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선거운동원 노릇'을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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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은경 / "신문ㆍ방송 거듭나야 한다. 당당한 여론 수렴자로서"


18대 대선과 관련, 대구지역의 한 메이저 일간신문은 끝도 없이 ‘밀양공항’을 주장해왔다. 부산 ‘가덕도공항’도 인정은 하지만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인정은 하지만 안 되다니?” 그 무슨 말인가 했더니 “글쎄 안 된다는데”라는 것. 이쯤 되면 “안 된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밀양공항’도 내력을 보면 당초에는 ‘영천공항’에서 출발했다. 여론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가 경상남도에서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하니까 이도저도 아닌 ‘밀양공항’으로 엉거주춤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말인데, ‘밀양공항’ 하면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왜? 특정 메이저 신문이 그 방향으로 몰아가기 때문인데 이것이야말로 고약한 여론몰이이자 버릇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방공항 실태를 보면 엉망진창임을 보게 된다. 대구의 대구공항, 대구에서 가까운 경북 울진공항, 강원도 양양공항, 충북 청주공항, 전남 무안공항…. 거기다 이들 공항은 ‘국제공항’이란 타이틀을 대개 지니고 있다. ‘국제공항’이라니. 폐쇄 일보 전까지 간 공항인데 말이다.

‘국제공항’ 하나 만을 두고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다 원인이 없을 수 없다. 그 지역의 신문·방송 매체가 제 구실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 구실은 ‘제대로 된 여론수렴’을 가리키는데 이걸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해줄 것인가? 결국 ‘아무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면 이들 신문·방송 매체들이 잘 하는 것은 무얼까?
잘 하는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있다. KBS‧MBC에서 보듯이 ‘선거운동원 역할’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 3일 가진 기자회견에 따르면 KBS‧MBC는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하기야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 사장을 애당초 여론이나 방송계 반발을 무시하고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이 바론 오늘 ‘선거운동원으로 이용해먹자’는 의도가 깔려 있던 게 아니던가. 그리고 그들을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이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아니었던가.

MBC 뉴스데스크(2012.11.20)
MBC 뉴스데스크(2012.11.20)

문제는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헌정사, 선거역사에 두고두고 씻을 수 없고,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기록된다는 말이다.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 박정희의 5·16쿠데타에 이은 막걸리 투표, 유신독재, 정수장학회와 영남학원 이사장, 그리고 궁정동 안가에서의 최후,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쿠데타와 전두환의 백담사 추방…. 이걸 2012년 12월에 되풀이한다고 생각해보라!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길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지방 신문·방송은 지방 신문·방송대로, KBS‧MBC는 그 나름으로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피를 튀기는 각오와 희생정신이 뒤따라야 한다.

‘밀양공항’은 ‘되고’ ‘가덕도공항’은 ‘안 되는’ 해괴한 논리는 결국 ‘대구 대 부산의 표 싸움’을 피하자는 두 지역 언론사 간 셈법이다. 풀고 갈 셈법이 있으면 풀고 가도 모자랄 판에 여론의 향배가 두렵다면 천하의 정치는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그러고도 대선 후에 ‘밀양공항’ 여론이 어떻고 ‘가덕도공항’이 어떻고 하는 여론전이 되풀이되기를 기대한단 말인가?

현재 다수 언론종사자들이 ‘편파왜곡보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특정 후보 당선을 향해 뛰는 KBS‧MBC 등 특정 언론사 사장들의 명령에 더 많은 언론인들이 복종하는 것을  따갑게 보고 있는 여론의 반증이다.

이제 우리 신문‧방송은 거듭나야 한다. 특정 언론사 사장들의 심복이 되려 하기보다 정의롭고 당당한 여론 수렴자로서 말이다. ‘정치하수인’이 되려하기보다 여론의 주역인 시민사회에 양심적으로 다가가고, 전파의 소유자인 국민에게 당당하게 다가가서 “18대 대선은 이러이러했다”고 양심에 구애 받지 않고 정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들을 모아서 대선 후에는 언론이 한국정치의 지배 그늘을 벗어나는 미래지향적인 “한국형 신문모델”, “한국형 (BBC 같은) 방송모델”을 창안해야 한다. 당연히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차지하는 MBC 사장자리나 국민의 예산을 축내는 KBS란 비난을 사고 있는 현재의 낡은 ‘방송 모델’, ‘신문모델’은 “옛날이야기”로 삼아야 한다.

이 모든 일은 ‘여론수렴’을 제대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 KBS‧MBC 두 방송사 사장의 ‘선거운동원 노릇’을 하라는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하느냐 받아들이느냐 하는 지금 당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선거운동원 노릇’을 계속하라.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은 언론’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선거운동원 노릇’을 거부하라.
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공정성’-을 지키는 언론, 언론이 무서워해야 할 시민들(시청자, 독자)을 떠받드는 언론인들로 기록될 것이다.

자! 이제  출발이다-----

“우린 특정 공항을 반대한다. 그리고 ㅅ당 소속이 아니다!”
“우린 양심적인 시민들(시청자, 독자)을 떠받든다!”
“우린 선거운동원 노릇 같은 것, 안 한다!”






[기고]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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