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프로젝트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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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러시아의 성공' / 외신의 다양한 해석, 한국 언론은?


국가정책과 관련 정부, 국회의원 또는 언론이 펼치는 화려한 말잔치, 그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해당 업무를 다루는 정부부처의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국회의결 → 대통령 거부권 행사 → 국회 재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택시법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현재 국회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보다는 정부에서 제시안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택시지원법)'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 언론의 화려한 말잔치 O, X? … '정부시스템 확인'

문제의 핵심은 이 사업을 추진한 정부조직내 시스템입니다. <한겨레신문> 1월 26일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택시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에 택시계, 택시계에는 계장이 6개월~1년마다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택시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도 없다는 점이죠. 이 상황에서 정부나 국회에서 ‘~하겠다’라고 쏟아내는 주장들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나로호 사업도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 1월 30일 발사 성공(?)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우주 강국’, ‘우주 독립국’, ‘달나라 태극기’ 등 주장을 검증 없이 전달해 국민들의 기대감을 잔뜩 부추기고 있는데요. 

<조선일보>가 1월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교과부에 있는 한 과가 담당하고 있고, 예산도 2007~2008년 3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합니다. 지난 16년간 우주개발 논문을 4건 이상 발표한 기업은 한화뿐이고, 이 사업과 관련 수출 기업도 달랑 한 곳 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빈약한 시스템으로 ‘우주 강국’에 진입 할수 있을까요? 언론이나 정치권이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선일보> 2013년 1월 31일자 1면
<조선일보> 2013년 1월 31일자 1면
<조선일보> 2013년 2월 2일자 6면(기획특집)
<조선일보> 2013년 2월 2일자 6면(기획특집)

나로호 발사 직후, 갑자기 정치권‧언론 조~용

지난 1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고, 지구권 궤도를 벗어나 우주를 비행할 로봇태권V라도 띄울 것 같았던 정치권과 언론의 기운이 며칠새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습니다. 연극이 끝난 뒤 허전한 객석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로호가 성공하면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 극단적 환호 뒤에 갑작스런 침묵이 꽤나 어색한데요.

나로호 사업과 관련 ‘화려한 퍼포먼스’에만 집중, 언론이 놓친 부분 몇가지를 정리합니다. 

이 글에선 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개발의 시시비비를 가린다기 보다, 국책사업과 관련 언론의 보도관행의 문제,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국가정책의 문제를 요약할 예정입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 나로호 사업의 원래 목표는 러시아로부터 발사체(1단 로켓 개발)기술을 공동개발, 이전받는 것이었지만, 결론은 약 2억달러(약 2300억원)를 주고 러시아 기술을 사왔다는 점 ▲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우주개발 정책 ▲ 언론 흥분에 들떠 외신 ‘편식’,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다 등입니다.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이 맥락을 정리하고 다시 나로호 발사 성공을 보도한 30일, 31일자 언론 뉴스를 다시 읽었습니다. 한편의 SF소설 같은 기사를 읽으며 너무 흥분하고 들떴던 제가 차분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로호 프로젝트 끝, 독자로켓 개발 지금부터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기 위해서는 그 위성을 로켓(발사체)에 탑재해서 대기권 밖으로 밀어올려야 합니다. 로켓은 1단과 2단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단 로켓의 비중은 약 80~90%, 즉 기차로 본다면 기관차에 해당하고, 2단 로켓은 화물칸 정도로 비유될 수 있는데요.

현재 나로호는 1단 로켓은 100%러시아 기술이며, 2단 로켓은 한국 독자기술입니다. 1단과 2단 로켓의 역할에 대해 정선종 前정보통신연구원장 (우주항공 전문가)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1단 로켓이 위성을 지상 90km, 70-90km쯤 올려주면 거기서부터 지구 궤도를 돌도록 만들어 주는 이게 2단 로켓”이며 “예산, 기술, 개발 난이도에서는 1단 로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90%”정도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개발 정책은 2가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97년부터 진행되어 온 한국형 우주발사체 (KSR–3 독자개발 사업)과 2002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해온 나로호 프로젝트.

<조선일보> 2013년 2월 2일자 A6면
<조선일보> 2013년 2월 2일자 A6면

97년부터 진행되던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은 북한 때문에 갑자기 변경되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 북한에서 노동1호, 대포동 1호를 개발, 98년 8월 31일 대포동1호에 '광명성1호' 로 명명된 소형 인공위성을 탑재, 2006년 7월 북한은 대포동 2호를 비롯해 노동, 스커드 등 중ㆍ단거리 미사일 7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시험 발사하여 전세계를 놀라게 했죠.

한국정부는 당황했죠, 97년부터 진행되던 한국우주발사체 개발(KSR-3)계획에 따르면 2010년이 목표였지만, 2002년 국회 및 정부에서 이 계획을 2005년까지 완성하라고 요구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낀 연구진은 독자기술 개발보다는 러시아와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쪽으로 방향을 틀게됩니다. 97년부터 진행된 독자연구는 2002년에 중단되게 되죠.

그런데 당시 러시아와 ‘로켓(발사체)기술 공동개발 및 이전’ 협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로켓(발사체) 개발 기술은 몇몇 나라에서 독점하고 있는 것이고, 기술이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러시아와 대한민국은 어떻게 이 협약을 체결했는지 의문입니다.

정선종 연구원장은 “발사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지금 7, 8개국 되는데 그 사람들이 회원인 러시아에 왜 위반했느냐 주장”하게 된 것이고, 향후 러시아는 기술 이전 및 기술 공동개발 계약 등을 모두 파기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협정조건을 다양하게 조정했지만, 핵심은 우리가 약 2억달러(약 2300억원)를 주고 러시아가 독자 개발한 1단 발사체 기술 완제품을 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초창기에 이야기했던 기술이전, 공동개발 계약은 물거품이 된 거죠.

