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을질' 방지대책?...경북도의원, 교육청 행감 발언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5 행정감사 / 경북도교육청
정한석 의원 "괴롭힘 기각률 높아"
"기분 상하면 신고해, 악용 사례"
박채아 "일도 제대로 않고 신고"
"을질 막을 매뉴얼 만들어 달라"
부교육감 "검토해보고 구연하겠다"
전교조 "피해자 폄훼, 부적절"비판 

경상북도교육청에 대한 경상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채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2025.11.7) / 사진.경북도교육청
경상북도교육청에 대한 경상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채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2025.11.7) / 사진.경북도교육청

경북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 중 을(乙)질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다.

공직사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와 관련한 질의 중 경북도의원들이 "을질도 문제"라고 주장한 것이다. 괴롭힘 신고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신고자 피해가 크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특히 "자기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무슨 갑질 신고", "상사보다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게 당연", "기분에 따라 갑(甲)질 신고하는 것은 을질" 등 피해자를 폄훼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도의원들이 "을질 방지 대책"을 주문하자, 부교육감은 그 자리에서 "알겠다"고 답했다. 교원단체는 "괴롭힘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이자, 갑질을 옹하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박채아)는 앞서 7일 경북도교육청에 대한 2025년 행정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정한석(경북 칠곡) 도의원은 최근 5년간 경북교육청 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질의를 했다. 

그는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건수 95건 중 기각(불인정)률은 65.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이 워낙 강해서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라도 하급직원들은 기분이 상하면 우선 신고를 하고 본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신고 받은 상사는 그때부터 갑질를 했다는 눈초리를 받고, 온갖 루머 등 2차 가해에 시달린다"면서 "이 같은 무분별한 신고를 거르기 위해 약식 조사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박채아 경북도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4.6) / 사진.경북도의회
국민의힘 박채아 경북도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4.6) / 사진.경북도의회
정한석 국민의힘 소속 경북도의원이 행감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언급을 하며 "기각률이 높으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2025.11.7) / 사진.경북교육청
정한석 국민의힘 소속 경북도의원이 행감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언급을 하며 "기각률이 높으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2025.11.7) / 사진.경북교육청

그러자 박채아(경북 경산3.국민의힘) 경북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정 의원의 말을 거들었다. 그는 "갑질을 신고하려면 본인의 일을 다 하고 나서, 상사가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을 때 신고하는게 맞다"며 "본인 기분 여하에 따라서 상사의 지시에 대해 갑질이라고 신고하는 것은 을질"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아무리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라지만 공무원이라면 상사보다 먼저 출근하고 상사보다 뒤에 가야하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그런 사회생활이 힘들다면 공무원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 일하라"고 했다.  

또 "갑질을 신고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임시 분리해서 1순위 학교로 배정하는 관행도 잘못됐다"며 "갑질인지 을질인지 구분도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보내주니 갑질 신고가 빈번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두사람 때문에 공무원이 욕 먹고 분위기를 망치는 것"이라며 "성과를 내고 그래도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되면 신고해야지, 자기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무슨 갑질 신고냐.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나서 을질인지 갑질인지 판단 받아야 한담"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교육청은 이런 말도 안되는 갑질 신고에 대해서 기각을 하든지 을질을 막든지 할 수 있는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 대책과 기준을 일주일 안에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권성연 부교육감은 "제가 검토해보고 (박채아) 위원장님의 말을 구연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해당 부서 국장도 "위원장님의 말씀 취지를 잘 검토해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권용수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10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정시 퇴근 문화를 을질이라고 표현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을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로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며 "괴롭힘과 갑질 피해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충남에서 을질 방지 조례안을 만들려다가 시민사회 반대로 철회한 사례가 있는데 마치 그 때 일을 반복하는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위원장이라면 사안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지위 상하를 막론하고 모두를 품어야 하는데 한쪽에 치우쳐 괴롭힘 신고자를 폄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을질 근절 계획'을 발표했다. '정당한 업무지시나 요구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 '정당한 지시를 하는 교직원이 행위를 갑질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부당하게 주장하는 경우'를 "을질"로 규정했다. 이어 국민의힘 소속 편삼범 충남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을질 방지 조례안'를 발의했다. 현장 교사들과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이 쏟아지자 계획과 조례안을 모두 폐기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