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종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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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남북 화해.통일 생각하는 나는 친북(親北)이고 종북(終北)이다"


 이명박 대통령(이하 MB)이 지난 28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MB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내부의 부정선거 파동으로 온갖 실정이 묻히는 바람에 레임덕이 유보되는 것을 보며 기회는 이때다 싶은 모양이다. 아마 대선이 다가올 수록 부각될 MB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종북세력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싶은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중앙일보> 2012년 5월 29일자 1면
<중앙일보> 2012년 5월 29일자 1면

지난 4월말 이후 근 한달동안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와 무시무시한 종북척결 파동이 신문의 뉴스 1면과 방송의 헤드라인 뉴스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1달만 돌아보면 아마 대한민국의 제 1당이 통진당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다. 그리고 지난 4년동안의 집권세력 역시 MB 정부와 한나라당(지금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과 종북세력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이다.

 무차별적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등 반노동적 정책으로 노동현장을 파괴한 세력이 누구인가? 민간인 사찰과 언론장악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세력이 누구인가? 막무가내식 4대강 사업 추진으로 국토와 환경을 피폐화시킨 세력이 누구인가? 비핵개방 3000이라는 비현실적 정책과 대북강경정책으로 한반도를 긴장의 일상화 상태로 몰아넣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세력이 누구인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과 잘못된 환율정책으로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서민경제를 힘들게 한 세력이 누구인가?  무능력한 국정운영 능력과 권력 실세들의 사익추구로 인해 어렵게 발전해 온 경제와 민주주의를 뿌리채 흔들리게 한 것은 바로 지금의 집권세력인 MB와 새누리당이 아닌가?

 종북세력이 실제 하는지 또한 실제 한다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의 삶을 힙겹게 하고  민주주의 후퇴와 서민경제 몰락, 남북관계 파탄에 책임져야 할 MB가 종북세력 운운하는 것은 그래서 생뚱맞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종북세력이 척결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마냥 맞장구치는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도 MB의 지난 4년간의 국정실패를 면죄시켜 주는 공범자이긴 매한가지이다.     

<조선일보> 2012년 5월 30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5월 30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5월 30일자 5면(정치)
<조선일보> 2012년 5월 30일자 5면(정치)

 북을 추종하고 북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문제라는 MB의 말에 따르자면 북을 모방하는 것도 종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마찬가지로 북의 지도자나 체제를 찬양하는 것이 찬양고무라면 북의 공포를 과장하고 북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역시 찬양고무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객관적 근거 없이 통화불량을 북한탓이라 한 SKT도 종북세력이고 농협 해킹을 북한소행으로 발표한 정부도 종북세력이 아닐까? 자기 먹을 것도 없어 체제다지기도 바쁜 북이 우리사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보고 모든 것을 북한탓으로 돌리는 수구냉전세력이 어쩌면 진정한 종북세력일지도 모르겠다.

 북의 체제를 지향하고 북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종북세력이라면 과연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만일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영향력이 우리사회를 좌지우지 하거나 실제 혼란을 일으킬 정도가 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MB가 종북세력도 변화해야라고 공세를 편 의도는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것도 종북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MB정부의 실정을 단순히 덮는 차원을 넘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세력, 특히 통진당과의 야권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야당과 범민주세력에게까지 종북의 이미지를 씌워 대선판까지 몰고 갈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면 과도한 추정일까? 또한 혹여 이 기회에  북과의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거나 분단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문제제기 하는 사람이나 세력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분단체제를 영원히 고착화시키고 싶은 유혹에 빠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과감히 종북세력임을 커밍아웃 하고자 한다. 북과 친해지는 것이 남북의 화해와 협력, 통일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친북(親北)이다. 민족적 관점에서 북녘동포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만들어온 우리민족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땀을 사랑하기에 나는 애북(愛北)이다. 그리고 북을 제대로 보려면 북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지북(知北)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의 지도자 선출과정과 체제를 지지하고 지향할 수 없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존북(尊北)이다. 게다가 북을 연구하고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갈라진 우리민족의 통일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안녕을 위해 종일 북을 생각하고 남북관계를 걱정해야 하는 나는 종북(終北)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태어나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 민족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북(親北)하고 애북(愛北)하고 지북(知北)하고 존북(尊北)하며 종북(終北)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운명이 아닐까?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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