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전한 '이주노동자'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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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10건 중 6건 '체불' 관련..."퇴직금 줄 생각 않는 사업주 많아"

 

경남 고성의 한 선박제조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중국인 A(44)씨와 B씨(44)씨는 지난해 7월과 8월까지 두달 치 임금 370만원을 각각 받지 못했다. 원청업체에서는 이들의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했지만 하청업체 사주가 이들의 임금을 갖고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등록 신분인 이들은 자신들이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었다는 사실도 임금이 체불된 뒤에야 알게 됐다. 이들은 회사를 옮긴 뒤 올해 3월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C(39)씨는 지난해 6월 2일부터 올해 6월 2일까지 1년간 근무한 경북 상주의 한 중소기업을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사측은 지난 5월 31일 C씨에게 퇴사를 통보하면서 근무기간이 1년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직급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불복한 C씨는 이틀간 회사에 출근했지만 사측은 이 기간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2010년, 2011년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상담통계 (단위 / 건) / 자료.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2010년, 2011년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상담통계 (단위 / 건) / 자료.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의 상담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전체 상담건수 2,623건 가운데 임금.퇴직금 관련 체불 상담이 64.5%(1,691건)을 차지했으며, 올해 10월까지도 전체 상담건수 2,235건 가운데 51%(1,139건)나 됐다. 노동청 진정이나 상담소 자체 해결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아낸 금액은 지난 2010년에는 16억7,815만원이었으며, 올해도 11억5,016만원이나 됐다.

또, 2010년과 2011년 임금.퇴직금 체불 상담 가운데 노동청 진정 사례(중복 집계)는 각각 1,289건(76%)과 950건(83.4%)이었으며, 자체 상담 해결은 1,005건(59%)와 573건(50.3%), 검찰 고발은 132건(8%)와 115건(10.1%)이었다.

2010년, 2011년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노동상담 통계 (단위 / 건) / 자료.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2010년, 2011년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노동상담 통계 (단위 / 건) / 자료.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소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생각보다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보다 아래에 있다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담의 60%가량이 임금과 퇴직금 체불 관련 사례"라며 "사업주가 일부러 임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퇴직금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사업주가 대부분"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이 아파서 일을 쉴 경우 서류상으로 퇴직시킨 뒤 재입사 처리하거나 다른 편법을 이용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증거가 우선이기 때문에 근로시간과 근로기간을 입증할 만한 증명자료가 필요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컴퓨터 사용과 한국어가 익숙하지 못해 사업주들에 비해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내더라도 체불임금의 60~70%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최미아 상담팀장은 "비자가 있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에 따라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임금을 체불 당하더라도 돌려받는 경우가 비교적 많지만,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의 경우 근로시간과 근로기간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체불임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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