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의 국가폭력...밀양, 눈물이 난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3.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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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대책위 이계삼(41) 사무국장 강연 / "9년간의 싸움, 민주주의는 땅에 떨어졌다"


"9년간의 송전탑 싸움. 감금, 폭행, 욕설, 고소, 고발로 얼룩진 밀양. 경찰과 검찰 조사만 14번. 경찰에 밟힐 것만 같은 공포가 매일 밀려온다. 국가폭력으로 밀양의 민주주의는 땅에 떨어졌다"


이계삼(41) '밀양765㎸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25일 대구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을 비판했다. 지난 2012년부터 3년째 대책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그는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국가권력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것은 인간의 자연권 중 하나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참 고달픈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며 "수치와 모멸감을 매일 느낀다. 내일도 경찰조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계삼 '밀양765㎸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2014.3.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계삼 '밀양765㎸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2014.3.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2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물레책방에서 '국가폭력과 민주주의, 밀양'을 주제로 이계삼 사무국장의 강연을 열었다. 한국전력은 2006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기를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해 90.5km에 이르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계획을 발표했다. 밀양 52기 등 모두 161기 송전탑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로 밀양에는 현재 7기의 송전탑만 들어섰고 29기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에는 고정마을 유한숙(71), 2012년에는 보라마을 이치우(74)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현장을 지키는 주민을 경찰과 한전직원이 끌어내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실신하는 일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경남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민 김수암(71) 할머니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바드리마을 공사장에 세워진 굴착기에 몸을 묶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3.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남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민 김수암(71) 할머니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바드리마을 공사장에 세워진 굴착기에 몸을 묶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3.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계삼 사무국장은 "작년 10월 공사재개 후 다시 중단됐다가 올해 또 재개됐다. 그러면서 잘 싸우던 동네 1,2곳이 저쪽으로 넘어가 요새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그런 일이 벌어지면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나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런 심정을 알기 때문에 비난 할 수는 없다"면서 "한전과 정부, 경찰은 주민에게 일방적 항복만 강요한다. 현장에서 보면 괴로운 일이 많다. 70-80대 노인들에게 어쩜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말로 다 못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부모님 산소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88살 할머니는 그 땅을 지키려 경찰과 싸우다 인대가 녹아내렸다.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들의 탄원서를 보면 '욕심 없다. 지금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호소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똑같이 적혀 있다.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경찰과 대치 중인 밀양주민(2013.10.7.금곡헬기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과 대치 중인 밀양주민(2013.10.7.금곡헬기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요새는 밀양이 무너지면 전국 송전탑 공사 반대 현장이 다 무너진다는 부담감도 크다"면서 "한전은 그걸 기대하고 끝없이 밀양을 옥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에서 송전탑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밀양을 포함해 청도, 대구 달성군, 충남 당진, 울산 울주군, 구미 신동마을 등 모두 6곳이다. 그러나 "국가가 망가뜨린 죄 없는 어르신들의 평온했던 일상, 송전탑으로 엉망이 된 노년의 삶. 노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공사 반대에 걸고 있다"면서 "삶의 터전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송전탑 공사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765kV는 우리나라 국토에 맞지 않는다. 미국, 캐나다 같이 땅이 넓은 지역에서 장거리로 송전선로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좁은 땅에 초고용량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765kV는 아파트 40층에 버금가는 100m짜리 대형철탑으로 일반 송전탑의 18배에 해당한다"며 "초고압 송전탑이 드러서면 채소 재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암환자 발병률도 높으며 소음피해도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토지를 매개로 대출을 받으려 해도 송전탑 부지라는 이유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한 곳도 없다"며 "땅 자체가 매매가 안된다. 그런데 한전은 '전원개발촉진법'을 내세워 토지를 강탈하고 원가의 10분의 1만 보상금으로 준다. 그것도 부지로 선정된 곳에서 33m 이내에 들어가야 준다. 송전탑 부지로 결정되는 순간 땅은 한전에게 강제수용되는 것이다. 할매들은 뒤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계삼 사무국장(2013.10.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계삼 사무국장(2013.10.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송전탑 공사 강행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과 대만에는 765kV가 없고 미국도 지중화 추세인데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초고압 송전선로를 지으려 하는가. 대기업에 헐값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대구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모든 폭력과 고통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밀양 송전탑은 대구를 위해서"라며 "대구 시민들이 사용할 전기 때문에 시골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아파하고 있다 삶이 무너지고 있다. 그들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밀양 밀성고등학교에서 11년 동안 국어교사로 일하다, 지난 2012년 퇴직 후 3년째 '밀양765㎸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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