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지식인과 시민사회단체가 "낙하산 사장 사퇴"를 주장하며 60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대구MBC 노조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29개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시민 280명은 "대구MBC 파업을 지지한다"며 선언문을 냈다. 이들 가운데, 20여명은 10일 오전 대구MBC에서 "낙하산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MBC 김재철 사장이 대구와 무관한 차경호씨를 대구MBC 사장으로 임명했다"며 "이는 청와대와 낙하산 사장이 대구MBC와 지역여론을 장악하려는 비열한 음모와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이 정도를 걸을 때에만 그 나라, 그 지역의 정론이 형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건설이 가능하다"며 "장기화로 치닫는 언론파업을 보며 대구 시민과 지식인들도 더 이상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MBC 김재철 사장 인사전횡 중지, 퇴진", ▷"대구MBC 차경호 사장 사퇴"를 요구했고,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구 시민들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권력과 영합한 자들의 지역과 언론사 길들이기는 옳지 못하다"며 "지역 언론 자율성을 위해 지역MBC 소유구조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최봉태 변호사는 MBC 본사가 지역사의 주식 51%를 소유한 것에 대해 "방송법 소유제한 위반"이라며 "시민주"를 제안했다. 최 변호사는 "방송법은 공영 방송사 주식에 대해 한 회사나 사람이 30-40%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MBC 본사가 지역 MBC 주식을 51%나 소유한 것은 소유제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인사를 서울에서 정하는 것은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라며 "대구 시민들이 대구MBC 주주가 되는 것이 오히려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김태일(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과정에서 지역 MBC 주식 51%를 본사 MBC에 강제 이전 시켰던 점을 지적하며 "낙하산 사장 저지는 지역방송 자율성과 공공성을 수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일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지역 MBC의 경영권을 빼앗아 가던 과정은 폭력적이었다"며 "처참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체인지대구 함종호 상임대표는 "어디서부터 지역의 자주성, 자율성, 자립성을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 볼 때, 당연히 언론이 앞서야 한다"며 "이 파업은 대구MBC 노조만의 싸움이 아니라 대구 시민들의 싸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또,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들의 파업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구MBC 파업을 지지하는 모임을 꾸려 대구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이장환 목사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방송이 있다면 그것은 '죽은 방송'"이라며 "국민들이 '죽은 방송'을 보고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그것 역시 '죽은 판단', '죽은 삶'"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MBC 노조는 "MBC 본사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3월 1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김재철 사장이 지난 4월 19일 대구MBC 사장으로 차경호 전 기획조정본부장을 내정하자, 노조는 4월 23일부터 TV.라디오 뉴스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차경호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차경호 사장 내정자는 주총을 통해 신임 사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업 중인 대구MBC 노조 조합원 60여명을 비롯해, 경북대 김사열(미생물학과) 교수, 경북대 노진철(사회학과) 교수, 경북대 김형기(경제통상학부) 교수, 경북대 김규종(노어노문학과) 교수, 영남대 김태일(정치외교학과) 교수, 영남대 이승렬(영문학과) 교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구인호 지부장, 최봉태 변호사, 정재형 변호사, 체인지대구 함종호 상임대표, 강금수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2012년 5월 현재서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난맥상에 접어들었다.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비리와 실정과 인사전횡은 극을 넘어선 상태다. 각종 부정부패와 뇌물수수가 판을 치고, 편법과 불법과 무법과 위법이 정당한 것처럼 보이는 해괴하고 기막힌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반발하여 문화방송, 한국방송, 와이티엔 등과 같은 거대언론 노조가 속속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지난 1월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였다. 문화방송 대구지부 역시 3월 12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파업 중이다.
김재철 사장은 4월 19일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을 대구 문화방송 사장에 내정했다. 낙하산이 낙하산을 임명함으로 대구와 무관한 인사가 대구 문화방송을 멋대로 전횡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노조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뉴스제작과 대부분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고 총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4월 20일에는 대구 문화방송 국장과 부장 18명 전원이 총사퇴하고 노조와 행동통일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에서 지명하는 낙하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내년으로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 문화방송 사상 초유의 일로써 역사에 길이 기억될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의 정수인 방송은 신문과 함께 언제나 시민의 알권리 충족과 공정한 보도의 최선봉에 서야 한다. 언론이 정도를 걸을 때에만 그 나라 그 지역의 정론이 형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건강한 나라와 지역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언론은 ‘제4부’로 불리면서 막강한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최고 권부를 비롯한 정부권력은 자유와 자율권을 보장함으로써 언론이 사회공론을 창출하는 공간으로서 제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화로 치닫는 문화방송 노조 파업을 지켜보며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권유지와 대선정국을 위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고도의 암수와 전술이다.
김재철 사장은 현임사장 임기 중에 자신의 측근인사를 사장에 선임함으로써 방송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스스로 짓밟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번 결정은 청와대의 낙하산 김재철 사장이 또 다른 낙하산을 투입해 대구 문화방송과 지역여론을 장악하려는 비열한 음모와 술책이 아닐 수 없다. 정도를 걷지 못하는 언론, 정론을 주도하지 못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부를 수 없다. 그것은 권력과 영합한 자들의 지역과 언론사 길들이기며, 시민주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자 모독이고, 나아가 언론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사이다.
이에 대구 문화방송 사태를 걱정하는 대구 시민들과 전문직에 몸담고 있는 지식인들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엄중하게 요구한다.
1. 김재철 사장은 인사전횡을 당장 중지하고 퇴진하라! 1. 차경호 사장 내정자는 사퇴하라! 1.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구 시민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