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연장 비용 100억 vs 23억...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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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10대 국민관심사', 투표시간 연장 비용 논란...언론은 '말싸움'만 중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어떤 기분일까요? 유권자가 원하는 10대 민생공약을 조사하고 각 후보들의 답변을 보도자료로 공개했는데요, 투표시간 연장시 추가비용이 약 100여억원이라고 결과를 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전혀 다른 금액을 제시해 ‘움찔’했는데도. 대부분 언론이 너무 조용합니다.

이 자료들과 논쟁을 언론이 주목하지 않으니 유권자의 관심도 닿지 않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선관위는 “‘잘해도 그만, 오류가 나도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그럭저럭 현상유지만 하자”며  선거업무에 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역언론은 외면했지만 유권자에게는 주요한 자료가 될 정보들을 구석구석 뒤져봤습니다. 이 내용들이 향후 삼삼오오 모인 술자리에서, 아니면 표심을 결정하는 정보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길 기대합니다.

공기업 민영화·복지재정 확대·일제고사 폐지 | 빅 3후보간 뚜렷한 차이

<부산일보> 2012년 10월 25일자 3면(이슈&심층)
<부산일보> 2012년 10월 25일자 3면(이슈&심층)
지난 달 24일 선관위는 홈페이지에 10대 국민관심사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을 발표합니다.

같은날 발표된 각 후보들의 제시한 선거공약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선관위가 준비했던 10대 국민관심사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은 특히 MB정부 내내 뜨거운 이슈였던 정책에 대한  후보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10대 국민관심사 중 가장 의견차이가 큰 항목은 △ 공기업 민영화 △ 복지재정 확대와 무상의료 실시 △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폐지 여부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조건부 찬성,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반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사안별 접근이지만, 인천공항과 KTX민영화 반대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구요, 복지재정 확대로 인한 무상의료에 대해서도 박 후보(새)는 ‘반대’, 문후보(민)는 찬성, 안 후보(무)는 부분적 찬성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한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라 할 수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폐지 여부에 대해 박 후보(새)는 ‘폐지하면 안된다. 즉 일제고사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문(민)-안(무) 후보는 각각 찬성입장을 보였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정당학회에 의뢰 선정한 10대 국민관심사는 경제·민생, 사회·복지,·교육·환경, 정치·행정 등으로 분류했으며, 각 항목은 △ 비정규직 정규직화 △ 공기업 민영화 추진 △ 부유세 도입 △ 복지재정 확대 및 무상의료 실시 △ 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 원자력 발전소 증설 △ 대통령 중임제 개헌 △ 지방정부 재정권한 강화 △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 △ 외교안보정책을 미국중심에서 탈피하고 노선 다양화 등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선관위의 이번 역할은 꽤나 칭찬해줄만한데요. 정작 이 뉴스에 주목한 언론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과 <부산일보> 등에서는 그래픽 작업으로 유권자가 각 항목별 차이점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편집했지만, 대구경북권 언론에는 뉴스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경향신문> 2012년 10월 25일자 6면(정치)
<경향신문> 2012년 10월 25일자 6면(정치)

그래도 나름 현명한 유권자라고 한다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정책공약알리미’사이트에 접속하셔서, 10개 정책에 대한 각 후보별 입장 및 기본입장에 대한 이유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 문서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투표시간 연장 비용 논란 100억원 vs 23억 … 누구 말이 맞나?

