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언론의 언론답지 못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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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인사 개입ㆍSBS 제작중단 논란...'대통령 사과'에 비판없는 언론


국민의 생명

세월호 참사 전, 참사 후 무엇이 달라졌나? 달라져야 하는지 살피기에 앞서 해야 할 것이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은 우리들 국민이지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들 국민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 전·후를 살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국민 입장을 떠나서는 한낱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 자식,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동생, 내 누나, 내 형, 내 할아버지, 내 이웃이 당한 참변이기에 나=국민 입장에서 참사 전은 어떠했으며, 참사 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알려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민 입장에서 참사가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는지 알려고 하는 것이다. 천하를 주고도 사거나 돌이킬 수 없는 국민 생명이 세월호 참사의 핵심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세월호 참사는 참사 전과 참사 후를 나눌 수조차 없다. 참사 전과 참사 진행과정이 있을 뿐이다. 현재도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으니 말이다. 탑승객이 몇 명인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실종자가 몇 명인지도 모른다. 다른 일이라면 어림이라도 하겠지만 국민 생명은 어림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어림은 가당찮다.

<한겨레> 2104년 5월 23일자 6면(종합)
<한겨레> 2104년 5월 23일자 6면(종합)

언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서 재래식 언론매체의 보도, SNS 송수신, 각 기관의 보고, 지시, 송신 및 수신들로 ‘언론’은 ‘범람’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 됐다. 여기서 ‘언론’은 꼭 신문·방송·통신만 가리키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재래식 언론은 ‘포괄적 언론’의 한 부분일 뿐이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가 상징하듯 재래식 언론은 포괄적 언론(정보원이기도 하다)을 받아쓰기하고, 포괄적 언론, 재래식 언론 할 것 없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얄궂은 모양새로 사과하고, 부인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또 사과하는 사태를 낳았다. 그때마다 국민들 가슴은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철렁 떨어진 것에서 보듯 포괄적 언론은 재래식 언론에 정보를 전달하면서 재래식 언론 뺨치는 몫을 수행했다. 아니, 재래식 언론을 가지고 휘둘렀다. 그러니 이런 역할을 수행한 여러 갈래 언론을 언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표면에 뜨지는 않았지만(권력기관이어서) 뭇 생명 구조와 관련한 정보의 흐름에서 정보를 수신하거나, 그 정보를 놓고 논의하거나, 관리한 기관이 있다면 국민들은 그들이 민간인이든, 공무원이든, 정치권력이든 극도의 위경에 빠진 국민의 생명 구조 여부와 관련해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믿으므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미디어오늘> 950호(2104년 5월 21일~5월 27일) 1면
<미디어오늘> 950호(2104년 5월 21일~5월 27일) 1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SBS의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 팀은 오는 31일 방송을 목표로 제작을 위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제작본부장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민한 국면에서 세월호 관련 방송을 할 경우 부적절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 중단 지시를 내렸다. “정파성을 띠지 않고 객관적인 방송을 잘 만들겠다”는 의견을 제작진이 표명했지만 제작본부장은 6·4 지방선거 이후 방송할 것을 제안했다. SBS PD협회는 이에 반발, 지난 19일 관련 총회를 열겠다고 고지했으며 그제야 ‘윗선’은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게 원래대로 31일 방송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제작 중지 지시의 배경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재래식 뉴스’가 아닌 것으로 제작본부장이 인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SBS 제작본부장은 ‘6·4 지방선거를 앞둔 예민한 국면’을 통상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을 중지하는 명분으로 삼았는데 그 명분이 자못 주관적인 게 두드러진다.

'지시받는' KBS 보도·인사

세월호 침몰 참사 관련 보도에 청와대 개입 여부를 둘러싼 사장-전 보도본부장의 이전투구 식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KBS 내부의 사정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할 만큼 비장하다. 그리고 그 배경은 재래식 언론으로 보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20일 저녁 인터넷에 뜬 훑어보기 제목만 해도 이렇다. 

