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최상류 지역인 경북 봉화군, 안동시 주민들이 "영풍제련소 환경오염으로 건강과 생활에 피해를 입었다"며 영풍을 상대로 첫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경북 봉화군과 안동시에 거주하는 주민 13명은 지난 12일 영풍제련소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영풍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는 임덕자 영풍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포함해 봉화 소천면 주민 3명, 명호면 5명 등 8명과 안동시 도산면, 임동면 등 5명이다. 모두 영풍제련소로부터 직선거리로 60km 이내다. 주민들 중 3명은 중학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낙동강·석포제련소 TF(태스크포스)가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당 1,300만원이고, 모두 1억6,900만원이다. 낙동강 길이가 1,300리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주민들이 영풍제련소 환경오염으로 농업에 피해를 입거나, 손님이 줄어 가게를 폐업하는 등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소송 이유로 들었다. 특히 영풍제련소가 최근 10년간 120건 이상의 환경법령을 위반했고, 지난 2021년에는 카드뮴을 낙동강에 유출해 환경부로부터 과징금 281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소송 취지에서 "1970년 가동을 시작한 영풍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반세기 넘게 강과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며 "무단 배출된 카드뮴으로 낙동강의 카드뮴 농도는 최대 950배였고, 제련소 인근 토양에서는 토양오염우려기준의 최대 170배를 초과하는 고농도의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풍제련소는 지난 10여년간 120건이 넘는 환경법령 위반으로 90회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환경오염 행위를 반복하며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오롯이 영풍제련소 주변 주민들과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영남인들이 부담했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영풍제련소에 대해 "다수 주민의 건강과 생태계 보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도 소송을 제기한 이유 중 하나다.
권익위는 지난 7일 '특정 토양오염관리대상 시설 토양정화명령 이행 관리감독 촉구' 의결서에서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실시된 하천 수질조사에서는 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카드뮴 농도가 수질 기준(0.005mg/L)의 4,577배에 해당하는 22.888mg/L로 확인됐다"며 "영풍제련소 1, 2공장에 대해 실시된 1, 2차 토양오염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조사 시점 대비 2021년에는 오염토량이 46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는 사업장 내·외부에서 중금속에 의한 광범위한 토양오염이 누적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량적 지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는 토양정화조치가 일부 구간에 국한돼 시행됐다. 이는 지역 주민의 환경권 보장과 건강권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안동 주민인 임덕자 영풍공대위 공동대책위원장은 "영풍제련소 환경오염으로 소송을 제기한 주민 중 한 명은 물이 오염돼 레프팅 사업을 못하게 되고,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예전에는 경치가 좋고 물이 좋아서 오시던 분들이 많았는데, 물이 오염됐다는 보도를 보고 손님들이 오지 않아 폐업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저 같은 경우에도 제련소 하류 55km 지점에 있는 안동시 도산면에서 휴게업을 했으나, 2016년부터 영풍제련소 중금속 오염 문제들이 시작된 뒤 고객들이 줄면서 폐업했다"면서 "농사를 짓는 주민 중 1명은 몇해 전 쌀에서 카드뮴이 나왔다고 증언한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영풍제련소 인근 하천이 카드뮴으로 오염돼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영풍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과 오염지하수 확산방지시설 설치 후에는 영풍제련소 주변 낙동강에서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근거 없는 비방은 오히려 환경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목적 달성을 저해하는 것이며, 환경 보전을 위해 실효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관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풍제련소는 공식 의견수렴을 위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위원들로 구성된 점검 기구로 모니터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일부 환경단체는 제련소의 환경개선에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 주장보다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해법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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