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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갑질 조사하는 우리도 우울"...대구 실무자들이 본 개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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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조사 / 노동청·노무사·노조·상담사·기업 고충 담당
괴롭힘 71% 폭언·폭행, 피해 1위 우울증, 2차 피해 48%
한계, 예방·사후조치 미비, 처벌 부재, 5인 미만 제외
실효성 높이려면..."노동위원회 판단, 전문 강사 양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을 시행한 지 올해로 4년째다. 

대구 노동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폭언과 폭행 등 1차 피해뿐 아니라 2차 가해도 여전하다. 법 시행 4년을 맞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자와 상담자들을 중심으로 실태를 살펴보고,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구지역노동상담기관네트워크(금속노조대구지부 미조직위원회,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 노동상담소, 대구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대구청년유니온,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부설 노동상담소는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2023 노동상담사례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개선 방향 토론회(2023.11.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개선 방향 토론회(2023.11.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노총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가 의뢰하고 대구청년유니온이 수행한 '상담 및 조사 참여자의 관점에서 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태와 개선 방향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인노무사 또는 변호사, 노조 간부, 노동상담기관 상담실무자, 기업 내 고충처리 담당자, 기타 등 5개 직군이다. 응답자는 45명이고 9월 22일부터 10월 25일까지 면접조사(복수 응답 가능)를 했다.

■ 괴롭힘 10건 중 7건은 '폭언·폭행', 괴롭힘 행위자는 95%는 상급자

조사를 많이 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폭언과 폭행이 7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따돌림과 차별, 부당지시가 각각 40%, 모욕과 명예훼손 35.6%, 순이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나 경영진보다 피해노동자의 상급자가 95.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임원과 경영진, 경여진의 가족까지 포함해 44.4%, 피해노동자와 같거나 비슷한 직급의 동료 직원도 40%나 됐다.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 거래처 직원도 2.2%다. 

■ 우울증·불면증 '정신적 건강악화' 64%, 퇴사 결심 42%

피해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받은 영향은 정신적인 건강 악화가 64.4%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과 불면증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낀 피해자도 42.2%(퇴사 결심)나 됐다.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 하락은 37.8%, 직장 내 대인관계 어려움 33.3%로 조사됐다.   

■ 2차 피해 2명 중 1명꼴..가해자 옹호, 따돌림, 신원 노출 
 

"2차 가해를 하지 말라고 법적으로 되어 있어도 보이지 않는 앙갚음과 앙심이 작용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는 분들의 심정은 '내가 도저히 견디지 못해 신고한다'는 마음이다. 회사를 관두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공인노무사 A씨 심층 면접 조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2차 피해를 경험했는지 질문에는 "네"가 48.9%로 절반 가까이됐다. 아니오는 51.1%로 조사됐다. 피해노동자 2명 중 1명은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2차 피해 유형은 가해자 옹호가 56.5%, 신고를 이유로 따돌림 47.8%, 신고자의 신원 노출 26.1%순으로 조사됐다. 

■ 응당한 처벌·공정한 조사·보호조치 "만족"...12주 이상 장기화 "불만족"

피해노동자 중 사건 처리에 만족한 경우는 응당한 처벌 53.3%, 공정한 절차에 따른 사건조사 46.7%, 피해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가 42.2% 순이다. 반대로 객관적이지 않은 사건 조사(60%), 약한 처벌(42.2%), 사건처리 장기화(28.9%), 보호조치 미비(22.2%) 순으로 불만족했다.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만족도가 낮아졌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2항은 '신고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를 실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문구로 조사를 무한정 늦출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힌 조사 기간은 평균 2주 이상~4주 미만과 4주 이상~6주 미만 각각 28.88%, 12주 이상 15.55%, 8주 이상 ~10주 미만 13.33%, 10주 이상~12주 미만 4.44%, 2주 미만은 2.22% 순이다. 
 

민주노총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웹포스터
민주노총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웹포스터


■ 경직된 조직문화와 비민주적 리더십 탓...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남용

실무자들이 본 우리 사회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이유 1순위는 경직된 조직문화(17.77%), 업무권한 및 책임의 불명확성과 비민주적 리더십(각각 13.33%),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 부족(11.11%)이 차지했다. 8.8%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남용을 괴롭힘 원인으로 지목했다.

2순위는 행위자의 개인적 특성과 피해노동자의 과민한 대응(17.77%),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8.88%) 등이 차지했다. 3순위에서는 제도의 남용이 22.22%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하급자가 신고할 경우 책임은 일을 시킨 사람에게 몰린다. 업무지시를 해야하는데 강제적인 느낌을 가진다. 피드백은 적정 범위 업무인데 기준이 애매하다" 기업 고충저리 담당자 B씨 심층 면접 조사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예방·사후 조치 미비, 처벌 조항 부재, 5인 미만은 제외

조사 참여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한계로 예방·사후 조치 미비(51.1%), 사업장 해결 우선 원칙에 따른 한계(40%), 처벌 조항 부재(37.8%),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35.6%)을 꼽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법적 과제로는 노동위원회 판단(44.4%), 처벌 규정 신설(35.6%),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24.4%), 전문 강사 양성(24.4%)을 요구했다.

■ 실무자들이 본 제도의 한계와 대안은?

토론자는 남춘미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전형승 한국노총법률원 경북지원공인노무사, 조중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 부분회장, 이승재 민주노총대구본부 노동상담실장, 노효철 노무사, 최형규 대구노동청 근로감독관,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다.
 

(왼쪽부터)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최형규 대구노동청 근로감독관, 노효철 노무법인 일송 노무사, 이승재 민주노총대구본부 노동상당실장, 조중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 부분회장, 전형승 한국노총법률원 경북지원공인노무사, 남춘미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2023.11.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최형규 대구노동청 근로감독관, 노효철 노무법인 일송 노무사, 이승재 민주노총대구본부 노동상당실장, 조중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 부분회장, 전형승 한국노총법률원 경북지원공인노무사, 남춘미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2023.11.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효철 노무사는 "직장 내 갑질을 조사하다보면 우리도 너무 우울하고 이 일이 3D에 가깝다"며 "노동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해야 그나마 빨리 제도의 미비점이 개선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심순경 사무국장은 "5인 미만 등 작은 사업자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규정의 모호함과 제도의 명확한 한계점으로 인해 현행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춘미 사무국장은 "전국 고용평등상담소는 현재 폐지 위기에 처했다"며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하고 교육한 성과와 그 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형승 노무사는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이지 감수성을 길러야 건강한 기업문화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조중래 부분회장은 "임단협에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시킨 후 노사 위원 구성, 괴롭힘 행위를 확정하는 것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제도가 부족해 갈등을 겪으며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경직되고 제도에 모순이 있어 이런식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지 여전히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형규 조사관은 "제도에 미비점이 있어 조사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래도 4년이 지나서 현재는 이런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문화가 많이 자리 잡혔다"고 발언했다. 또 "제도에 장단이 있지만, 매년 매뉴얼을 구체화해 신규로 내려보내서 초창기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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