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비소 중독으로 노동자 4명 사상자를 낸 영풍제련소 대표에게 징역 3년, 법인에 벌금 5억원이 구형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대구경북에서 첫 사례가 된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이승운) 심리로 열린 2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영민(66) 전 영풍 대표이사에게 징역 3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배상윤(59) 전 영풍제련소장에게는 징역 2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 영풍제련소 임직원 8명에게는 금고 1년에서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원청인 영풍과 하청업체 법인에는 각각 벌금 5억원과 2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2023년 12월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0대 A씨가 비소 중독으로 숨지고, 함께 일하던 50대 B씨와 원청 직원 2명이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1,200여명이 근무하는 대형 사업장인데도 안전보건 관리 전담 조직을 구축하지 않은 점 ▲노후화된 기계 설비에 대한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점 ▲사고 반복에도 진정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공판 검사는 "이 사건은 현장 실수나 개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사적 관리 체계 부실, 형식적 안전 계획과 보호장비 미착용, 무대응 관행의 고착화 등 조직 전반의 시스템적 부실이 초래한 결과"라며 "영풍제련소는 독성물질인 삼수소화비소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공정을 운영하면서도 반복된 중독 사고 이후 기초적인 밀폐 시설이나 국소 배기 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 수준에 머무른 통제 계획과 작업 허가 제도는 현장에서 거의 실효성을 가지지 못했고, 이는 도급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극도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구조적 위험 체계로 작동해 왔다"며 "피고인들이 줄줄이 서명한 안전 점검표, 작업 허가서, 교육 기록 등은 그저 종이 위의 안전일 뿐 현실에서의 보호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또 "영풍제련소가 오랜 기간 대한민국 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와 같은 기여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이뤄져서는 결코 안되며, 산업재해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고도 책임을 외면한 채 방치를 지속하는 행위는 방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앞으로 영풍제련소의 유사한 재해 반복을 막고,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인식을 정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과 유족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환경단체는 "환경오염과 산업재해 문제가 반복되는 영풍제련소는 폐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라도 원청의 책임을 묻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영풍제련소의 환경 관련 법령 위반 등 환경범죄, 산업안전 문제 등을 종합해서 볼 때 폐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 이후 올해까지 해당 법 위반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실형이 선고된 적은 한 건도 없다. 지난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11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2월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청 대표이사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실형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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