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동남권 신공항' 지역담론 견인차였던 대구의 유력 일간신문들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가? 아니면 변화가 있기나 했는가? 이것을 따져보는 것은 앞으로도 지역민이 '절 모르고 시주'하는 행태를 계속하게 될 것인지, '절을 알고 시주'하게 될는지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여론 형성에 언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지화」이후 기획보도, 진정성과 구체성은?
「2천만의 염원 밀양 신공항」을 구호로 그동안 여론몰이를 해온 매일신문은 '백지화' 이후엔 「다시 날자! 밀양 신공항」으로 캠페인의 간판을 갈아 달았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판을 갈아 달았으면 내용은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나? 캠페인은 '진정으로' '구체적으로' 달라졌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에서 '백지화' 이후 달라진 모습은 대구․경북('영남권'이라고 했지만 내용은 '대구․경북'이다)의 '들러리 역할'에 대한 긴 기사-매일신문은 「지방도 좀 살자」, 영남일보는 「이참에 TK의 잠재력을 키우자」등-를 얼마간 기획 연재한 사실이다. 거기서 강조하거나 강조된 것은 '정치' 또는 '정치성'이다.
지난 4월 7일자 매일신문 『「지방도 좀 살자」<3> 영남권은 수도권의 병참기지?』는 「大選마다 70~80% 영남몰표, 이젠 그만…」은 이러저러한 인사들(주로 정치인들)의 '말'을 인용해서 무언가 '기획한 의도'를 풀어나갔다. 그 중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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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정치성 강조...'야성 유권자' 배제
여러 사람의 '입'을 옮겼고 그 중에는 '보수 세력의 총본산이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실상은 '병참기지''라는 대목도 있다. 편집자는 '영남 몰표, 이젠 그만…'이라는, 이 신문의 평소 논조(성향)와는 '많이 다른' 제목까지 달았다. 그런데 이 기획은 시종 '정치인 △△△', '정치인 ○○○', '정치권'을 등장시켰을 뿐 표의 주인인 '유권자 △△△', '유권자 ○○○'의 '입'은 어디에도 등장시키지 않았다. 이 기획 기사는 '선거에서 태도를 확 바꿀 수 있는 야성 유권자'는 등장시키지 않은 채 유권자와는 담 쌓은 '정치이야기'로 시종했다.
영남일보 기획 소재는 다양
영남일보의「이참에 TK의 잠재력을 키우자」는 소재가 매일신문보다 조금 다양했다. 「시민의식」도,「이너그룹<소수권력집단>의 동종교배」도, 「'메이드인 대구' 국책프로젝트」도, 「쉽게 단 금배지」도, 「부족했던 신공항 담론」도 다뤘다. 이런 점에서 영남일보의 기획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4월 22일치 "잘 나가던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 야성을 못 길렀다"고 제목을 붙인 「시민의식 도대체 언제 바뀌나」편은 가히 이 기획의 압권이었다. '지당할 것 같은' 부제와 기사 소제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신문의 기획은 이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부제>'정치권력 중심사고 팽배…지도층의 편협성이 다양성 부재 촉발' / "광역시中 5위" 위상 크게 흔들…범시민적 이슈도 툭하면 묻혀 / 의식전환 들불처럼 확산되려면 열린사회의 중요성 다시 새겨야
<기사 소제목>
◆타인 배려할 줄 모르는 지역 분위기 ◆사회지도층부터 의식 바꿔야 ◆폐쇄적․배타적인 마인드도 변화 대상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
보도 '진정성'은 얼마나?
그러면 매일신문․영남일보의 이런 이야기(담론)의 진정성은 어떤가? 매일신문․영남일보가 다룬 '달라져야 할 것'들은 진실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면 사실을 나열, 적시한다고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라고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진정성을 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성은 평소의 보도에서 찾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에 따른 일종의 반성적 차원에서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위의 기획들에서 매일신문․영남일보는 대구․경북의 문제점들-'신공항'과 직접 관계가 있든 없든-을 적지 않게 다뤘다. 영남일보는 좀 더 그 폭을 넓혔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는 훈장 격
그런데 매일신문․영남일보의 위 기획기사에서 매일신문․영남일보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든지, '달라지겠다'고 한 대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현대 사회에서 여론 조성의 핵심 기관은 언론이다. '신공항'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해당 신문 1면을 거의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여론몰이를 했으면서 자기 자신의 역할에 대한 반성/비판 없이 「大選마다 70~80% 영남몰표, 이젠 그만…」이라든가 「시민의식 도대체 언제 바뀌나」라고 할 때 과연 독자들은 거기서 진정성을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자기는 '바담 풍' 하면서 학동더러는 '바람 풍' 하라는 훈장 격이 아닐까?
'정치성향' 평소 진면목
다시 매일신문을 보자. 매일신문은 분당을 재보선에 출마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회기 중임에도 이를 박차고 상경한 대구 서구의회 일부 의원들의 동향을 '강 후보의 전 지역구였던 대구 서구가 강 후보의 당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상경한 것이다'라고 해석해서 다뤘다.(4월 16일 6면「분당을 강재섭의 든든한 원군 홍사덕․홍준표」)
영남일보는 어떤가? 「미디어창」이 이미 다룬 대로 영남일보(2월 2일치 4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좌담회를 다루면서 이 대통령의 컬러 사진을 머리에 5단 크기로 게재해 강조했다. 그런데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되자 영남일보는 어떤 보도 태도를 보였나? 이 신문은 4월 1일치 1면에 「박근혜는 民心을 읽었다」 기사를 다루면서 컬러로 박근혜를 부각했다. 초대형 컬러사진으로 부각할 수도 있고 사진을 바꿔 갈아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소 이 같은 보도 태도를 보인 매일신문․영남일보가 「大選마다 70~80% 영남몰표, 이젠 그만…」이라든가 「시민의식 도대체 언제 바뀌나」라고 한다면 독자들은 과연 뭐라고 할까?
변화 대상에 매일․영남 스스로 포함시킬 때 '진정성'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이후 잇따른 두 신문 기획보도의 진정성-두 신문의 평소 보도태도가 1회성인지 아닌지를 말해주고 있다. '변화'의 대상에 두 신문이 스스로를 포함시켜 다룰 때, 그 때 두 신문이 강조한「영남몰표, 이젠 그만…」이나 「시민의식 도대체 언제 바뀌나」에 대한 논의는 비로소 유권자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3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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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영남몰표, 이젠 그만..." / <영남일보> "시민의식 언제 바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