장한 공소사실은 모두 4가지다. ▲영풍제련소 공장 바닥의 균열을 통해 지하수로 카드뮴 유출 ▲오염수가 모이는 공장 외곽 이중옹벽조에 발생한 균열을 통한 카드뮴 유출 ▲카드뮴 오염수를 배수로와 저류지에 모아 유출 ▲제련소 내 침전저류지에 고인 오염수를 호랑이골로 옮긴 뒤 계곡물과 섞어 유출 등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풍제련소는 1970년에 가동을 시작했고, 1980년대 와서 비로소 공장 바닥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 뒤 2000년대 이후 환경정화작업이 이뤄졌다"며 "과거 상당 기간 조업 과정에서 생긴 폐기물과 제련 부산물이 무분별하게 토양에 매립돼 제련소 하부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범행 일시에 인근에서 카드뮴이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전 유출됐던 카드뮴이 지하수를 통해 배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제련소 측의 자체 오염물질 측정 결과도 관련 환경볍령상 시료 제출 방법이 준수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는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정이 있다는 점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공장 바닥이나 이중옹벽조의 균열을 알면서도 피고인들이 고의로 방치했다거나, 유지관리를 게을리 해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피고인들은 환경오염 유발시설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예산을 배정했기 떄문에, 의도적으로 오염수 유출을 지연시키거나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영풍 측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시설 개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국민들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상윤 전 영풍제련소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영풍제련소에서 기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환경 개선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죄 판결은 임직원들의 형사적 책임의 문제고, 제련소가 국민들의 걱정을 끼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는 기술적으로 위해가 없도록 관리까지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을 방청한 서옥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오늘 판결에서도 말했듯 공소사실에 적시된 기간만 재판부가 판단했는데, 오랫동안 낙동강을 전체적으로 오염시킨 것에 대한 판단은 없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면서 "영풍제련소의 토양오염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낙동강 최상류에 있지 말고 이전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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