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보도와 '안철수' 보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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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공천헌금 책임론과 '안철수 아저씨' / <영남> '반면교사'


 오심도 경기의 일부?

오심은 웨일즈 올림픽 축구경기장에서도 이어졌다. 그것도 결정적인 페널티 킥 오심이었다. 이에 앞서 신아람 선수가 런던 펜싱 경기장에서 울었다. ‘시계를 붙들어 맨’ 심판의 편파 심판 때문이었다. 조준호는 유도 경기장에서 울었다. 3:0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심판위원장의 호령 한 마디에 0:3으로 뒤집었기 때문이었다. 1등 선착에 웃음 짓던 마린보이 박태환에게는 실격 판정을 내렸다. 번복했다고는 하지만 맥을 완전히 끊어놓았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국제펜싱연맹 관계자 말)라는 막가파식 심판의 행패들이 지금 이 시간 런던올림픽 경기장을 짓누르고 있다.

오심의 원인은 무엇인가? 심판을 제대로 볼 능력이나 장비가 모자라서? 실수? 절대 그렇지 않다. 세계일류 심판진들이고 막강한 재원을 갖추고 있다. 정당한 승부라도 내 편이 불리하면 뒤집으려는 고의성이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월계관의 영광을 시궁창에 처박아놓고도 오심을 강행해야 했다. 이런 식이라면 심판이 필요 없다. 심판의 존재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를 향한 도전에 장벽이 될 뿐이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란 올림픽 슬로건은 올림픽 경기 진행을 움켜쥐고 있는 올림픽 권력들에게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올림픽의 도전정신에 요지부동 장벽을 쌓는 고의 오심 사태는 한 때의 해프닝 소동이 아니라 올림픽 자체를 망치는 암 덩어리. 그러면 진실보도와 소통의 책무를 지고 있으면서도 곧잘 진실을 뭉개고 비틀어 꽈배기를 만들기를 일삼는 우리언론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올림픽 심판들과 겨루면 어느 편이 이길까? 승부는 선수의 경기내용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마음이라는 것을 ‘일부’ 올림픽 권력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진실이야 무엇이든 언론이 다루고 언론이 쓰면 그게 보도라는 것을 우리나라 ‘일부’ 언론권력이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보도

<매일신문> 2012년 8월 3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8월 3일자 1면

 '박근혜 책임론' 회피


‘친박계 공청위원 의혹 돌출/野, 박근혜 책임론 총공세/다른 인사 연루설도 잇따라’ 란 작은 제목을 단 이 보도는 박근혜가 비상대책위원으로서 ‘공천개혁을 외치면서 새누리당의 4.11 총선을 총지휘했음에도 그 ‘지휘’에 대한 책임은 없이 다만 ‘박 후보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에두르고 있다. 정치권의 동향 전달에 초점을 맞출 뿐 박근혜가 총지휘했는데도 새누리당은 바뀌지 않고 ‘차떼기정당’으로 구조화돼 있는 사정은 다루지 않는 것이다. ‘사당 논란’(매일신문 7. 16. 1면 머리기사)이 끊이지 않을 만큼 ‘새누리당=박근혜’ 란 권력이 공고한데도 ‘공천헌금’ 의혹이 터졌다면 새누리당, 또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모두가 문제일 텐데, 사태가 심각하면 할수록 ‘대세론’에 안주했던 박근혜의 리더십 실상에 대한 의문이 커질 텐데 그것에 대해 직접 취재보도의 메스를 들이대지 않고 ‘동향’ 전달, 그것도 완곡한 수준의 전달에 그치고 있다. 박근혜 리더십, 박근혜 책임론 회피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매일신문> 2012년 8월 3일자 3면(종합)
<매일신문> 2012년 8월 3일자 3면(종합)

같은 내용을 다룬 3면 기사 「돈 공천 의혹 3H “사실무근” …공은 검찰로」는 돈을 주고 국회의원직을 사는 부패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사실은 다루지 않은 채 돈 공천 의혹을 사고 있는 수면 위의 세 인물 관련 이야기로만 채웠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새누리당의 돈 공천 사실을 고발했을 때는 그에 대한 상당한 자체 조사가 뒷받침됐을 텐데도 헌법기관이 새누리당을 고발하기까지 과정은 간 데 없고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면서 검찰의 역할만 부각하고 있다. 매일신문의 공천헌금 관련기사는 시종일관 수면 위의 그렇고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로 채움으로써 새누리당의 부패구조는 손도 대지 않았다. 썩을 대로 썩은 ‘박근혜 사당’의 ‘암덩어리’를 가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흥미만 자극하면서.