「KBS 보도·인사 개입 논란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 연장..방송 축소·결방」
「“부장·팀장·기자 모두 손 놔.. KBS 창사 이래 처음”」  ㆍ
「KBS 새노조 "청와대, 보도국장에도 직접 지시”」 
「'뉴스9' 다큐로 때우고 마감뉴스 결방」


<한겨레> 2104년 5월 22일자 2면(종합)
<한겨레> 2104년 5월 22일자 2면(종합)

제목의 행간에서는 세월호 참사 보도가 그 동안 세월호에 갇힌 생명 구조라는 과녁에서 동떨어진 데 대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장송곡에 시궁창에 처박혀 죽어가는 자신들의 언론인 정체성도 담아 보내려는 듯하다. 바다 속 생명을 구조하는데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윗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노컷뉴스는 ‘공영방송 KBS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폭로를 가리킴. CBS 라디오 FM 98.1 (20일, 07:00~09:00)로 표현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은 국민의 눈과 귀로서 독립적으로 취재해서 국민=시청자들에게 보도해야할 언론매체가 (권력이 임명한) 사장을 고리로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다루지 마라’, ‘해경에 대한 비판은 금지해라’, ‘대통령 관련 뉴스는 20분대 이내로 소화하라 등’ 권력이 가지고 놀았고, 권력에 잘 길들여 전파의 주인인 국민=시청자들을 쥐락펴락 한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되면 국민=시청자들은 원 줄기는 놓치고 잔가지에만 정신을 쏟게 된다. 침몰 참사를 당한 세월호 속에서 숱한 생명들이 발버둥 치는 절체절명 순간에 수사가 어떻고, 에어포켓이 어떻고, 소조기니 정조니 하는 데에 시간을 쏟으면서 정작 보도 카메라는 세월호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그럴 수 있다’는 재난 관련 곁가지는 그렇게도 많이 소개하면서 정작 진도 체육관의 실종자 면면들을 띄우는 데는 인색했다. 알아서 기었을까, 아니면 ‘민감한 사건에 감히 언론 따위가…’ 라는 체제에 순치되어 ‘언론 속의 나’라는 자기 모습을 상실했기 때문일까.

‘유가족인 척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사실무근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권 의원의 유언비어 날리기는 대구 평화뉴스에서 1보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청소년 6만원 일당’ 허위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정미홍 씨(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중도 탈락)가 사용한 미디어도 언론으로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모두 새누리당 언저리 인물들이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민을 자발적으로 매도한 점에서 정치권력 충성도/지향도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파문, 부장·팀장·기자가 모두 취재/제작에서 손을 놓고 사장 퇴진을 요구한 KBS 사태는 모두 언론 정도를 가볍게 여기거나 언론은 그렇게 해도 되는 나름의 체제에 길든 사람들이 소용돌이의 표면에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KBS 사태 속의 기자들이 주장하듯 사장이나 보도국장의 목줄은 청와대에서 쥐고 흔든 것으로 국민들은 보고 있다.

어두운 '등잔 아래'

그런데 이 포괄적 언론에서 놓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등잔 아래가 어둡다는 바로 그 대목들-청와대와 국정원의 세월호 관련 동정이다. 한겨레21의 「9시 31분 청와대가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기사는 청와대 동정에 국민들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국정원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은 국정원 동정도 세월호 승객 생명 구조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상임을 보여준다. 5월 20일 JTBC 보도를 인용한다.

JTBC 뉴스(2014-5-20)
JTBC 뉴스(2014-5-20)
JTBC 뉴스(2014-5-20) 캡처
JTBC 뉴스(2014-5-20) 캡처

정홍원 총리 "국정원, 선원에게 보고받아"…왜 감추려 했나
[JTBC] 입력 2014-05-20 21:59

[앵커]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늘(20일) 국회에서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를 선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국정원은 앞서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었는데요. 총리말 대로라면 국정원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셈이지요. 청해진 해운은 급박한 상황에서 왜 국정원에 보고를 했을까요. 또 국정원은 왜 감추려고 했을까요.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정원이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홍원/국무총리 : 제가 듣기로는 (국정원이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전화에 의해서 사고 보고를 받았다고 되어 있고….]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원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고 다시 물었지만 똑같이 답했습니다.
[정홍원/국무총리 : 세월호 메뉴얼에 그게(보고하는 게) 있다고 그럽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세월호 선원은 그 급박한 상황에서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국정원은 세월호 사고의 최초 인지 시각이 오전 9시 44분이었고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최근 서면답변을 통해서는 오전 9시 19분에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 같은 국정원의 입장은 정 총리의 답변과 배치됩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현/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국정원에서는 9시 35분, 38분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보고받은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감찰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정홍원/국무총리 : 국정원을 제가 감찰할 입장에 있지 않습니다.]
야당은 국정원이 사고 직후 보고를 받은 경위와 이를 숨긴 이유를 국정조사에서 따질 계획입니다.

