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이 9월 4일 당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합의문을 부결시키면서 두 정당의 '진보통합'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민노당은 6일 수임기관 전원회의를 통해 '진보대통합' 추진 입장을 다시 확인하고 9월 중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국민참여당의 통합 대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조승수 대표가 사퇴하면서 아직 뚜렷한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일 당 대의원회에서 '통합'에 찬성한 대의원은 참석자 410명 가운데 222명으로, 찬성률이 54.1%에 그쳐 통과요건인 66.7%에 미치지 못했다. 이 처럼 '통합'에 대한 찬.반 갈등이 드러난 가운데, 결국 통합파들은 '탈당'과 '진보통합'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구의 진보신당은 어떨까?
진보신당 대구시당은 당 대의원 13명 가운데 10명이 '통합 찬성' 쪽이다. 지난 4일 대의원대회에는 13명 중에 12명이 참가했다. '통합파'로 불리는 이들은 여전히 "통합은 대중적 요구"라고 주장하는 반면, '독자파'는 종북.패권주의.국민참여당 문제 등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통합파'인 이연재 시당위원장과 조명래 전 시당위원장, '독자파'인 장태수 서구의원에게 '진보통합'과 당의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통합은 대중적 요구...고민이 많다"
이 위원장은 "진보정당 통합에 대한 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통합은 대중적 요구인데, 그 요구를 거부한 당이 제대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결'의 이유로 "대북 문제에 대한 이견"과 "패권주의 우려",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를 꼽으면서 "통합을 해야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고 정파 갈등도 극복할 수 있다"며 여전히 '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의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내 생각과 다르게 부결됐지만, 당 대의원대회 결정에 대해 시당 차원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현 시당위원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정치적 보폭이 넓지 않다.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통합파들이 탈당할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답변이었다.
"통합은 민중들의 요구...큰 물줄기 계속 이어져야"
조명래(북구당협위원장) 전 시당위원장 역시 안타까움과 함께 '통합'을 강조했다.
조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 때 대구 북구을 지역구에, 이연재 위원장은 수성갑 지역구에 각각 출마할 예정이다. 조 전 위원장은 같은 지역구에 출마 뜻을 가진 민노당 남명선 시당부위원장과, 이연재 위원장은 민주당 김희섭 시당위원장과 '야권단일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결로 통합 문제 종지부...통합 보다 혁신이 우선"
통합파의 탈당과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분도 없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54%의 찬성은 당 대의원들 마음이 어디 있는지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며 "이 것을 무시할 명분도 없고 당 지도자가 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제 당 대회 결과에 대한 해석 투쟁은 무의미하다"며 "이 조건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를 고민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의 일문일답.
- 통합안이 부결됐다. 예상했나?
= 내가 예상한 것보다 찬성률이 낮았다. 우리 당 대의원들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예상됐던 결과다. 당 통합에 합의하지 못하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겠나. 당을 화합시키고자 하는 당내 노력이 부족했고, 표결로 처리하게 된 과정의 지도력 문제도 있었다. 당 진로와 관련된 전략적 판단도 미비한 상황이었다.
- 독자파, 왜 통합에 반대하나?
= 아직은 두 당의 통합이 성숙하지 않았다. 통합에는 내외의 조건이 필요한데, 민노당의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만큼 성찰과 이해, 전략적 과제들의 고민이 아직은 서로 부족하다. 조직통합 만으로 다 풀어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현재의 통합 논의에 찬성할 수 없다.
- 무엇에 대한 '성찰'인가?
=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당시, 종북과 패권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내 고민은 그 보다 민노당이 2004년 총선 때 높은 지지를 받고도 왜 2004년 10월 이후에 지지율이 급락했는지, 왜 2007년 대선에 3%의 지지율에 갇혔는지에 있다. 그것을 더 성찰해야 한다. 혁신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갖지 못하면 진보정당이 돌파하지 못한다. 양 당의 노력이 더 치열해야 한는데, 혁신의 노력보다 세력 연합으로 풀고자 했던 것 자체의 문제다. 통합 고민, 이해는 되지만 그것 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참여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정치세력에 문을 열까 말까하는 문제가 아니라, 민노당 당권파들이 전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노선, 그 전략적 노선에 아직 의결 일치를 못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진보정치 세력이 혁신해야 하는 과제는 밀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어떤 '혁신'인가?
= 정치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그 지지만큼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권자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들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컨트롤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집회.시위, 캠페인을 통해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정교하고 정밀하게 주장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진보신당 대구시당은 중앙당의 사업계획 팜플렛 나눠주기가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민주노총으로만 보여지는 노동자 접근만이 아니라, 지역의 노동자.영세상인.서민들을 어떻게 대변하고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지 고민이 축적돼야 한다. 그런 혁신이 우선이다.
- 통합 후에는 혁신할 수 없나?
= 선뜻 믿음이 안간다. 다시 운동권 정파연합정당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옛 경험을 보면, 국민을 향한 정치보다는 우리 내부의 싸움, 운동권의 정치에 빠져들 가능성이 더 많다.
- 통합 아니면 어떻게?
= 합당은 아니지만 연대.연합은 해야 된다. 한편으로는 경쟁하고 한편으로는 연대.연합해야 한다. 총선 때는 공동의 선거대책기구가 필요하다. 민주당.국민참여당 같은 자유주의.민주개혁세력과의 연대도 필요하다. 연대.협력은 통합과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
- 통합안 부결로 탈당이나 분당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 분당 가능성은 낮다. 통합안에 대한 54%지지는 당 대의원들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이 것을 무시하면 명분도 없고 당 지도자가 할 일도 아니다. 나도 고민이다. 분당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상처에 다들 힘들어할 것 같다. 찬성 중에는 당이 갈라지는 것을 막아야 하다는 표심도 있을 것이다. 세력 연합보다는 우리 내부적으로 더 치열하게 논의하자, 혁신 과제를 추진하자는 게 당심이다.
- 앞으로 어떻게?
= 이번 당 대의원대회를 통해 통합 문제는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더 이상 대의원대회에 대한 해석 투쟁은 무의미하다. 이 조건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를 고민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대구시는 시당.당협위원장 중심으로 대구에서 진보신당 고유의 정치 활동 계획을 세워햐 한다. 대구에 야권연대를 활발하게 제기하고 통합무산이 야권연대조차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행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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