 1면과 사설의 거리

썩을 대로 썩어 자정능력을 상실한 ‘박근혜 사당’에 대해 같은 날 매일신문 사설(31면)「공천헌금 의혹 제기된 자체가 개탄스럽다」는 새누리당의 부패구조가 얼마나 치유불가능하며, 사태가 터질 때마다 내놓은 사과와 쇄신 약속이 허구였는지 대체적인 윤곽을 비춰주고 있다.

<매일신문> 2012년 8월 3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2년 8월 3일자 사설

“공천 헌금 의혹이 새누리당에서 제기된 상황도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새누리당은 과거에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썼고 올해 초에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며 그때마다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당명까지 바꾸며 공천을 통한 정치 쇄신을 다짐했지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다시 국민을 기만하게 되는 것이다.”

논설기자는 박근혜가 공천헌금의혹을 지켜보는 입장이 아니라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를 밝히고 문제가 드러나면 사과하라고 했다. ‘대선국면을 의식하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의 부패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언론의 말이 안고 있는 ‘행간’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물론 이 논설에서도 박근혜의 추락한 리더십은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도 독자들이 시선을 붙드는 1면 등 주요 지면의 기사는 돈으로 정치를 오염시키는 부패구조, ‘1인정당-사당’의 독재적 권력 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점 다루기는 간 데 없이 알쏭달쏭 ‘꽈배기’ 보도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세 치 혀가 진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안철수 보도와 박근혜 보도

<매일신문> 2012년 7월 26일자 6면(정치)
<매일신문> 2012년 7월 26일자 6면(정치)

「50.9% > 41.7%」표제어 앞과 뒤에 안철수와 박근혜 캐리커처를 각각 그려놓았다. 「지지율 다시 급등…대선정국 ‘안철수 태풍’」이 기사의 눈이다. 이것만 봐도 안철수의 박근혜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매일신문이 이 기사를 1면이 아닌 6면으로 ‘격리’해 다룬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지지율이 그 반대로 높았다면 과연 6면에 다뤘을까? 매일신문이 박근헤와 안철수, 안철수와 박근헤를 내심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풍향계 같은 구실을 하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끈다.

먼저 8월 2일 27면 오피니언의 「안철수 교수는 바른 생활 아저씨일까」. 이 글은 매일신문 논설실장의 칼럼이다. 필자가 여성이라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여성독자들이 많이 볼 것으로 짐작되는 이 글에서 ‘미디어창’이 문제 삼는 것은 안철수에 대한 칼럼 필자의 시각이다.

<매일신문> 2012년 8월 2일자 27면(오피니언)
<매일신문> 2012년 8월 2일자 27면(오피니언)

칼럼 필자는
․하나는 과연 ‘안철수 교수는 바른 생활 아저씨’이기만 할까라는 생각이다.
․둘째  안철수 교수는 말과 행동이 같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셋째는 안철수 교수가 한 말의 진정성이다.
라고 아주 부드럽게, 그러면서 흥미를 자극하는 글을 썼다. 글을 쓸 자유는 누구에게도 있다. 다만 매일신문이 안철수 교수에 대한 검증을 하는 방식이 눈길을 끌 뿐이다. 칼럼 필자는 위 글에서 안철수 교수에 대해 이런 주문을 했다.

“썩은 기성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세력의 지지를 온몸에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그의 신조대로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사는 첩경이 대권가도뿐일까, 그 대권가도가 지천명에 접어든 올해 선거뿐일까? 이제 쉰을 넘어선 안철수 교수가 영국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페이비언협회처럼, 그런 피 없는 혁명, 소리 없는 전진을 이끌어가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러면 이 칼럼 필자는 과연 박근혜에겐 어떤 대접을 했을까. 매일신문 6월 21일치 「여성대통령 불가론」제목 칼럼에서 이 칼럼 필자는 역사상 여성 지도자들이 얼마나 많으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언급하며, ‘여성대통령 불가론’을 전개해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정치인 이재오 발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다뤘다. 물론 다루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거기엔 이재오의 변명을 배제했다. 당시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재오는 ‘와전’아라고 ‘여성대통령 불가론 논란’을 일축했다.