세월호 생명 구조와 관련해 언론-재래식이든 포괄적이든-은 사장 임명에서부터 인사, 보도활동, SNS, 재난 관련 실무 기관, 권력기관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언론답지 못한 언론의 자화상을 걸어놓아야 한다. 이해관계나 관심 분야가 다를 수는 있지만 국민의 뭇 생명이 수장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모든 언론활동은 국민의 생명구조에 맞춰져야 한다. 위의 JTBC 보도 화면에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세월호 선원은 세월호 난간에서 어디론가 통화하는 영상이 보인다. 아직세월호는 그다지 크게 기울지 않았다. 세월호 선원의 통화 행위도 포괄적 언론에 해당하고 전화를 수신한 국정원도 마찬가지. ‘합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듯이 포괄적 언론 관련 기관들이 합력해서 배안에 갇힌 국민들을 구해내려 했다면? 불가능한 일일까?

대책 : 여전히 '네 탓이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 대책을 5월 19일 발표했다. 재래식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매일신문> 2104년 5월 19일자 1면
<매일신문> 2104년 5월 19일자 1면

먼저 매일신문. “세월호 최종 책임은 대통령…해경 해체·안행부 축소” 제목으로 매일신문은 발표내용 보도에 세 쪽을 할애했다(5월 19일). 세 쪽 모두 따옴표(“”)보도를 했다. 그렇게 제목을 닮으로써 사실보도를 다했다는 말인지는 몰라도 언론 보도의 본령인 비판은 어디도 찾을 수 없다. 대통령의 인사실패가 세월호 참사 비극을 잉태했다는 것은 어디서도 읽을 수 없다. 안전행정부를 기획한 것이 누구인지 국민들은 다 아는데도 말이다.

<조선일보> 2104년 5월 20일자 1면
<조선일보> 2104년 5월 20일자 1면

거기에 비하면 조선일보는 조금 다르다. 「‘국민 못 지킨 정부’ 수술대 오르다」 제목으로 1면을 장식했다(20일). 다섯 쪽을 관련 기사로 채웠는데 「제도 개편도 좋지만 대대적 인사 쇄신에 성패 달려“」, 「”관료만 악으로 몰면 안 돼…무능공무원 만든 무능 정치를 바꿔야“」 제목의 인터뷰 기사도 다뤄 ‘박근혜 올인’을 한 매일신문과는 조금 달랐다. 수첩공주의 폐쇄적 인사, 대통령이 한 구역(큰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권에도 화살을 날렸다. 일단 대통령의 발표는 발표이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는 것은 보여줬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수술대에 오른 ‘국민 못 지킨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정부가 아니란 말인가. ‘네 탓이오’를 되뇌고 있는데도 이 신문은 귀를 막은 듯하다.

<중앙일보> 2104년 5월 20일자 1면
<중앙일보> 2104년 5월 20일자 1면

중앙일보는 「“해경 해체”… 초유의 국가기관 문책」을 1면 제목으로 해서 관련 기사에 아홉 쪽을 할애했다(20일). 사설 「국민·국회와 함께해야 할 대통령 담화문」에서는 세월호 침몰 및 이후 대규모 희생자 발생 참변 책임이 대통령에게도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번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후임 국무총리와 내각, 청와대 인사 개편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세월호 수습 과정이 국민을 불편하게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가 없고 중간에서 자기 책임을 지고 상황을 관리할 장관들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 원천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은 후속 인사에서 스스로 달라졌음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실패를 거듭한 ‘수첩인사’ 대신 야권까지를 포함한 폭넓은 인재풀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밑줄-필자)

이 신문에 의하면 세월호 침몰 수습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그저 ‘국민을 불편하게’ 했을 뿐이다. 국민들이 이 시간에도 울고 한숨지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 ‘없는 것보다 못한 정부’,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질책하는 것을 심상하게 여기는 듯하다.

