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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의 거리에서 다시 못올 시대를 추억하다
대구 '김광석길 골목방송' 시범운영...문화해설사들 토.일 1시간씩 진행
2015년 01월 19일 (월) 12:02:41 평화뉴스 이은정 객원기자 pnnews@pn.or.kr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길) / 사진. 이은정
   
▲ '김광석길' 골목방송 스튜디오 / 사진. 이은정

<김광석길 골목방송 스튜디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우선 1월은 시범운영기간으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한 시간 동안 운영된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하 김광석길) 초입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2평 남짓한 좁은 공간과 350여 미터 벽화거리에 뜨문뜨문 스피커 11개가 달린, 그야말로 ‘동네방송’ ‘골목방송’이다. 때문에 굳이 김광석길에 친히 나와서 소위 ‘본방사수’를 못하면 들을 수 없는 휘발성 방송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0일 첫 방송을 송출할 때 떨리는 가슴은 여느 공영방송이나 라디오 생방송 못지않은 것이었다. 중구청이 시설관리를 담당하지만 방송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주체는 바로 중구청 소속 골목문화해설사들이다. 대구근대골목투어를 진행하는 40여명의 골목문화해설사들 중 현재 6명의 해설사들이 따로 방송국팀을 꾸려서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생업이 있거나 주부이거나 컴맹이기도 한 40, 50대 여성들이지만 김광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빨간 날’조차 반납하는 열정을 만들어냈다. 방송 하루 전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본을 수정하는가 하면, 방송 당일에는 아침부터 스튜디오에 나와서 백 번도 더 본 큐시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시간 점검을 하면서 긴장하게 된다. 

   
▲ 방송 진행 중인 신명희 골목문화해설사(사진 왼쪽). 골목방송은 두명이 한팀을 이루어 진행한다. 이날 DJ를 맡은 신명희(마이크앞) 해설사와 스텝 손분희 해설사 / 사진. 이은정

스튜디오에 앉아 있다 보면 평일 1,000명, 주말 3~5,000천명이 김광석길을 다녀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지역을 불문하고 이 거리를 다녀간다. 새로 생긴 스튜디오가 신기한 방문객들은 창에 바짝 얼굴을 붙인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멀리 전주에서 왔다는 젊은 연인들은 “진짜 오길 잘 한 것 같아요.”라며 손을 꼭 잡고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노래가 나간 직후에는 한 할머니가 스튜디오를 찾아와 “방금 나간 노래 제목이 뭐유?”하고 물으셔서 가르쳐 드렸더니, 잘 외워지지 않는지 몇 번이나 되물으며 “노래가 참 좋네.”하신다. 어찌할 수 없는 사투리와 억양이 아마추어 티를 풀풀 흘리기도 하지만, 김광석 거리를 걷는 모든 이들은 바로 그 서툴기만 한 투박함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게 되지 않을까.

이 거리를 걷다보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꿈결처럼 마음이 가벼워지고 너그러워진다. 왜 아니겠는가. 너무 일찍 떠난 한 음유시인을 그리워하는 일, 그의 노래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추억하는 일, 돌아오지 않을 지난 시대를 기억하는 일, 그처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해맑고 평화로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 김광석길에 버스킹을 위해 새롭게 단장한 야외공연장 / 사진. 이은정
   

김광석길이 처음보다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때문에 김광석 골목방송이야말로 김광석길이 가진 문화예술성을 대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김광석 노래이야기, 벽화이야기’를 주제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미있는 이벤트나 인터뷰도 기획하고 있다. 방문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블로그나 SNS를 통해 사연도 주고받을 생각이다.

욕심이 끝이 없는 건, 지역 예술가들이 죽은 시멘트벽에 피워 낸 생명의 온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의 향기에 취해 쉬고 노래하고 즐거워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행복하다. 김광석길 골목방송도 그 향기에 소리 없이 젖어 들고 또 다른 향기를 만들어 내는 행복발전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은정 / 김광석길 골목방송국장, 중구청 골목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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