그런데 2009년, 2010년(2012년 3차 발사 실패) 잇달아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면서 2010년 한국정부는 ‘한국형 발사체 독자개발’을 착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로켓자력개발 → 기술 도입 → 로켓 손질 등으로 10여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지난해 은하 3호 발사성공에 이르게 된 것이죠.

나로호 발사, 러시아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나로호 사업을 러시아입장에서 해석한다면 자신들이 새롭게 개발한 발사체 즉 ‘앙가라’로켓 발사 성공을 위한 시범사업이었다는 점입니다. 나로호 발사 실패와 성공을 토대로 러시아는 올해 말 시험발사 예정인 ‘앙가라’로켓 발사 성공여부를 예측하는 것이고 즉 향후 러시아가 발사체 시장에 안착 여부를 전세계에 증명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2월 1일 A5면에는 러시아 발사체 사업과 나로호와 관계를 자세히 요약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3년 2월 1일자 5면(기획특집)
<조선일보> 2013년 2월 1일자 5면(기획특집)

러시아는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159번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려 이 중 2957번을 성공했고, 역대 발사성공률이 93.%였다. 미국을 포함한 다른 발사체 강국을 압도하는 신뢰도를 쌓아온 것이다.

하지만 구 소련 당시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신뢰성이 인정된 발사체 모델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련이 붕괴하면서 기존 발사체를 만들던 설계 인력, 제조 공장과 발사장 등이 뿔뿔이 흩어져 각국의 협력 없이 발사하기 어려웠다.

설계부터 발사까지 러시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나로호 1단에 사용된 ‘앙카라’로켓이다. 러시아가 차세대 발사체로 개발하는 앙가라 로켓을 처음 시험하는 무대가 나로호였다. 나로호가 137초만에 공중 폭발한 2차 발사 실패, 지난해 10월 3차 발사 중지 등은  러시아에겐 큰 부담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다면 ‘앙가라’로켓에 대한 신뢰도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을 상황이었다.


<조선일보> 2013년 2월 1일자 5면(기획특집)
<조선일보> 2013년 2월 1일자 5면(기획특집)

나로호 발사, 외신 '다양한 해석', 한국 언론 '칭찬' 뉴스만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나로호 프로젝트는 끝이 났고, 우리나라는 다시 2010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한국형 발사체 독자개발에 돌입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로호 프로젝트를 보다면 1월 30일 발사성공을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상황을 기쁨과 흥분만으로 보도한 언론들의 행보는 깊게 반성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외신을 선택하는 언론의 기준입니다. 나로호 발사와 관련 외신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며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지만, 한국언론은 ‘대한민국 우주강국’이라는 화두에 맞는 외신 내용만 취사선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9일 KBS <미디어비평> 분석에 따르면  “미국 CNN 1.31 : "중국, 인도 같은 주변국들이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을 해온 것이 한국의 이번 발사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습니까?" 라는 측면에서 이 뉴스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또한 동북아 주변국들은 우주기술의 군사적 측면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북한이 3차 핵실험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2월 9일 KBS <미디어비평>
2월 9일 KBS <미디어비평>

”중국 인민일보 1.31 :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 기술은 탄도 미사일 기술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나로호 발사로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일본 요미우리 1.31 :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북한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세 번째의 핵실험을 위한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등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뉴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내용이었습니다. 앞서서 요약했던 것처럼 이번 나로호 프로젝트는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앙가라’로켓의 시험 발사였고, 그것이 향후 발사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여부를 상세하게 분석했을텐데, 우리나라 언론 중 러시아측 반응을 전달해주는 곳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개그콘서트 <현대레알사전>식으로 나로호 프로젝트 해석한다면?

사람들의 입장에 맞게 단어의 뜻을 재해석 하고 있는 개그콘서트 <현대레알사전>식으로 아주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나로호 프로젝트를 해석해보겠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에 제시된 나로호 프로젝트 “ 나로호(KSLV-I)’는 100Kg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이다. ‘나로호(KSLV-I)’는 1단 액체엔진(러시아 개발)과 2단 고체 킥모터(국내 개발)로 구성되는 2단형 발사체이며, 발사체 조립과 발사 운용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

러시아 입장에서 본 나로호 프로젝트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앙가라’로켓의 시험 발사였고, 이게 잘되면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과거 영광을 찾을 수 있는 주요한 토대.”

KBS '개그콘서트'
KBS '개그콘서트'
북한 입장에서 본 나로호프로젝트 “우리가 중거리로켓(발사체)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과 협상에서 밀고당기기(밀당)을 위함인데, 남한 정부는 목표가 뭘까?”라며 궁금해 하는 것

우주에서 지구를 지켜본 어린 왕자 입장에서 본 나로호프로젝트 “얘네들은 왜 이리도 우주 쓰레기를 자꾸만 쏴 올리지, 1년 사용할 시범 위성이 생명력을 다하면 나중에는 모두 우주쓰레기가 되는데, 버리기만 하지 말고 재처리 방법도 고민 좀 하지!”라며 불편해 하는 것.

다수 언론 입장에서 본 나로호프로젝트 “자세한 건 모르겠고, 그림 되고, 정치권과 정부 광고주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떼거리로 몰려들어 구름위에 뜬 것처럼 기사 쓰고, 기사 보낸 이후 땅에 발 딛고 그 다음에는 모른 척”하는 것 등등.

이것저것 자료 찾고 약간 공부한 저에게 나로호프로젝트란 “언론은 자기가 잘 모르는 내용은 매우 화려하게 또는 아예 어렵게 기사를 써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하는 것”






[평화뉴스 미디어창 221]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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