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낙동강 최상류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오염수를 강물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영풍그룹 전·현직 대표이사와 임직원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 시작 2년 9개월 만의 1심 선고다. 법원은 영풍제련소에서 오염물질이 방출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고의로 유출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환경단체는 "기업 범죄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는 20일 오후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강인(73) 전 영풍 대표이사, 박영민(63) 현 영풍 대표이사, 배상윤(57) 영풍제련소장 등 영풍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1,064회에 걸쳐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카드뮴 유출로 지하수 2,770만3,300L(리터)가 오염된 것으로 파악했다.
쟁점은 영풍제련소의 ▲습식공정시설 등 기타 시설 물 흐름 ▲이중옹벽조 간접 유출 ▲영풍제련소 자체 수질조사 신뢰성 ▲오염물질 유출 고의성 등이다.
재판부는 "습식공정시설 하부에는 내부에 흐르는 물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반대로 외부 시설에서 흐르는 물이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류 턱이 있다"며 "빗물이 공정액과 함께 바닥에 흘러 배수로를 타고 저류지로 모이거나 빗물이 직접 저류지로 떨어지더라도 내부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중옹벽조의 균열을 통해 카드뮴 오염수가 통과해 유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습식공정시설에서 발생하는 강산성의 카드뮴 오염수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중옹벽조로 유입되지 않는다"면서 "이중옹벽조 보수 공사도 2017년 5월경 완료됐으므로 옹벽조 기능도 충분히 유지됐을 시기로 보인다"고 했다.
또 "영푹제련소의 자체 수질오염 측정 과정에서 공정시험 기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자체 조사 배경과 구체적 조사 경위, 직원들의 전문성 등에 비춰 볼 때 수질오염 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카드뮴을 낙동강에 유출했다는 것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영풍제련소에서는 끊임없이 카드뮴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방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영풍제련소가 환경 개선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것을 재판부가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강인 전 영풍그룹 대표이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오래된 영풍제련소가 환경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잘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국민들의 법 감정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을 방청한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대한민국의 재판부는 아직도 기업의 범죄에 대해서 관대한 관행, 봐주기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영풍제련소가 2022년 통합환경허가를 받고 난 뒤에도 수많은 조건을 미이행하고 위법 행위를 저지른 기업인데, 법원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낙동강 최상류 국민 1,300만명이 사용하는 식생활 용수가 카드뮴으로 오염됐다는 것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난 것"이라며 "머지 않은 시점에 오늘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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