<매일신문> 2012년 6월 21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2년 6월 21일자 사설

이 칼럼은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특히 NYT의 기사를 인용해 ‘AD 1000년부터 1999년 사이를 살다간 정치 지도자’ 가운데 최고 정치지도자는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재위 1558~1603)였다’고 강조했다. 그 시대를 살다간 최고의 정치지도자가 누군지는 한 마디로 비교하기 곤란하다. NYT가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라고 했다면 그것은 그 신문 나름의 판단이고 의견일 뿐이다. 시간과 공간 위에서 활동한 인간과 인간의 활동, 그 관계를 다루는 역사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 가운데는 아마 NYT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NYT라는 매체의 후광을 이용해 그 신문의 판단, 의견에 불과한 ‘처녀 여왕’을 그토록 강조하는 태도이다. 우리나라의 낮은 여성권한척도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재오를 때리면서 박근혜를 연상시키고 부각하려 한 것은 아닐까. 왜 많은 분야 중에서도 굳이 ‘정치지도자’를, 그것도 ‘처녀여왕’을 선택해 강조했을까? 여성역할을 수행하고 발휘할 분야가 정치인 외에 교육자 ×××, 경영인 △△△ 등 많고도 많을 텐데 말이다. 

 <매일> '안철수 아저씨' <영남> '반면교사'


매일신문이 이런데 영남일보는 저렇다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 각각 주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멍석을 깔고’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론장에서 보편적인 가치와 룰을 가지고 검증하는 것인지 하는 점에 이르면 얼마든지 비교할 수 있다.

<영남일보> 2012년 7월 27일자 사설
<영남일보> 2012년 7월 27일자 사설

「안철수 현상, 정치권의 반면교사다」제목을 달고 있는데 안철수가 부각되고 있는 것에 대한 접근 태도가 객관적이고 열려 있어서 두드러진다.

“안철수에 대한 높은 지지가 ‘온전한’것인지, 아니면 거품이 낀 것인지는 그 누구보다 본인과 열혈 지지자, 즉 측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 판단할 일이다. 그 결과 ‘현상’이 ‘사실’로 굳어지면, 우리는 자연스레 주연급 배우를 한사람 더 등장시키게 되는 셈이다. 바야흐로 2012 대한민국 대선 시청률이 지구촌 축제인 런던 올림픽을 능가하는 잔치판이 되지 않을까, 예단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매일신문의 지향점과는 사뭇 다르다. 매일신문은 제목부터 「안철수 교수는 바른 생활 아저씨일까」라고 해 안철수에 대한 불편하고 뒤틀린 심기를 ‘그래, 너는 얼마나 잘 났느냐’ 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안철수를 ‘배제해야 할’ 인물로 점찍은 것. 안철수는 ‘틀렸다/안 된다’는 시각이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각각 안철수를 말했지만 잘라 말하면 영남일보 논설기자는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안철수’를 언급했고, 매일신문은 ‘아저씨’로 비아냥거리며 ‘정치가 아닌 다른 일이나 하라’는 접근이었다.

스트레이트, 사설, 칼럼…이 다를 것 같지만 신문에 실리는 모든 글은 상품이며, 독자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거기엔 룰이 있어야 한다. 진실과 본령을 저버리고 ‘멍석’을 깔거나, 거두절미, 침소봉대하거나, 꽈배기를 만드는 것은 지금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는 올림픽 심판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올림픽 경기 심판들이 경기 진행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노려 오심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올림픽 권력과 연결되는 배경이나 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의로 오심을 저지르는 심판들은 올림픽 권력의 의중을 경기장에서 실천하는 하수인들이다. 올림픽․스포츠정신을 시궁창에 처박으면서. 시민들의 정보원인 지면을 독점하고 있는 언론(특정분야를 독점하고 있으면서 그에 따른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조직도 마찬가지다)은 런던 올림픽의 오심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영혼을 파는 언론’이 되지 말기를 바라면서.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9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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