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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드락길, 흔적의 의미를 녹여내다
이우백 / 『내가 내게 묻다』(박창원 저 | 문예미학사 | 2012)
2012년 12월 07일 (금) 14:23:50 평화뉴스 pnnews@pn.or.kr

“2008년 9월 안동 하회마을 나룻터. 밧줄에 매여 있는 나룻배에 올라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다. 가을바람 탓에 몸마저 이리저리 흔들리고 구구절절 살아온 이야기는 쉴 틈 없이 뿜어대는 담배연기 속으로 흘러 나왔다. 캔 맥주를 준비해간 것에 대한 답례였을까? 할 말이 거의 바닥나자 풀밭에 숨겨 놓은 삿대를 가져와 물살을 가르며 건너편 부용대를 한 바퀴 돌아왔다.” (뱃사공과의 만남)

좁고 자그마한 자드락길 옆에 한 송이 들국화가 피었다. 들국화는 꽃을 피움으로서 한 하늘을 연다. 그리고 자신을 세상에 알린다. 한 송이 꽃이 피는 데는 그저 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과 바람과 비가 도와야 한다. 온 세상이 도와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도와야 한다. 그 때문에 한 송이 들국화도 그만큼 고귀한 꽃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온 세상과 더불어 한 사람의 일생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도 그만큼 고귀해 지는 것이다.

   
▲ 『내가 내게 묻다(성서공동체FM '박창원의 자드락길 세상'서 만난사람들)』(박창원 저 | 문예미학사 | 2012)
박창원 박사의 책 <내가 내게 묻다>는 사람의 인생에 대한 고귀함을 드러내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 같다. 그것도 넓은 아스팔트 큰길가에 피어있는 정원수의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자드락길 옆 이름 없는 한 송이 꽃에 대한 연민에서 말이다.

인생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그냥 두면 흘러가버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자드락길 인생은 그냥 두면 흘러가 버릴 것이다. 저자는 흘러가는 물에 대한 연민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기억이라는 두레박 안에 강물을 담아놓는다. 흔적을 담아놓는다. 의미를 담아놓는다.

<내가 내게 묻다>는 공동체 라디오인 성서공동체 FM ‘박창원의 자드락길 세상’에서 만난 인물들 중 14명의 이야기를 ‘인터뷰 에세이’로 녹여 썼다. 곡주사 이모, 하회마을 뱃사공, 고서점 주인, 비구니 교사, 작은 교회운동 목사를 만났다. 뿐만 아니라 교육운동, 통일운동, 언론노조운동, 가톨릭노동운동, 학생운동 등을 벌인 이들의 흔적을 풀어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외에도 일제강점기 섬유노동자나 춤 평론가, 농민 철학자, 대구 10월 항쟁 때의 교사, 빨치산 도우미, 민중음악 작곡가, 교도소 지킴이 등을 만났다고 한다. 아쉽게도 책에서 빠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고대 중국인 사마천은 역사서 <사기>를 써서 고대 중국인의 마음을 기억이라는 창고에 보관한다.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만이 위대한 것이 아니다. 박창원 박사의 책에 등장하는 14명의 자드락길 인생도 위대한 것이다. 저자는 삶의 흔적을 잡아내는 특유의 감각으로 그냥 두면 흘러가버릴 14명의 인생의 의미를 기억의 창고에 의미로 보관시킨다. 우리는 저자가 책에서 보여주는 ‘자드락길 인생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의미’를 통해 각자 삶의 의미를 내가 내게 물어 볼 수 있다. 오늘의 메마른 삶에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되돌아보는 하나의 거울이 된다. 

   





[책 속의 길] 88
이우백 / 철학박사. 바이칼경영철학아카데미 대표

ps. 지난달 27일 <내가 내게 묻다> 출판기념 오픈라디오가 ‘인문학 놀이터’에서 열렸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9명이 함께하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곡주사 이모(정옥순 님)의 경우 내년에 여든이 된다고 해 산수연(傘壽宴)을 곡주사에서 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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