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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간의 기억. 조금은 더 오래 기억하자
[오택진 칼럼] 슬픔도 분노도 조금씩 무뎌진다. 단 한명도 국가는 구해내지 못했는데...
2014년 05월 12일 (월) 10:26:43 평화뉴스 pnnews@pn.or.kr

4월16일 아침 9시경. TV에는 긴급속보로 세월호의 침몰소식이 전해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헬리콥터가 떠 있고 구조바구니에 한명이 올라간다. 헬리콥터가 한 번에 한명 밖에 구조하지 못하는 걸까?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러나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한명이라도 더 구조해야지. 해경과 민간의 보트와 작은 배들이 구조하려 가까이 갔고 수십 명이 구조되고 있다. 500명 가까이 된다는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저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갔다는데...저 사람들이 마지막인가 시작인가. 언론의 ‘전원구조’ 소식을 듣고 ‘그러면 그렇치 대한민국이 이 정도는 되잖아’ 했다. 정말 다행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위기 대응능력이 선진국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21세기. 세계 10위권의 OECD가입국 대한민국이 아닌가.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정부의 구조자와 실종자 발표 수치가 달라졌다. ‘전원구조’는 잘못된 소식이었고 구조자 집계를 중복으로 해서 숫자가 틀렸단다. 170여명의 목숨이 살았다가 다시 실종으로 바뀌었고 그들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10시 반이 넘었다. 세월호는 완전히 뒤집혔고 몇 시간이 지나고 실종자가 생존자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부터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배안에 도대체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는 거야? 살릴 수는 있는거야? 구조는 어떻게 하는 거지?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TV를 보고 인터넷 뉴스를 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경찰 군대 국정원 최첨단 장비 모두 다 동원시켜 빨리빨리 빨리빨리...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 사진 출처. KBS 뉴스(2014.4.16) 캡처

 뒤집어진 배 주변으로 부산하게 큰 배와 작은 배들이 움직인다. 아직 잠수부가 들어갔다는 얘기는 없다. 배가 뒤집힌 상황이니 에어포켓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 맞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빨리 들어가야 한다. 밤 뉴스에는 선장과 선원이 가장 먼저 나왔다. 탈출 안내방송도 하지 않았다. 욕지거리가 나왔다. 당시 배의 선장은 원래 선장이 휴가 가서 대신들어 왔단다. 사고순간 3등 항해사가 타를 잡았고... 이어지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왜 침몰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증명하는 것들 뿐이었다. 무게중심, 평형수, 과적...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냔 말이다. 세금을 거둬가고 월급을 주면서 그들에게 맡긴 일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 아닌가? 국가 너는 무엇을 했느냔 말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국가재난적 사고에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당국과 언론도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희생양을 찾아 집중 공격하겠지. 수사기관과 언론은 처음에 선장과 선원들을 죽일 놈으로 몰아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장과 선원의 책임이 중하다.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곳곳에 압수수색이 들어간다. 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쇼’들은 넘쳐난다. 선장, 선원, 청해진 해운, 한국선급, 세모그룹, 유병언 일가, 구원파...타고 들어가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규정위반 부정비리가 밝혀진다.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었다. 이렇게 마무리 할 것인가? 국가는 이 모든 과정의 ‘심판자’이지 ‘가해자’는 아니란 말인가?

 기가 막힌 일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장’을 해경 간부집에서 재웠단다. 심지어 그 아파트의 CCTV가 두 시간 가량 지워졌단다. 선원들은 집단적으로 모텔에서 잠을 잤고. 진도 VTS와의 교신내용은 편집한 것 같다는 의혹이 있다. 8시 54분. 학생의 첫 신고 전에 이미 배의 이상 움직임이 관계기관에 보고되었다는 증거와 보도된 뉴스들이 곳곳에 증거자료로 나오고 있다. 진실은 무엇인가? 이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안행부 장관이 잠수사들을 격려하겠다면 출항이 늦춰졌단다. 한 관료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교육부장관 오십니다’고 말했다가 ‘어쩌란 말이냐’며 항의를 받았다.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다며 SNS에 글을 올렸고 아버지는 사과했는데 어머니는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주시긴 하는데...시기가 좋지 않았다’며 변명했다. 국민들에게 훈계하고 대접받은 그들이 선진적(?)으로 통치해온 이 나라가 지금 이 꼬라지 아닌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하고 그걸로 안되어 다시 ‘사과’를 했다. 어느 것 하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응책’에만 골똘해있지 울부짖는 민심에 같은 마음으로가 전달되지 않는다. 내가 미개해서 그런가?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살아있을지 모를 아이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며칠이 지나도 성과는 없다.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한 시도 쉬지 말고 구조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울부짖음과 간절한 부탁과 손발 비는 요구에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밤 해경과 해군은 그 밤에 조명탄을 쏘지 않고 바다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뉴스방송 자막에는 이시각 구조작업 계속, 조명탄 쏘며 구조 작업중이라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인터넷 방송의 한 젊은이가 실시간으로 노트북을 들고 컴컴한 바다를 보여주고 실종자 가족들의 대성통곡을 보여주며 조명탄은 없다며 보도했다. 관점과 입장은 사실보도후의 일이다.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 본인의 입맛대로 편집하고 논평한다. 가장 첨예한 이해당사자인 사망자 실종자 유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거센 항의는 그것의 반증이다. 언론은 죽었다.

