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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발 국민 분열,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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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맹목과 타산보다 이성의 힘이 더 큰 사회를

나라가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고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평가받으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3일 계엄에서 시작된 극한 대립 상황을 보면서 이러다 나라가 허물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해법은 무엇일까?

맹목적 선택, 타산적 선택, 이성적 선택

사람은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서 살아가는데, 선택에는 내용을 따지지 않는 맹목적 선택과 따져본 후 결정하는 선택이 있다. 따져보는 선택에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타산적 선택과 객관적 기준에 따르는 이성적 선택이 있다. 필자는 우리 현실에서 맹목:타산:이성의 비율을 50:40:1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맹목적 선택의 비중이 50%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입된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에 의문을 품지 않고 그냥 살아가면 편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따지려면 에너지가 소모되며, 주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소외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맹목적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수가 많다.

정치, 종교의 영역에서는 맹목적 선택이 더 심하다. 권력은 상응하는 대가 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이고 그중에서도 정치권력의 힘이 제일 세다. 선거제도가 있는 국가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권력이라는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다. 그래서 정치권은 거위 즉 유권자가 맹목적으로 자기편을 지지하도록 세뇌한다. 또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보듯이 종교도 맹목적 선택을 부추긴다. 기본적으로 종교는 따지기보다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이 심한 사이비 종교는 더하다.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2025.2.8.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2025.2.8.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윤석열 파면 대구시민시국대회'(2025.3.29. 대구 동성로 CGV대구한일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윤석열 파면 대구시민시국대회'(2025.3.29. 대구 동성로 CGV대구한일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타산적 선택의 비중을 40%로 추정했는데, 맹목적 선택 50%보다는 다소 낮지만, 이성적 선택 10%보다는 훨씬 높다. 인류를 포함한 현존 생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와 생존을 우선하는 ‘자기중심성’이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불평등한 계층 구조 속에서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려는 경쟁 그리고 삶이 팍팍한 각자도생의 구조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일수록 이기적 타산의 비중은 더 커진다.

서로 다른 맹목적 선택이 충돌하면 해소할 방법이 거의 없다. 지역 갈등이 좋은 예다. 타산적 선택이 충돌하면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합의를 이룰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결과는 공익 증진보다는 사익 간의 야합이 되기 쉽다. 공익을 위해서는 이성적 선택이 최선이다. 이성적 선택이란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고 반론에도 논리적으로 대응하여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을 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이성적 선택이 흔하지 않다. 맹목:타산:이성의 비율이 20:30:50 정도라도 되면 갈등의 예방과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맹목과 타산에서 이성으로

첫째로, 현 상황에서 맹목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치이므로 정치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양대 정당이 정치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런 구도에서는 상대 정당의 손실이 곧 나의 이익으로 연결되므로, 정치 아닌 정쟁이 판을 친다. 감정적 혐오와 정치적 대결을 조장하고 악용하는 전략이 힘을 발휘한다. 정당 지지율을 의석 비율과 연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면 여러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게 되어 양대 정당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음이 유럽 여러 국가에서 실증되어 있다. (칼럼 <계엄-탄핵 사태, 정치개혁이 더 절박해졌다> 참조)

둘째로, 자신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하는 타산적 선택을 줄이려면 불평등과 각자도생의 구조를 치유해야 한다. 불평등은 노력, 운, 특권의 결과인데 그중 특권에 의해 형성되는 불평등은 누가 보더라도 부당하다. 특권적 제도의 대표적인 예는 토지사유제다. 국민 모두의 공동자산인 토지에서 개인의 노력·기여와 무관하게 생기는 불로소득을 토지소유자가 가로채고 있다. 단순한 토지 소유에서 생기는 이익을 환수하여 그 재원으로 복지제도를 확충하면 부당한 불평등과 생존 불안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칼럼 <생존권보험: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복지제도> 참조)

셋째로, 이성적 판단력을 키우려면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교육은 인성, 이성적 판단력, 지식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인성과 이성적 판단력을 기르는 교육은 뒷전이고, 지식, 그것도 대학입시를 위한 문제 풀이형 지식 주입에 치우쳐 있다. 학교 성적이 상위권이었을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판검사의 상당수가 최근의 사태에서 보여준 수준이 그 증거다. 필자는 교육 개혁 방안으로 대학 평준화와 대입 추첨제를 제안한 바 있다. (칼럼 <대학 평준화 + 입학 추첨제: 입시 지옥과 교육 실패에서 벗어나는 길> 참조)

위에서 제시한 해법이 단기간에 모두 실현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필자도 잘 안다. 그래도 늘 이렇게 살 수는 없고, 제대로 된 목표가 있어야 긍정적인 진전도 있을 수 있다. 백 년 전에, 민주주의가 지금 수준만큼이라도 가능하리라고 누가 기대했을까? 윤석열 발 국민 분열을 거울삼아 맹목과 타산의 시대를 넘어 이성의 시대로 성숙해 가기를 기대한다.

[퀴즈] 세 가지 선택에 혹 흥미를 느끼신 독자를 위해 재미 삼아 퀴즈를 내봅니다. 다음 행위는 맹목적, 타산적, 이성적 선택 중 어디에 속할까요?

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헌법에 따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음.

2. 지귀연 판사: 수십 년 관례를 뒤집고 구속 기한을 일(日)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

3. 심우정 검찰총장: 판사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하고는, 검찰 내부에는 종전대로 시간 아닌 일(日)을 기준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림.

 

[김윤상 칼럼 149]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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