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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알고도 조치 안한 주한미군,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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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 주민문화제 / "화학물질 오염, 기준치 수천 배 이상...주민조사 시급"

 

"다이옥신 뿐 아니라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물질들이 묻혀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공동조사단이 왜 토양조사를 못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24일 저녁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열린 주민문화제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전날 미8군이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내 오염물질 조사 보고서(2004, 삼성물산)'를 발표한 뒤 나온 말이었다. 

임상혁 소장은 "삼성물산의 보고서를 보면 D구역과 41구역의 토양에서 살충제 성분인 린단(Lindane)은 세계보건기구(WHO) 허용기준치의 4,000배, 1급 발암물질인 비소는 2,420배, 발암물질 테트라클로로에틸렌 1,110배, 수은 800배, 크롬은 280배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30년 전 묻힌 게 이정도로 검출됐는데, 보고서가 나온 2004년부터 지금까지 미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생명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주민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대경대책위와 민간협의회가 주최했으며,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 주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문화제 참석자들이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소장의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2011.06.24)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생명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주민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대경대책위와 민간협의회가 주최했으며,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 주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문화제 참석자들이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소장의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2011.06.24)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캠프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주민문화제가 24일 저녁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열렸다. '생명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주민문화제는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주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과 주민발언, 문화공연 형식으로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삼성물산 보고서' 발표 뒤 왜관수도원 이형우 아빠스와 면담을 가졌던 미8군 부사령관이 이날 문화제에 참석할 것으로 수도원측은 예상했으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임상혁 소장
임상혁 소장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6월 17일 한미공동조사단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해 임상혁 소장은 "고엽제 성분인 2,4-D와 2,4,5,-T의 반감기는 각각 7일과 14일로, 3개월~6개월가량 지나면 모두 사라지게 돼 있다"며 "미군기지 반경 2Km이내 16개 관정에서 2,4-D와 2,4,5,-T,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비수용성인 다이옥신은 대부분 침전물 상태로 하천 바닥에 가라앉아 있어 수질조사로는 쉽게 검출되지 않는다"며 "고엽제 매립장소로 추정되는 D구역과 41구역의 토양조사를 먼저 실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캠프캐럴과 비슷한 베트남 다낭기지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침적토, 토양, 어류, 혈액, 모유조사 순으로 다섯 차례 환경조사를 진행했고, 오는 2012년에 수질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캠프캐럴 미군기지도 다낭기지와 같은 순서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혁 소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이옥신보다 '삼성물산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각종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더 위험하다"며 "지역 농산물과 지하수를 먹고 마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공개하고, 민간 추천 전문가와 주민 대표를 공동조사단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문화제 참석자들.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 주민을 비롯한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문화제는 '1부-음악이 흐르는 강연'과 '2부-생명을 지키는 소리'로 나뉘어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주민문화제 참석자들.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 주민을 비롯한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문화제는 '1부-음악이 흐르는 강연'과 '2부-생명을 지키는 소리'로 나뉘어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임상혁 소장의 강연이 끝난 뒤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 장영백 위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4,000배, 1,000배가 넘는 각종 화학물질이 검출됐는데도 미군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조사과정에 있어 미군과 정부의 뭔가 숨기려는 듯 한 태도에 주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손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땅을 물려주기 위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주민 모두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 백현국 공동대표는 "고엽제를 만든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그러나 잘못을 저질렀으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게 보통사람들의 태도인데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도덕적이거나 오만하거나, 또는 두 가지 다 일 것"이라며 "미군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민간협의회 장영백 위원장과 (오른쪽) 대경대책위 백현국 공동대표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 민간협의회 장영백 위원장과 (오른쪽) 대경대책위 백현국 공동대표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1부-음악이 흐르는 강연'과 '2부-생명을 지키는 소리'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문화제는 임상혁 소장의 강연이 끝난 뒤 '한국 엘콘스 뮤직'이 엘레톤(전자건반악기) 연주를 선보였으며, 가야금연주자 정민아씨가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새야새야'와 '태평가'를 노래했다. 또, 대구여성광장 활동가들의 합창과 생활성가 가수 유승훈씨의 '7080 통기타 공연'도 이어졌다.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씨가 '새야새야', '태평가'를 노래하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씨가 '새야새야', '태평가'를 노래하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생활성가 가수 유승훈씨가 '7080 통기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생활성가 가수 유승훈씨가 '7080 통기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이날 문화제를 주최한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와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는 오는 7월 8일 왜관역 광장에서 '평화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주민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며, 노동환경연구소는 7월 중순쯤 캠프캐럴 인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기초역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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