 자식가진 부모로 눈물을 참을 길이 없다. 참으려고 애써보기도 하지만 유가족들의 인터뷰에 또는 아이들의 동영상에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엉엉 울었다. 몇 분 몇 십분 뒤에 자신들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도 장난끼어린 농담과 웃음, 긴장됨, 두려움...‘살 건데 왜 그래?“...그 모든 것에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가장 마지막에 나와야 할 선장과 선원들이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하고 맨 먼저 뛰쳐나왔다. 그 다음은 구조하러 간 해경. 첫 출동 후 40여분 이상 배 밖에서 구조하면서도 배 안으로 단 한명도 진입하지 않았다. 뛰어 들어가 방송이든지 고함이든지 ”빨리 탈출해, 뛰어 나와“라고 말해줄 단 한 사람이 없었다는 말인가?

 분노도 슬픔도 일상이 되어 조금씩 무뎌져간다. 사고 발생 20여일이 지난 즈음부터 TV에는 예능방송이 나오기 시작한다. 따라 웃는다. 실종자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조금씩 정리하는 분위기다. 연기되었던 축제들도 다시 열린다. 노란리본 프로필사진도 일반사진으로 변해간다. 세월호 사건 뉴스를 보며 슬프고 분노하다가 심심해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연예뉴스도 확인한다.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발표되고 멈추어졌던 선거운동도 재개되고 개소식 한다고 이곳저곳에서 카톡이 날아온다. 여름옷도 사야하고 가전제품도 새로 준비하고 휴가계획도 세운다. 사람들은 슬픔과 눈물보다 일상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그런데 말이다.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단 한명도 국가는 구해내지 못했는데...

   
▲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시민들(2014.5.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간단하게 맥주 한잔 먹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간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 투 잡을 뛰는 대리기사님과 세월호 사건을 말한다. 선장, 선원, 해경, 해군, 청해진, 세모그룹 하나같이 나뿐 놈들이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 박근혜 대통령이 노심초사 그렇게 걱정하시는데...”라는 말에 나는 입을 닫는다. “정권으로 불똥이 튈까봐 노심초사하는 것 같은데...”라는 속말로 대응한다.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침몰사건. 도대체 세상은 뭐가 바뀌었냔 말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세월호 사건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이 분분하다. ‘안전’공약이 중심의제로 등장하고 ‘안전’하지 못한 여당에 대한 공격이 거세진다. 떨어뜨릴 놈은 많은데 당선시키고 싶은 사람이 없으면 사람들은 투표를 할까 안할까...모르겠다.

 국가고 나발이고 내 자식 내가 잘 지켜야지 하며 오늘도 엄마 아빠들은 또 하루를 시작한다. 걱정이 많아졌으니 당분가 더 많이 아이들에게 전화할 것이고 더 많이 간섭할 것이다. 이 긴 시간 내내 내 아이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자고 있는 딸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아빠가 너를 지켜줄게’ 다짐한다. 그런데 또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구나. 앞으로 그 일이 너와 내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구나. 불안하지만 매우 불안하지만 그게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구나. 뉴스에 故김시연 양의 아버님이 인터뷰를 한다. 아침 9시 45분. 세월호 안에서 포털사이트로 세월호 침몰이라는 뉴스를 보며 그것을 화면캡쳐했던 딸아이 스마트 폰 사진이 가슴아팠다던 어제 밤 뉴스에 나는 또 왈칵 눈물을 쏟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막 그러지 않냐? 안전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 지들끼리 다 나가고. 지하철도 그렇잖아. 안전하니까 좀만 있어달라고 했는데, 진짜로 좀 있었는데 죽었다고. 나간 사람들은 살고". 세월호 속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다. 입이 백 개 천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 아이 시연이에게 미안해서, 물에 잠기는 순간까지도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믿었던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도저히 그냥은 못 있겠구나. 세월호는 한 두 사람이 잘못해서 침몰된 게 아니란다. 한 두 사람이 잘못한 일이면 그 사람을 처벌하면 될 일이지만 너무 많은 집단들이 너무 많은 어른들이 관련되어 있단다. 기업은 ‘돈’을 쫓았고 감시기관은 ‘묵인’하였고 권력은 ‘무능’하고 국민들은 먹고 사는데 바빴단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진실을 덮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세상은 어제와 똑같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까지는. 앞으로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시간의 역사 속으로 묻혀진다. 3주기, 5주기, 10주기가 올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잊혀져간다.

 지난 역사 속에 묻힌 진실이 얼마이고, 그로 인해 엄히 처벌하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인가? 그 사람들이 그 나쁜 놈들이 곳곳에 살아서 호의호식하며 국가를 좌지우지한다. 손에 계란하나 다시 들기를 다짐한다. 저 거대한 바위를 향해 던질 것이다. 바위는 꿈쩍 않고 내가 던진 계란이 깨질 것이다. 안다. 익숙한 일이다. 그래도 또 던질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더럽히기라도 해야겠고. 결국 계란으로 바위를 뒤 덮어 버리기라도 해야겠다. “시바 이건 아니잖아” 라고 욕이라도 해야겠다. 세월호 침몰사건에 시작부터 끝까지 수없이 많은 의혹이 모두 다 밝혀지지 않는 한 이 시대의 불안함은 언제든 나를 향해 올 수 있다.

 우리 조금은 더 천천히 잊자. 조금은 더 오래 기억하자.

   




[오택진 칼럼] 21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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