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날치기'...나락 태우는 농민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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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집회> 'MB 영정' 태울까 경찰 진압, 2명 연행.석방..."농민, 우리가 뭘 잘못했나"


한미FTA '날치기'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MB 영정' 앞에서 '나락'으로 타올랐다. 그리고, 'MB 영정'마저 태울까 우려한 경찰의 진압으로 몸싸움이 벌어졌고 농민과 노동자 2명이 연행됐다. 농민들은 연행자를 태운 경찰버스를 막아섰고, '신분 확인'을 거쳐 풀려난 농민은 "농민이,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라며 분노했다.

한미FTA 날치기 통과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2011.11.23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미FTA 날치기 통과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2011.11.23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경북 시.군에서 가져온 나락 240가마를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 쌓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경북 시.군에서 가져온 나락 240가마를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 쌓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날치기' 통과된 다음 날, 11월 23일 오전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은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찬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오전 10시 30분쯤, 농민들은 경북 상주.안동.경산.영천.고령.봉화에서 싣고 온 40kg짜리 나락 240가마를 한나라당 당사 앞에 쌓았다.

그리고, 두 가마 분량의 나락을 길바닥에 풀어 그 중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영정'을 꽂았다. 검은 띠를 두른 영정 아래에는 '이명박을 지옥으로'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참가자들은 현수막에 적힌 '한미FTA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 총선에서 박살내자', '한미FTA 날치기 강행 통과, 이명박 정권 규탄! 한나라당 해체하라' 구호를 외쳤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과 대구경북진보연대,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연 '한미FTA 규탄' 집회였다.

농민들 앞에 쌓인 나락과 'MB 영정'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농민들 앞에 쌓인 나락과 'MB 영정'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MB 영정'이 꽂힌 나락에 시너를 붓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MB 영정'이 꽂힌 나락에 시너를 붓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경찰과의 충돌은 'MB 영정' 때문에 일어났다. 농민들과 사회단체 대표의 발언이 끝날 무렵, 농민회 간부는 '영정'에 꽂힌 나락에 시너를 뿌렸다. 경찰측은 "영정을 불태우는 건 안된다"며 "불태우면 처벌하겠다:고 메가폰으로 경고하며 경찰 병력을 나락 앞으로 집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영정을 빼앗으려는 누군가가 나락 앞으로 뛰어들었고 영정 끝부분이 부서지며 몸싸움이 벌여졌다. 그리고, 주최측이 나락에 불을 붙일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은 소화기를 뿌리며 밀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아수라장 같은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임채광 봉화군농민회장과 민주노총 임성열 대구지역본부 부본부장이 연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 버스를 막아섰고, 경찰은 "신원만 확인하고 풀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믿지 못하겠다"며 버텼고 연행자 2명이 풀려나서야 집회는 2시간 만에 끝났다. 한나라당 당사 앞에는 240가마의 나락이 쌓여있었다.

농민들이 'MB 영정' 꽂힌 나락에 불을 붙일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밀고 들어오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농민들이 'MB 영정' 꽂힌 나락에 불을 붙일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밀고 들어오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농민들이 'MB 영정' 꽂힌 나락에 불을 붙일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밀고 들어오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농민들이 'MB 영정' 꽂힌 나락에 불을 붙일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밀고 들어오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 버스를 막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 버스를 막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나락이 불타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나락이 불타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이재동 사무처장은 "나락만 불태우고 끝낼 계획이었는데 경찰의 침탈로 이 지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잘못된 통계만 내놓고 잘 될거라고 하고, 언론도 농민들의 피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의 분노...(왼쪽부터) 경북도연맹 이재동 사무처장, 임채광 봉화군농민회장, 성주에서 농사짓는 정한길씨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농민들의 분노...(왼쪽부터) 경북도연맹 이재동 사무처장, 임채광 봉화군농민회장, 성주에서 농사짓는 정한길씨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연행됐다 풀려난 임채광 봉화군농민회장은 "경찰이 소화기를 뿌려 정신없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나를 둘러싸고 잡아갔고 옷이 찢어졌다"며 "도대체 농민이,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라고 분노했다. 임 회장은 "우리 몸에 불지르고 싶은 심정"이라며 "너무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이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에서 농사를 짓는 정한길씨는 "도로에 나락 쌓는 심정을 누가 알겠냐"면서 "농업을 버리라는 이 정부를 어떻게 믿겠나,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특히, "정부가 식량을 수출해 농업을 육성하자는데, 식량 자급율이 25-26% 수준인 나라에서 뭘 수출하란 말인가"라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한미FTA '날치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의 규탄 발언이 쏟어졌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짓을 할 수 있느냐"며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게 식량무기인데, 자동차 팔고 식량주권을 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정부와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백 대표는 "MB를 대통령으로 뽑은, 한나라당을 밀어준 대구경북 시.도민의 책임도 있다"면서 "새 정권을 만들어 6개월 안에 한미FTA 비준안을 무효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 박정애 경산시의원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왼쪽부터)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 박정애 경산시의원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는 "용산 참사를 일으킨 사람들이 또 날치기를 했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박살내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도 "한미FTA 때문에 우리 경제도, 공공의제도 모두 미국 자본이 빨대로 빨아들이는 위기에 처했다"며 "MB를 반드시 심판하자"고 외쳤다. 박정애(민주노동당) 경산시의원은 "농민과 노동자들이 죽어가는데 시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국회의원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정권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밀고 오는 경찰을 집회 참가자들이 막으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밀고 오는 경찰을 집회 참가자들이 막으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편, 경북 시.군 농민회는 22일 한미FTA '날치기' 직후 상주와 의성, 영주, 안동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농성한데 이어, 24일은 서울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서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22일에 이어 23일도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날치기' 규탄 집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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