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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노동자 4명 사상 영풍제련소 전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발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1.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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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전 회장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 경찰 고발
공대위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영향력 행사, 엄정수사"
영풍 "9년 전 경영에서 손 떼, 관여 한 적 없고 무관해"
경찰, 대표 입건·압수수색 "안전·보건 의무 위반 확인"


사상자 4명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의 전 회장을 환경단체가 경찰에 고발했다.

실질적 경영책임자이자 사주(社主)로 비극적인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9년 전 일선에서 물러나 기업 고문(顧問)을 맡고 있어 사건과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 대책위원회'(위원장 신기선),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 임덕자)는 15일 (주)영풍그룹 전 회장인 장형진(77) 고문을 경북지방경찰청에 '중대재해처벌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은 것이다.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긴급 기자회견'(2023.12.12. 서울 광화문)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긴급 기자회견'(2023.12.12. 서울 광화문)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공대위는 고발 사유에 대해 장 고문이 25년간 영풍그룹 회장으로 제련소를 운영해 왔고, 현재 직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노동자만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사고들은 장 고문이 영풍그룹의 회장직에 있었던 시기부터 지속돼 왔으며, 현재도 실질적 경영자로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풍제련소의 실질적 경영책임자를 수사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만 중대재해처벌법의 법 취지를 제대로 이행해 재발을 방지하는 안전한 사업장이 확보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임덕자 영풍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사업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경영 관리자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전반적인 시설이 노후돼 있고, 하청업체를 비롯한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 대표이사가 현재 대구노동청에 입건돼 있긴 하지만, 실질 경영책임자는 장 고문이라고 봤기 때문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제련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지난해 12월 6일 영풍제련소에서 공장 설비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0대 A씨가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사흘 뒤인 9일 숨졌다. 사망 원인은 비소 가스 중독으로 추정했다. A씨 몸에서는 비소의 치사량인 0.3ppm의 6배 이상인 2ppm이 검출됐다.

대구노동청·경북경찰청은 지난 4일 합동으로 서울 강남구 영풍 본사와 봉화군 석포제련소 현장사무실, 하청업체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유해물질 관리 매뉴얼, 안전보건 자료, 관련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자료를 토대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여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어 노동청은 지난 9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영풍 법인과 대표이사, 석포제련소장과 하청업체 대표를 입건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그룹의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그룹의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화학물질관리법' 제13조는 "유해화학물질의 취급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방재 장비와 약품을 갖춰둘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핸드폰 내 전자정보를 분석하고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관련된 것도 확인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측은 장 고문이 9년 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 일체의 관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풍그룹 관계자는 "장 고문은 2015년에 이미 경영에서 다 물러났고, 이사회에도 들어와 있지 않다"면서 "9년 전부터 회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관계자 3명이 대구노동청에 입건된 상황에 대해서는 "사망사고가 일어났으니 관계당국의 정식 조사는 통상적인 절차"라면서 "고용당국이나 경찰에서 사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나오면 철저하게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안동교구 사회사목협의회'는 16일 오후 2시 석포역 광장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비소 중독 사망사건 관련 대책 마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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