<한겨레> 2104년 5월 20일자 1면
<한겨레> 2104년 5월 20일자 1면

끝으로 한겨레. 한겨레는 「진상 조사 없이 …수색 중인 해경 해체 ‘충격요법’ 급조」를 1면 제목으로 달고(20일) 3~6쪽을 관련기사로 다뤘다. 진상조사 없이 충격요법을 쓴다는 것은 정치적 코너에 몰리자 부랴부랴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충격 요법을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중앙일보와 시각이 비슷했다. 중앙일보가 수첩공주의 수첩인사가 실패를 거듭했다면서 야권까지를 포함한 폭 넓은 인재풀을 가동해야 할 것을 ‘주문’한 것과 달리 한겨레는 「…역주행한 네 가지」를 낱낱이 구체적으로 다뤄 주목됐다. 작은 제목은 이렇다.

친위 공안인사 KBS 보도 개입 / 시국선언 교사 징계 추진 / 촛불추모집회 강경 대처
말 따로 행동 따로 / 사과 진정성 의문 일어


사설 「‘탁상대책’만 쏟아 낸 대통령 담화」, 「앞으론 눈물, 뒤로는 연행에 구속인가」, 「KBS사태의 핵심은 청와대다」는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이후의 과정과 대책이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했다고 해서 발생 전의 그것(충격요법으로 위기 극복, 현장 상황과는 담을 쌓은 나 홀로 대책, “짐이 국가다”라는 식의 군림하는 태도)으로부터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한겨레> 2104년 5월 20일자 사설(35면)
<한겨레> 2104년 5월 20일자 사설(35면)

어느 대학 총장이 최근(세월호 침몰 참사 뒤) 회의석상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미국언론은 앞으로 뭘 하겠다는 것을 발표하는 후보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놓은 실적, 다시 말해 이력서를 기자들이 꼼꼼히 챙기고 분석해서 앞으로 얼마나 예측-지속가능한 정치를 할 것인지를 따집니다. 선거에서는 늘 그렇게 합니다. 그게 국민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는 그 정치인의 지금까지 정책, 법안 발의, 사생활 등의 궤적을 보여주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이런 정책을 내놨는데 이번에는 왜 그와 다른 정책을 내놓느냐고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따진다는 것이다. 이 총장의 ‘이력서 검증 보도론’은 평범하다. 상식적이다. 그래서 매우 실용적이다. 누구나 공감하니까 어렵지 않다. 국민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용감한(?) 발표는 검증되지 않는다면 탈나기 쉽다. 검증할 것이라곤 이력서만한 게 없지 않을까?  누구의 이력서이든.

국민의 생명을 하늘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해경도 바뀌고(해체를 포함해서) 안행부도 바뀌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포함할 때 그 바뀜은 진정성이 입증될 수 있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국가안전처가 침몰한다면 그 다음에 이 나라의 안전, 국민 생명의 안전문제는 어떻게 될까? 국가안전처가 침몰하지 않도록 할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의 중심에 평범하지만 상식이라고 할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하늘처럼 여기는 것. 의전보다, 노란색 복장보다, 현장과 동떨어진 보고체계보다 더 중요한 것-권력이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중요한 상식의 하나가 아닐까? 재난발생 현장에서 구조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보고체계를 단순화해서 제1보와 최종 결정단계까지의 계단을 짧게 해야 한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를 엄정히 처벌하고, 해양경찰을 비롯해서 안전행정부 고위관계자 등의 무책임을 마찬가지로 엄정하게(4월 16일 낮부터는 한 생명도 구조하지 못했으므로) 수사, 처단하지 않는다면 국민 불신은 잠재울 수 없다. 왜냐하면 ‘도로쇠’(되풀이)가 될 수 있으니까. 지난번에는 윤창중이 터뜨렸고, 이번에는 청해진해운과 무능·무책임한 정부가 터뜨렸듯이 다음에는 포괄적 언론에서 뭔가가 터질 수도, KBS…에서 또 뭔가가 터질 수도 있다고, 비극의 개연성이 상존한다고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윤창중이 망신시킨 우리나라 국격,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수장된 숱한 국민생명은 아무래도 좋은 게 결단코 아니므로 국민들은 걱정과 불신을 놓지 못하고 있다. 우물가에서 노는 어린애를 바라만 봐야 하는 엄마의 심정, 바로 그것이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62]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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