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름과 기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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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본 6.2지방선거] 이영재 / "색깔론 막은 정책...우리는 공약을, 유권자를 믿었다"


대구시 북구 '아'선거구 이영재(43) 당선자는 한나라당 3명과 친박연합을 포함해 5명의 후보 가운데 1위로 당선됐습니다. 이 선거구는 한나라당 서상기 국회의원의 "친북좌파가 웬말이냐"며 색깔론을 펴 논란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4년 전 5.32지방선거 때 87표 차이로 낙선하기도 했던  이 당선자는, 1967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경북대를 졸업하고 대구북구시민연대 대표와 무상급식실현북구운동본부 본부장, 칠곡부영e그린타운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대구북구주민자체네트워크 대표, 대구북구작은도서관운동본부 본부장을 포함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주민운동을 했으며, 현재 민주노동당 대구시당부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당선자의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바람'이 아닌 국민의 '심판'
 
6.2지방선거가 끝났다. 각종 언론에서는 야권이 지방권력을 장악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보수세력은 결코 인정하기 싫은 모습이 역력하다. 엄연히 말하지만 야권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승리인 것이다. 국민들의 승리이기 때문에 전국의 파란색깔을 바꾼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인 것이다. 그 어떤 바람이 분 것이 아니다. 지난 2년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맞선 촛불이 생각난다. 당시 촛불을 내리면서 제2의 촛불을 준비하자고 얘기 했었다. 6.2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촛불은 다시 지펴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2차 촛불에 처음으로 불을 붙인 격이다.

'공천' 잡음과 '무상급식' 정책

내가 출마한 지역은 북구의 강남지역이다. 소위 ‘칠곡 3지구’이다. 한나라당 아성이 가장 굳건한 지역이자 7만8천의 유권자를 가진 거대 선거구이다. 2월19일 예비등록을 마치고 첫 선거준비를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천이 확정된 시기가 4월중순. 그러다보니 2달 동안 경쟁자도 없이 명함을 손에 들고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사실, 선거에 대한 관심도 낮아 주민들을 만나면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이 시기에 공천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네에서도 공천에 대한 잡음이 흘러나왔다. 상대후보자들은 공천이 곧 당선이었기에 공천싸움에 체력을 투여하고 있었다. 아마도 한나라당 후보들은 예비후보 선거운동시간 전체를 공천받는데 소요했다.

하지만 우리 선본은 일찌감치 선거준비에 들어갔다. 후보자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왔던 사업을 주요 슬로건으로 제안했다. 동네마다 어린이도서관건립, 학자금이자지원조례제정과 무상급식 실현이었다. 아마도 3월 초순경일 것이다. 선본회의에서 내가 선거구 유권자들을 성향을 감안해 선거정책의 핵심으로 ‘무상급식’을 제안했다. 물론 그동안 지역사업을 통해 쌓아온 후보자의 치적을 알려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왜냐하면 서울과 수도권에나 가능한 공약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본은  젊은 주부 유권자들을 집중공약할 수 있는 ‘무상급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3달만에 유권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문제를 최대의 화두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주부층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후보가 지난 10년간 일구어 왔던 치적을 내세우면서 ‘무상급식 전면실시’가 선거 전반을 관통한 핵심적 내용이었다.  물론 무상급식실시에 대한 주민들로부터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정책의 대세는 꺾지 못했다.  아마도 ‘무상급식 실시’가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는 후보자가 지역사회에서 그동안 보여준 강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친북좌파' 색깔론과 '공약'에 대한 믿음

선거운동원들은 ‘무상급식’ 문제를 듣고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을 만나 들어갔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들은 전선거기동안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름과 기호를 알리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주민들도 때론 수근 거렸다. 도대체 한나라당 후보들을 뭘 하자는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 생각엔 한나라당 후보들의 안일함과 정책없는 선거, 지역 젊은 유권자들을 대상화시킨 것이 가장 큰 패배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거 3,4일을 앞두고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선거차량에 탑승해서 난리법석을 벌인 것이다. "친북좌파가 웬말이냐. 동천동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며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다. 선본에서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방송차량을 미행해서 영상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즉자즉으로 대응하자는 운동원들과 유권자들을 믿자는 편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믿었고 그들은 유권자들을 믿지 않았다. 결국 지역구 국회의원은 선관위에 고발을 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1등으로 당선된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해 생각해 보았다. 지역사회와 유권자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쑥대밭이 되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 어느 누구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1등을 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믿지 않았던 모양이다.  1위로 확정된 이후 많은 기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기자들이 ‘이변’이라고 할때 나는 결코 ‘이변’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이변’이 아니라 ‘혁명’이라고. 그 ‘혁명’을 만든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고.

우리는 유권자를 굳건히 믿었다. 제안한 공약에 대해 끊임없이 유권자들을 향해 믿음을 키워 나갔다. 또한 선거운동원들도 그 믿음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주민들과 굳건한 결속력을 맺을수 있었던 10년 동안의  ‘지역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과 다른, '진보정치'의 실험

많은 유권자들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하필 민주노동당이냐고. 무소속이면 당선은 그냥 따놓은 것인데”. 이럴수록 나는 민주노동당을 내세우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때론 토론아닌 시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유권자들이 나를 선택하게 했다. 주민들은 지역사업을 통해 다져온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민주노동당을 훨씬 뛰어넘는 후보자에 대한 믿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노동당 또한 주민들로부터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갔다. 그래서 북구의 ‘강남지역’은 민주노동당이 여당이 된 것이다.

선거가 끝날 즈음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름과 기호를 알리는 것이 선거의 모든 것. 때론 비애감도 느껴졌다. 정말 이렇게 선거운동을 해야하는가.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을 대상화시키지 않는 선거, 참여할 수 있는 선거, 재미있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데.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도 없었다. 선거 하루전날. 나를 수행하던 후배가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피력했다. "형, 정말 선거 이렇게 해야 하냐고.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고 참여도 없는 선거를 왜하냐고?"

이영재(43) 북구의원 당선자
이영재(43) 북구의원 당선자
어찌되었던 선거는 끝이났다. 많은 아쉬운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모두가 우리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대구지역에서 진보정치의 실험이 시작된다. 설레임보다는 책임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과는 뭔과 다른 새로운 정치, 희망의 정치, 대안의 정치를 준비해야겠다는 각오가 앞선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하자면 “민주노동당도 가능하다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선거가 끝나고 후보자 개인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원들에게 지인들의 축하인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신들이 선택한 후보가 1등으로 당선되어서 너무 기쁘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대안의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지역민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준 것이 후보자로서 가장 가슴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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