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다음은 청도?...삼평리 주민들의 커지는 불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6.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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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밀양 행정대집행에 분노...."대안없는 공사 재개 반대" / 한전 "당분간 계획 없다"


"말도 아니다. 완전 지옥이다. 나이 많은 할매들은 안에서 계속 고함 지르고 포크레인은 밀고 들어가고 경찰들은 길목을 막고 다른 사람들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하고. 남일이 아니다. 우리랑 똑같다"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시작된 11일. 이날 아침 밀양을 찾은 경북 청도군 삼평리 주민 김춘화(64) 할머니는 이 같이 말하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43년째 삼평리에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4년째 청도 삼평리에 들어설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밀양 행정대집행 현장 ⓒ 프레시안(최형락)
밀양 행정대집행 현장 ⓒ 프레시안(최형락)

김 할머니는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밀양 주민들에게 힘을 보태주려 밀양을 찾았다"며 "하지만 경찰이 산 입구를 막아 삼평리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11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또 김 할머니는 "밖에서 발만 동동구르고 왔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놈의 송전탑 하나 꼽자고 나이 많은 할매들 다 죽일 일 있는가. 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이러면 안된다. 삼평리도 언제 공사를 재개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빨리 돌아가 현장을 지켜야겠다"고 덧붙였다.

2007년 귀농해 8년째 삼평리에 살고 있는 빈기수(51.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씨도 밀양 소식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늘? 내일? 소리 소문 없이 포크레인 밀고 들어와 공사 재개할까 무섭고 겁난다"며 "마음 같아선 당장 밀양에 가 도와주고 싶지만 삼평리에 한전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이 곳을 지켜야 할 것 같다. 밀양을 정리하고 난 다음에는 청도 삼평리가 아니겠느냐. 잠이 오지 않는다. 한국전력공사 직원이 미리 알려준다 약속은 했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밀양 행정대집행 현장 ⓒ 프레시안(최형락)
밀양 행정대집행 현장 ⓒ 프레시안(최형락)

밀양시와 경찰이 11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나서 공사장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경북 청도 삼평리 주민들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 삼평리는 2년가까이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 곳으로 주민들은 4년째 송전탑 공사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삼평리에서 비상회의를 열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의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공사 다음은 청도"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대책위에서 활동가 일부만 밀양에 일시적으로 보내기로 했다. 주민들은 삼평리 농성장과 망루에서 계속 농성을 벌일 예정이며, 추후에 다시 밀양 주민과의 연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10일 대책위는 성명서를 내고 "민중의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자연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밀양 행정대집행에 치떨리는 분노를 가눌 수 없다"며 "공권력이 밀양의 농성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침탈하는 그 순간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들고 한전 앞에 선 삼평리 할머니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들고 한전 앞에 선 삼평리 할머니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변홍철 공동집행위원장은 "밀양의 경우처럼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며 "아직까지 그런 연락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라도 밀양이 마무리되면 다음은 청도 삼평리 차례일 것"이라고 했다. 또 "대안 없는 어떤 공사재개도 반대한다"면서 "삼평리 주민들이 싸우는 한 끝까지 도울 것이다. 필요하다면 밀양 주민과의 연대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삼평리의 경우 공사가 예정된 송전탑 3기 중 2기는 이미 공사가 마무리돼 송전탑이 들어섰다. 하지만 나머지 1기인 23호기는 2012년 7월부터 주민들의 저항으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23호기 공사장 진입로에 있는 5m 높이 망루에 올라 지난 4월 16일부터 57일째 송전탑 반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권운동연대'와 '대구여성노동자회' 등 18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대구민중과함께>는 지난 4월 '공동투쟁'을 선언하고 삼평리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고공농성에 합류했다.

그러나 윤태호 한전 대경건설지사 차장은 "아직 청도 삼평리쪽은 위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현재까지 공사재개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 "밀양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기 때문에 당분간 힘들지 않겠냐"면서 "공사를 재개한다 해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준수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망루 위 텐트에서 농성 중인 삼평리 주민들(2014.4.16) / 사진.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
망루 위 텐트에서 농성 중인 삼평리 주민들(2014.4.16) / 사진.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

한편 한전은 4월초 "대구지방법원이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 대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가 공사를 방해했다"면서 삼평리 주민 5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1명 등 모두 6명을 상대로 총액 240만원의 이행강제금 청구소송을 지난 4월초에 냈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구지법은 한전 대경개발지사가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 17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6명 등 모두 23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공사에 동원되는 차량, 중기, 인부 등의 교통로를 막는 것과 철탑부지 또는 철탑부지로 가기 위한 진입로, 작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공사방해 행위"라며 "공사방해 행위시 1명당 1일 2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2월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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