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최상류 경북 봉화군 아연 제조·생산공장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26년간 노동자 11명이 숨졌다.
최근 하청노동자 한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졌고, 또 다른 노동자 한명은 병원에 입원에 치료 중이다. 대구경북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영풍제련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공장 폐쇄"를 촉구했다.
◎ 카드뮴, 비소 중독 등...1997년~2023년 26년간 노동자 11명 숨져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원회', 환경운동연합,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노동자를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영풍제련소는 폐쇄하라"고 규탄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과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영풍제련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 8건이다. 노동자 11명이 숨졌다. 사망 원인은 ▲간질환 ▲황산 탱크로리 전복사고 ▲카드뮴 중독 ▲추락사 ▲침전물 처리작업 중 빠짐 등이다.
최근에는 앞서 6일 공장 설비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0대 A씨가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치료받던 중 숨졌다. A씨의 몸에서는 비소의 치사량인 0.3ppm의 6배 이상2ppm이 검출됐다. 사망 원인은 비소 가스 중독으로 추정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영주지청은 지난 11일 영풍제련소에 공문을 보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조사 중이다.
◎ "공장 유독물질...오래 일한 노동자 죽거나 다치고, 주변 하천·수목 고사"
이들 단체는 "영풍제련소는 아연광석과 코크스(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원료)를 혼합해 용광로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 높은 아연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비소와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여러 유독물질이 발생한다"면서 "영풍제련소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는 백혈병과 같은 직업성 암에 걸리고, 하루만 일했던 노동자도 비소에 노출돼 급성중독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 내 작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다치고, 치명적인 병에 걸린다"며 "공장 밖으로는 오염물질이 공기 중으로, 하천으로 내보내져 산의 수목이 고사한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영풍제련소가 유관 산업공단으로 공장을 옮기고 안전한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혈병 산재 인정 진현철(71)씨..."위험한 대기환경, 빨리 문 닫아야"
이 자리에는 영풍제련소에서 일했던 진현철(71)씨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2009년 12월부터 6년 9개월 동안 영풍제련소 하청노동자로 일하면서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기계 내부 불순물 찌꺼기를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됐다. 그리고 2017년 3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진씨는 2019년 9월 자신의 병이 산업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 결과 "인체 노출 수준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진씨는 2021년 9월 처분에 불복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판사 손혜정)은 지난 11월 22일 ▲포름알데히드가 백혈병 발병과의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물질인 점 ▲일회성 측정값만으로 유해 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미미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나머지 발암물질도 백혈병 발병·악화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산재를 인정했다.
진현철씨는 "나도 제련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사망한 분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제련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람이 마시면 안 되는 위험한 대기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내버려 두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빨리 문을 닫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1997년 이후 11명의 노동자가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했다"면서 "하지만 제련소는 어떤 법적 보완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영풍제련소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고, 낙동강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키지 않도록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풍그룹 "노동자 건강과 안전 위해 작업환경 개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영풍그룹 측은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인 사망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풍그룹 관계자는 "법적 기준을 준수하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작업환경을 꾸준히 개선해 왔지만, 이번 사고는 이례적"이라며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철저히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는 13일 오전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영풍제련소 통합환경허가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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