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언론스럽지 않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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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핑크레이디에서 우리 언론을 보다


<개그콘서트> 반짝 인기 코너 <핑크레이디>에서 우리 언론의 모습이 빙의됩니다. 그리고 <핑크레이디> 가 잠깐 주목받다가 최근에 ‘통편집’이라는 굴욕을 당한 것을 보면서, 언론의 미래 모습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첫 전파를 탄 <개그콘서트>의 새코너 ‘핑크레이디’. 분홍색 쫄쫄이와 헬멧을 쓰고 악당을 물리치겠다며 등장하는 핑크 1호, 2호, 3호, 그들을 발명한 김장군(아버지), 조승희(어머니)등이 어우려져 엉뚱‧발랄‧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데요. 

10월 28일 첫 방송에서 <개그콘서트> 각 코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로 등극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핑크레이디’는 11월 중순경 ‘핑크레이디는 누구?’라는 키워드로, 다수의 언론에 노출되면서 더 많은 시청자가 주목하게 되는데요.

개그콘서트 '핑크레이디'
개그콘서트 '핑크레이디'
그런데 언론이 이들을 조명하면 할수록, 시청자의 반응은 시큰둥해졌습니다. 첫 방송에서 시청율 1위를 기록했던 이 코너는 회가 거듭될수록 누리꾼 반응이 시들해졌고, 결국 6회째 방송이 예정된 12월 2일에는 ‘통편집’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핑크레이디’ 노래를 따라부르고, 악당을 물리치는 깨알 같은 방법에 푹 빠져, 기존의 영웅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 그 캐릭터의 활약상을 즐겼던 저로서도 ‘통편집’이라는 상황은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지인들과 함께 ‘핑크레이디’와 관련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봤습니다. 개그콘서트 작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시청자가 보기에 불편했던 점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대화에서 서로가 가장 많이 공감했던 내용은 핑크 1호, 2호, 3호의 행동방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위험에 닥친 지구별 시민들을 위해 자기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김장군(아버지), 조승희(어머니)가 끊임없이 명령을 내립니다. “핑크레이디 출동”, “핑크로프를 쓰자”, “핑크 투시경을 사용”, “변신”, “핑크레이디 소환” 등등. 그 명령에 의해 그들은 움직이고, 행동하고(물론 그 행동이 엉뚱발랄하며, 이것이 이 코너의 웃음 포인트입니다), 다음을 기약하게 됩니다. 즉 김장군(아버지)와 조승희(어머니)의 명령을 기반으로 핑크레이디의 ‘핑크’주문을 외고, 출동, 문제해결, 소환 등의 행동에 임하는 것입니다. 

핑크레이디 캐릭터에 언론사 사장과 언론인을 대입해봤더니

논리적 비약같지만,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핑크레이디’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네 언론의 현재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핑크레이디 부모님역할인 김장군(아버지), 조승희(어머니)에 특정 대선 후보와 뜻을 함께 하는 언론사 사장님들을 대입하고, 핑크1,2,3호에 해당 언론사 기자 등을 포함시키면 아주 재미있는 조합이 나오는데요. 핑크레이디에서 김장군(아버지), 조승희(어머니)의 출동명령을, 특정 언론사 사장님들이 자신의 직원(기자들)에게 내리는 ‘보도 편집 지침’으로 바꾸어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언론사 사장의 명령을 받은 해당 언론인들은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충성스러운 행동을 해야 하지만, 핑크 1,2,3호의 엉뚱 발랄함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깨알 같은(?) 문제점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죠. 해당 코너에서는 시청자는 웃음으로 화답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최악의 선거보도’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언론노조가 지난 10월부터 누리꾼들과 함께 최악의 대선보도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까지 7차례 선정된 ‘최악의 뉴스’ 중에는 MBC가 5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의 MBC보도를 ‘최악’이라고 선정한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악의적 왜곡, △문-안 단일화 협상을 ‘싸움 중계 관점에서 서술’, △ ‘박근혜 후보 띄우기’ 등입니다.

선정된 ‘최악의 대선 보도’ 중 11월에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만 본다면 <文-安 단일화 정면 충돌…가시 돋친 '설전'> (11월 20일), <朴, "고금리 해결하겠다"…국민행복기금 제시> (11월 11일), <새누리 "밀실 야합·정치공세"…여성 대통령이 쇄신>(11월 7일) 등입니다.

MBC 뉴스데스크(2012.11.20)
MBC 뉴스데스크(2012.11.20)

누리꾼들은 각각의 뉴스가 ‘최악’인 이유는 "단일화 협상의 진행 상황을 철저하게 싸움 중계의 관점에서 전달했다", “11일 세 명의 대통령 후보가 일제히 공약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공약만을 단독 꼭지로 구성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당일 최대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논의보다 비난 기사를 먼저 내보냈다"는 것과 “여성대통령이 정치 쇄신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KBS‧MBC’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핑크레이디 통편집 교훈- 개그는 개그답게, 언론은 언론답게

10월 마지막주와 11월초까지 반짝 인기를 누렸던 ‘핑크레이디’가 그 인기를 한달도 채 못되 12월 첫주에 ‘통편집’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 상황 보다 더 놀라운 것은 ‘통편집’에 대해 가시 한줄, 누리꾼들의 대응 댓글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지인들과 제가 불편했던 그 점이외에 어떤 사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검색어 1위, 시청율 1위를 차지했던 코너가 ‘통편집’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 기사 한줄, 누리꾼 반응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개그 코너가 개그스럽지 않으면 시청자와 만날 수 없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교훈이며, 그 판단의 근거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호응도 일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후보 당선을 지향하는 언론사 사장님들의 명령에 복종하는 언론인들이 ‘언론스럽지 않은 언론’,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은 언론’으로 낙인찍히게 되면, 그들의 생명력도 오래 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메이저언론사에 제기 하는 ‘편파왜곡보도’라는 비판도 그나마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애정마저 고갈되는 시점이 온다면, 애정이 애증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으로 전락해버린다면 (MBC뉴스 시청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언론의 생명력은 끝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은 ‘공정성’이며, 언론이 무서워해야 할 존재는 시민(시청자, 독자)들입니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는 언론파업에 참가하면서 이 코너를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소속된, 아니면 또 다른 언론의 ‘병폐’를 한방에 알려줄 그 무엇을. 그 방법은 유신과 군부독재라는 암울한 시기를 거치면서 언론인이 느꼈던 ‘깨알 같은 재미’,  즉 TvN의 <여의도텔레토비>처럼 정치권의 문제를 대놓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개그콘서트> 코너 행간에 꼭꼭 숨겨진 제작자의 숨은 의도를 시청자가 조금씩 조금씩 알아차리도록.

‘핑크레이디’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음주에 방송되길 기대합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12]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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