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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청도 송전탑, 대구 때문?
변홍철 / "한전, 대구시 전력수요 핑계로 한 송전탑 공사 즉시 중단해야"
2013년 05월 28일 (화) 16:02:58 평화뉴스 pnnews@pn.or.kr

   
▲ 밀양 동화전마을에서 40년째 살고 있는 김수암(71) 할머니는 굴착기에 몸 묶고 "두렵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라며 눈물을 흘렸다.(2013.5.25.밀양 바드리마을 송전탑 공사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쟁터가 되어버린 밀양과 청도


지금 경남 밀양은 끔찍한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지난 5월 20일부터 한국전력(한전)이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를 막으려는 70, 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젊은 한전 직원과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고 땅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 청도 삼평리 역시 마찬가지다. 밀양을 거쳐 창녕의 북경남변전소로 보내질 전기가 청도의 345kV 송전탑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삼평리 할머니들은 작년 여름, 젊은 용역들에게 떠밀리고 끌려다니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어가며 23호 송전탑을 막아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아직도 치를 떨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밀양의 참극을 보면서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를 공사를 막기 위해 밤낮 없이 천막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천막농성장(2013.2.24)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렇다면 한전이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여 세우려고 하는 송전탑과 송전선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시작해 밀양-북경남-청도-대구로 이어지는 이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목적은 “대구와 영남권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고 한전은 밝히고 있다. 애초에 수도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 어느새 변경된 것이다. (“수도권 전기소비를 위해 왜 밀양과 영남권이 송전선로 때문에 희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제기에, 한전과 정부가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사실 앞에서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 순간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쓰고 있는 이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지금 밀양과 청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토록 고통받고 모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 양심을 가진 대구시민이라면, 저 참극을 지켜보면서 그 누구보다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은 자신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불의한 공사를 강행하면서 “대구와 영남지역의 전력수요”를 핑계로 들이대고 있다는 말인가. 

비록 궁핍하더라도 ‘염치 없음’을 금수만도 못하게 여기고, ‘예의’와 ‘의리’를 목숨처럼 중하게 여기는 대구시민들로서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모르는 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전과 대구시청, 그리고 동료시민들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한전은 대구시 전력수요 핑계로 한 송전탑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밀양을 지나가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는 그 필요성이 의심스럽다. 애초 수도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을 폐지하고, 신고리에서 멀지 않은 대구와 영남지역 송전망과 연결할 것이라면 765kV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765kV 송전선로는 캐나다 퀘벡주의 수력발전소들과 미국의 북동부 지역 간을 잇는 1000㎞대의 선로처럼 장거리 송전에 주로 사용되는 선로가 아닌가. 

그런데도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전력난이 초래된다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한전은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려면 밀양 송전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미 한전 사장도 신고리 3호기까지는 기존 선로를 이용한 송전이 가능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설사 신고리 3호기 가동시기가 늦춰진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전력난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전기생산량의 1.7%에 불과하고, 이것은 영남권의 수요관리 등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한전 전 부사장의 입을 통해,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계약에서 “신고리 3호기 가동이 안 되면 페널티를 문다”는 엉터리 계약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 때문에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밀어붙인 것 자체가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꼼수를 부리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은 향후 반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전은 즉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라. 그것이 사태 악화를 막는 첫걸음이다. 공사 중단과 함께 주민들이 요구해온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라. 전문가협의체는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저지른 잘못들을 조사하고,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들(지중화, 증용량, 우회노선 등)을 검토해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송전선로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가 송전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고, 지역의 전력자급률을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전은 대도시를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송전선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라. 

   
▲ 청도 각북면 삼평1리에 사는 이차연(76) 할머니. "평화로운 동네에 도둑처럼 들어와 송전탑 박아 쑥대밭 만들고 있다"며 한전의 송전탑 공사에 항의하고 있다.(2013.5.22.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개발지사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는 전기수요관리를 철저히 하고, 전력자급률을 높여야


2011년 현재 대구시의 전력자급률은 1.3%에 불과하다. 참으로 형편없는 순준이다. 이러한 대구시의 현실이 한전에게 저토록 불의한 송전탑 공사의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먼저 전력 수요관리를 철저히 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라. 또한 대구시의 자체 전력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라. 예컨대, 공단 등의 폐열을 통한 열병합 발전을 확대하고, 기업 자가발전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대구의 전력자급률이 높아진다면 당연히 송전탑은 필요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밀양과 청도 주민들의 고통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 대구시의 전력자급률을 높이는 데 시 당국은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 솔라시티’ 대구,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를 개최하는 도시 대구로서, 지금의 전력자급률은 너무도 부끄러운 수준이 아닌가. 더 이상 이러한 간판과 대규모 행사 개최를 전시행정으로만 이용하지 말고, 분명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함으로써 의미있는 에너지 전환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라.  

농민들의 희생 대가로 누리는 안락에서 벗어나야


한전이 힘으로 밀어붙여가며 세우겠다는 밀양의 765, 청도의 345 송전탑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농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뼈를 깎아 탑을 쌓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들은 그것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작고 평화로운 마을들, 그리고 농민들의 논밭에 서린 피와 땀을 쥐어짜내 그것을 우리가 사는 이곳 대구로 흘려보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밀양의 아픔, 청도의 눈물은 바로 우리 대구시민의 전기 소비와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도시에 사는 우리의 ‘안락한 소비’를 위해 농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토록 고통받고 수모를 당해야 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즉시 중단되도록 함께 한전에 항의하자. 청도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지 않도록 삼평리 할머니들 손을 잡고 연대하자. 아무 생각 없이 써온 전기가 누군가의 고통과 눈물을 타고 흘러온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자. 우리는 지금 전기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것이라면, 그 삶이 결코 정당한 것일 수는 없다. “우리가 밀양이다, 우리가 청도다!” 하는 마음으로, 밀양과 청도 주민들과 연대하여 송전탑 공사를 막아내자.

   





[기고]
변홍철 / <하이하버연구소> 소장,  전 《녹색평론》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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