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원들 '이중 플레이', 눈 감은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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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몸종 아니다" → 본회의 팽개치고 "이상득 불출마 철회" 농성


2011년 올 한해 언론이 무시한 ‘10대 공갈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보도할 가치가 있었음에도 무시한 뉴스 1위로 ‘MB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비리 보도’가 뽑혔고, 2위 : '4대강 부실공사와 홍수예방 효과', 3위 'MB 내곡동 사저', 4위 : '선관위 사이버 테러와 여당 연루', 5위 : '종편 특혜', 6위 : '한미 FTA' , 7위 : '론스타 외환은행 먹튀 논란', 8위 : '위키리크스 비밀 외교문건 공개', 9위 : '제주 세계 7대 경관 사기 논란', 10위 :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주(19~25일)현직 언론인과 누리꾼 1,620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10대 공갈뉴스' 설문조사(중복 허용)를 진행한 결과인데요.

CBS변상욱 대기자는 27일 칼럼에서 ‘2011년 10대 공갈뉴스’와 관련 “해마다 언론사들이 올해의 10대 뉴스를 꼽지만 언론 스스로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데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취지로 주류 언론이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넘겨버린 뉴스를 챙기려 나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공천권에 몸사리는 한나라당 포항시의원

언론이 외면한 뉴스는 대구경북권에도 꽤나 많았는데요. 전국적 현안이 너무나 많아서, 은근슬쩍 언론이 놓치고 간 뉴스 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형님’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포항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양다리 플레이’(?)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소속 포항시의원들의 ‘양다리 플레이’(?)를 외면한 채 똑같은 오류를 방관하는 지역 주류언론에게도 반성을 촉구합니다.

<매일신문> 2011년 11월 16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11월 16일자 1면

지난 11월 15일, 여의도에서는 전국 시군구의회 의원 1,500여명이 모여 “우리는 국회의원의 몸종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날 행사는 2005년에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와 소선구제 환원을 요구하며 전국시군가치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이상구 포항시의회 의장)이 주최한 행사인데요.

겉으로는 ‘정당공천체 폐지’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정활동 보다는 정당활동을 우선시 하는 이들의 이중 생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나라당 포항시의원들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한 두번이 아닙니다.

포항시의회는 한나라당 24명, 민주민노진보신당 등 야당 3명, 무소속 5명 등 3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당적을 가진 의원들의 ‘양다리 플레이’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11년 12월 14일자 15면(영남)
<한겨레> 2011년 12월 14일자 15면(영남)

지난 12월 11일(일), 이상득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이 의원 지지자들은 12일(월) 불출마 철회 촉구 집회와 대책회의 등이 분주하게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포항시의회는 1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제182회 포항시의회 제2차 정례회 2차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었고, 포항시장 및 주요공무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포항시정에 관한 질의 및 2012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소속 포항시의원 다수는 시정활동 보다는 ‘이상득 불출마 대책회의’를 선호했습니다. <한겨레신문>과 <뉴시스>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본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이상구 의장과 이칠구 부의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소속 포항시의원 15명이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회의 중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며  “의석의원이 과반수를 겨우 넘긴 채 회의는 진행됐지만 본회의장은 듬성등성 빠진 자리가 많아 썰렁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야당의원들은 "시의회가 문을 연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시의회가 특정 국회의원의 불출마 때문에 마비될 지경이니 어처구니 없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한나라당 포항시의원의 '국회의원 몸종' 역할, 누차 반복

문제는 포항시의회 한나라당 소속 기초의원들은 자신의 의정활동보다 정당행사 또는 자신의 공천권을 가진자를 선택한 경우가 이번이 한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뉴시스> 2011년 7월 4일
<뉴시스> 2011년 7월 4일


지난 7월 5일은 <제176회 포항시의회 제1차 정례회 4차 본회의>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안건은 △ 2010년도 세입세출결산 승인의 건, △ 2010년도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 2011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 보고서(4건) 및 기타안건 처리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있었죠. 한나라당 포항시의원 24명 전원은 <4차 본회의>를 포기하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시의회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경북매일신문> 2007년 8월 9일자 2면(위) / 2007년 8월 10일자 2면
<경북매일신문> 2007년 8월 9일자 2면(위) / 2007년 8월 10일자 2면

2007년에는 더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2007년 8월 대선 후보 경선(이명박-박근혜)을 1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 소속 포항시의원들이 이명박 당시 후보 지지운동을 펴겠다는 ‘착한(?)’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즉 이명박 후보 경선 승리를 돕기 위해 경북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지운동에 나서기로 결의를 다졌지만,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통보를 받자 부랴부랴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지역언론, 포항시의원의 '부당 행위' 눈감나?

지방의원으로서 본연의 역할보다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인물을 우선시 하는 이들의 행위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체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겉으로는 정당공천체 폐지를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밥줄을 쥔 인물에 대해서는 과잉 ‘해바라기’ 경쟁을 벌이는 이들의 행보를 보면서 ‘국회의원의 몸종이 싫다’는 그들의 요구에 어느정도 진정성이 있는지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한나라당 소속 포항시의원들의 유사한 행동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더 문제는 그들의 ‘문제 많은’행동에 대해 지역언론 특히 지역 유력언론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그들의 ‘이중 생활’에 대해 시민들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언론에 의해 취사선택된 뉴스만 시민들에게 전달되겠죠. 선거시기가 되면 이 지역 유권자들은 늘 그렇듯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면 언론은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천하, 유권자의 의식이 문제’라며 슬쩍 자신의 책임을 유권자에게 돌려버리는 행위.

이런 일들이 수십년 동안 반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상 뒤에 감춰진 이면을 언론이 밝혀주지 않는다면,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자신의 임무를 타인의 오류라고 책임을 떠넘겨버린다면, 언론은 스스로 존재이유와 목적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66]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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