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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 기울어진 경제논리, 그 반론
박회정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저 |부키 펴냄 | 2010.10)
2011년 05월 20일 (금) 01:17:18 평화뉴스 pnnews@pn.or.kr

워낙 유명하신 경제학자님이 쓰신 책이라 처음부터 어렵고 생경한 경제용어들과 한판 싸움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보니, 정말로 경제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소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서 자본주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거 같다. 자본주의 비판서이기 때문에 다 읽고 나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사회를 내가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는데, 쓸데 없는 기우였다. 사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무작정 나쁘다고 비판하는 것도, 사회주의가 좋다고 선전하는 책도 아니다. ( 사실 나는 사회주의가 뭔지도 잘 모른다) 그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가야 좀더 현재의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 준다. 그리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에 대해서 지적을 해 준다.

참 명확하고 시원하게 맥을 집어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유시장이 최선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에게, 우리사회의 모든 시장의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경쟁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논리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떻게 반론을 제기해야 할 지 모르던 사람들에게 명확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준다.

   
▲ 장하준 저 |부키 펴냄 | 2010.10.
"우리 자본주의 사회는 한번도 자유시장이었던 적이 없었고, 지금도 완전자유시장이란 없으며,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은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유경쟁이란 말은 말이 안된다".
"개발도상국들에게 지원을 하려면, 정보통신의 발달이 사회발달의 최고 수단이라는 맹신을 버리고, 오히려 세탁기나 우물을 파 주는 것이 그쪽사회에서 볼 때는 훨씬 더 사회발전에 도움되는 일이다".
"노동자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면 사회주의로 가서 사회가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가 더 발전하게 된다"


이런 내용의 얘기들은 사실 어디 다른 데 가서 잘 듣지 못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사실은 사회주의적 요소였고, 사회주의적 제도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자본주의를 더 발전시켜줄 제도라는 것 등은 지금까지 우리가 듣지 못한 새로운 얘기들인 것 같다. 

"지금까지 자유시장주의자라는 사람들이 주장한 자유시장경제가 사실은 전체사회를 발전시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전체 시장의 자유스러운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사회주의자들의 주장 같지만 사실은 양심 있는 자본주의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무슨 주의에 매몰되어 진정으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제도도  공산주의다, 자본주의다라는 극단적인 시각으로 매도 할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인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을 읽어 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정치가들이 수없이 내놓는 수많은 경제공약들이 어떤 공약이 과연 우리 사회에 더 이롭고 바람직한 공약인지 궁금해서 였다.  4대강 사업을 하는 것이 나은지, 그 돈으로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이 나은지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였다. 정치가들은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 항상 경제학자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유수한 인재들이 연구를 해 본 결과 이러이러한 정책이 우리사회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들은 한나라에서 똑 같은 교육을 받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정반대의 정책이 나올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정반대의 의견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이루어진 많은 경제관련 정책들이 사실은 경제학자들이 명확하게 그 미래를 점쳐서 정치가들이 따라온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학자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을 제시할 뿐, 결정은 정치가가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4대강이든 동계올림픽이든 그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지금 금융권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금융파생상품들도 사실은 경제학자들 조차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상품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구호가 난무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최정점에 있던 미국과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지만, 우리보다 더 나은 사회발전을 이루며 산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가 기성 언론이나 제도 내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얘기임에는 틀림없다. 단지 23가지의 예로서 자본주의 전체를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특정한 나라가 우리사회가 나아 가야 할 가장 우수한 모델이다라고 시원하게 제시해 주면 좋으련만, 결코 그런 단정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이러이러한 제도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경제논리를 중간쪽으로 조금 옮겨 놓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하다. 돈이나 권력을 안겨주지 못하는 이런 책을 다만, 학자적 양심에서 옳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썼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 속의 길] 18
박회정 / 직장인. 경북대법대 민주동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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