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선 행렬...식단짜기도 힘든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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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무료급식소> "IMF보다 많은 서민들..'정부미' 지원도 한계..관심을"

대구시 중구 교통 <요셉의 집> 앞...오전 10시만 돼도 줄지어 서 있다.(2009.4.17 / 사진.  남승렬 기자)
대구시 중구 교통 <요셉의 집> 앞...오전 10시만 돼도 줄지어 서 있다.(2009.4.17 / 사진.  남승렬 기자)

지난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교동 <요셉의 집>.
점심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10시 30분이 막 지났지만 요셉의 집이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앞에는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서민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30대 실직자로 보이는 사람부터 70대 노인까지, 길게 늘어선 행렬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48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무료 급식소 안은 벌써 만원을 이뤘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점심식사를 제공했으나, 좁은 급식소에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이날 하루 급식을 마칠 수 있었다.

자리 경쟁 심해 10시만 돼도 행렬이... 

지난 해 하루 평균 450명 안팎에 머물던 <요셉의 집> 무료 급식자들은 극심한 경제난을 반영하듯 올해 들어 하루 평균 600명을 넘었다. 요셉의 집 원장 구네오니아 수녀는 "IMF 때보다 100명 이상이 찾아온다"면서 "많을 때는 하루 700명에 가까운 서민들이 급식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한 노인은 "요즘 들어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이 오고 있다"면서 "자리 경쟁이 심해 10시만 돼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다"고 했다.

봄이 왔으나 서민들의 삶에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무료 급식소로 몰리고 있다. 대구 중구의 또다른 무료 급식소인 남산동 <자비의 집>도 요셉의 집과 사정은 비슷해 하루 평균 600여명의 저소득층 서민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행렬은 늘고 후원은 줄고...10년 만에 문닫은 무료급식소

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 급식소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무료 급식시설은 물가 상승과 함께 후원도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는 보조금과 시민들의 후원으로 겨우 운영돼 노숙자와 결식노인을 비롯한 어려운 서민들의 하루 '연명'을 지탱해주는 상황이다.

이처럼 운영난이 가중되자, 올해 1월에는 1998년부터 서민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해 온 대구 중구 대신동의 <서문교회 무료 급식소>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10여년만에 문들 닫기도 했다. 

<요셉의집>..하루 평균 600여명, 많을 때는 700여명이 찾고 있다(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요셉의집>..하루 평균 600여명, 많을 때는 700여명이 찾고 있다(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요셉의 집>은 수요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00명 이상 분량의 밥과 국, 반찬 3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한 끼 단가는 1천800원 정도로, 600여명의 사람들에게 점심 한끼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110여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한 달이면 2천4백여만원, 연간 2억9천여만원이 무료 급식비용에 쓰인다. 대구시에서 분기별로 급식비 4천100만원을 지원하지만 채소 값 등 식재료가 워낙 많이 올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미' 지원도 한계...식단짜기도 힘들어

중구청에서 준 묵은 '정부미'도 한시적 지원이라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직원은 "한달에 2006년산 정부미 40포대를 지원하고 있으나 수요가 다 떨어지면 이마저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추가 예산 지원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3년째 요셉의 집에서 무료 급식봉사를 해왔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최근, 식자재비가 많이 올라 고기반찬은 엄두도 못내고 된장국과 나물무침 등 간단한 반찬만 식단에 오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채소 값이 워낙 많이 올라 식단짜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후원으로 겨우 운영..."소외된 이들에 관심을"

구네오니아 수녀는 "급식인원은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좋으신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운영해 가고 있다"면서 "노숙자와 결식노인,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관심을 더욱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구에는 현재 중구 요셉의 집과 자비의 집을 비롯해 총 38개의 무료 급식소가 있으며 이 가운데 8곳이 대구시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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