한편 최근 대선의 가장 큰 이슈로 ‘투표시간 연장’이 크게 떠오르고 있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선관위가 예산편성할 때 일관성 있는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즉 선관위에서 투표시간이 2시간 연장되면 100억 정도의 예산이 든다고 했는데, 국회 예산처의 추가 비용 예산은  약 23억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선관위의 예산 책정방식이 타당한가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정작 투표시간이 연장된 재보궐선건에서 선관위는 추가예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재보궐선거는 임시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시간이 보통 8시까지 (즉 일반 투표시간보다 2시간 연장)인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투표시간은 연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연장 근무 비용을 일체 지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선관위의 예산 책정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특히 투표시간 2시간 연장시 100억 추가비용을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도록 자료를 구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그 과정을 차분히 따져보겠습니다. 행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현실화할 때 차분하게 하나하나 따져볼 것이 정책의 타당성 및 정책 실현 예산의 적절성여부 일 것입니다. 선관위가 대선 후보에게 공약과 함께 임기 중 공약 추진 계획서, 예산 확보방안 등을 함께 제출하라고 요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즉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화두가 아무리 타당하고, 지지여론이 높다고 하지만, 그 정책을 현실화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 예를 들어 대한민국 1년 총예산이 든다면 해당 사안을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정부는 차선과 차차선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텐데요.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 찬성과 반대 측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지원할 수 있는 이론과 논리와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다음단계 논쟁의 주제는 정책 현실화 예산일 것입니다.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게 자료를 요청합니다. 투표시간이 2시간 연장되었을 경우 소요비용이 어느정도냐고. 선관위는 투표시간 2시간 연장 추가 비용을 약 100억7천875만원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투표관리 비용
투표관리 비용 | 중앙선관위 (단위 : 명, 천원)
투표관리 비용 | 중앙선관위 (단위 : 명, 천원)

 개표관리 비용
개표관리 비용 | 중앙선관위 (단위 :명, 천원)
개표관리 비용 | 중앙선관위 (단위 :명, 천원)

그런데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다른 자료를 제출하게 되는데요. 중앙선관위의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비용산출이 적합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 예산정책처에 다시 한번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투표시간 2시간 연장시 추가 비용이 약 23억정도, 3시간 연장시 34억 정도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는데요.

 투개표관리 비용
투개표 관리비용 | 국회예산정책처 (단위 : 명, 천원)
투개표 관리비용 | 국회예산정책처 (단위 : 명, 천원)

선관위가 제출했던 100억과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가 비용 예측치와는 약 5배나 차이가 납니다. 

시사블러거 아엠피터와 <연합뉴스> 등에서 선거 추가비용의 차이를 꼼꼼하게 분석했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투표시간이 2시간 연장되었을 경우 선거 당일 투개표 인력에 대한 인건비 및 관리비용 계산에서 ‘2교대’로 해야 하는가? ‘2시간 연장근무’의 형태로 봐야 하는가라는 점입니다.

선관위는 ‘2교대’로, 국회 예산처는 ‘2시간 연장 근무’로 계산했기 때문에 선거관리추가비용에 약 5배의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어느 계산법이 맞는지 선관위는 해명해야 할 것 같구요.

<연합뉴스> 2012년 11월 1일
<연합뉴스> 2012년 11월 1일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재보궐선거때 선관위의 예산 사용내역을 분석해보면 답을 알 수 있을텐데요. 통상 재보궐선거 투표시간은 오후 8시까지입니다. <연합뉴스>가 지난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0.1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관위는 투개표시간 연장에 따른 추가 수당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관위입장에서는 머쓱했을 것입니다. 투표시간이 연장되었을 경우 추가 비용문제에 대한 선관위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고, 약 100억원 비용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자료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장황하고 복잡한 상황을 지역언론에서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 지역언론은 각 정치세력의 말싸움만 중계, 이것이 정책논쟁이 아니라 각 집단간의 소모적인 싸움이라는 인상만 주고 있을 뿐입니다.

지역언론, 유권자에게 책임 전가하지 마세요!!

최근 지역언론의 대선 보도 뉴스는 조금 심심합니다. 주요 현안마다 논란의 핵심은 쏙 빼놓은 채 그냥 구경꾼처럼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그저 그런 기사만 편집하고 있던데요.

지역언론의 편집방향이 유권자가 알아야 할 주요한 뉴스는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기사를 중심으로 편집하겠다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방향이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현명한 유권자는 우리가 알아서,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이것 만은 꼭 삼가해주시길 간곡하게 원합니다. 투표 전날과 당일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선거 다음날 ‘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며 선거 결과의 모든 책임을 유권자에게 슬쩍 돌렸던 사설과 칼럼, 이제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08]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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