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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멈춘 낙동강, 녹조에 침수피해까지...
[르포]달성·강정·칠곡보/ 뻘이 된 강바닥, 큰빗이끼벌레도..."호수화 보 탓"/ "과대해석"
2015년 07월 22일 (수) 18:22:54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pnnews@pn.or.kr

21일 대구 달성보 강은 그대로 멈췄다. 상류에 생긴 녹조의 '초록띠'만 움직이는 것처럼 일렁였다.  강바닥에는 모래 대신 '진흙'이 쌓였고 정체된 물에서만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까지 나타났다. 국내 최대 맹꽁이 서식지인 대구 대명유수지도 달성보 담수로 지하수위가 상승하면서 침수피해를 입어 물억새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 여파로 물억새 군락에서 산란하는 맹꽁이도 터전을 잃었다.

   
▲ 달성보 상류 좌안 선착장에 녹조 (2015.7.2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21일 '낙동강 국민조사단'과 '대한하천학회',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대구시 달성군 달성보 상류와 사문진교, 강정고령보, 대명천과 대명유수지, 하빈배수장, 칠곡보 등 4대강사업 핵심구간인 낙동강 보 일대에서 9시간가량 '낙동강 현장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에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황인철 녹색연합 국장 등이 참여했다. 

현장조사 직전 주말동안 달성보에는 비가 내렸다. 기온이 떨어지면 수그러든다던 녹조는 여전히 물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주말동안 비가 내렸음에도 녹조가 보이는 정도면 그 안의 조류 농도는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독성물질을 내뿜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녹조에 포함돼 낙동강 전체 식수원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달성보 상류서 채취한 강바닥 진흙(2015.7.2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현장조사단이 달성보 상류 380m지점, 수심 11m에서 저질토측정기를 이용해 강바닥을 채취한 결과, 과거 낙동강 바닥에서 발견되던 모래와 자갈 대신 점성이 강하고 색깔이 짙은 진흙덩어리가 발견됐다. 강정고령보 일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성보 강바닥의 진흙보다 모래의 함량이 조금 더 많을 뿐, 더 짙은 검은빛을 띄고 있었다.

박창근 교수는 "강바닥에 진흙이 쌓인 이유는 물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라며 "모래가 아닌 진흙이 강바닥을 차지하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그 결과 생물이 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사업 후 보에 물을 가둬두면서 유속이 느려져 낙동강이 '호수화'돼가는 증거"라면서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죽어가는 낙동강을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강정보 상류 300m지점 수심 11m 속 진흙 (2015.7.2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대구시 달서군 대천동 대명유수지는 물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천혜의 자연습지'다. 대명유수지는 장마나 태풍시 성서공단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파놓은 18만여평의 유수지로 평상시는 물이 말라 있다. 하지만 달성보 완공 후 수위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잘 자라던 물억새가 집단 고사했고, 그 자리를 갈대가 차지하고 있다. 달성보가 물을 가두는 담수 기능을 하면서 근처에 침수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지난 2000년도엔 대명유수지에서 삯, 고라니, 수달 같은 동물들이 관찰 될 정도로 종 다양성이 풍부한 습지였다"며 "이곳에 물이 차오르면서 물억새가 죽고 갈대가 자라나 토양이 전체적으로 부영양화돼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고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조사결과 대명유수지에 1년 사이 40cm 이상의 물이 차올랐다"며 "대명유수지 지하수위는 성서공단 지하수위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유수지에 물이 찬다는 것은 장마철이 되면 성서공단에 심각한 침수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 대명유수지에 군락을 이룬 물억새와 갈대(2015.7.2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명품 자전거 도로'로 각광받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산책로를 걷다보니 발아래 강 속에서 동그란 물체가 눈에 띄었다. 일명 '4대강 벌레'라고도 불리는 큰빗이끼벌레였다. 조사단이 물속에 들어가 나뭇가지를 들어 올리니 주먹 두개만한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모습을 드러냈다.
 
큰빗이끼벌레는 물속 돌과 수초에 붙어사는 태형동물 일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호수나 저수지 등 물이 흐르지 않는 정체된 곳에서만 발견돼 호수지표종으로 분류됐다. 이 벌레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여름으로 낙동강, 한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사업 전역에 출현해 논란을 빚었다.

   
▲ 강정보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2015.7.2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기온이 점차 올라가 큰빗이끼벌레 증식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큰빗이끼벌레의 출몰은 강물의 부영양화와 조류의 대량 번성을 가져와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을 방해하는 생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수문을 열어서 강물을 흐르게 해야한다"며 "호수로 변하고 있는 낙동강에 유속이 생겨야 녹조도 없어지고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생태계 교란종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마을의 저류조 (2015.7.2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이날 현장조사 마지막 목적지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마을에는 거대한 저류조가 들어서 있었다. 이 시설은 칠곡보 담수로 낙동강 주변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발생하자, 국토부가 예산 6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난해 6월 칠곡군에 인공적으로 지하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계속해서 차오르는 지하수를 양수기를 동원해서 퍼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시설 유지에 쓰이는 전기세도 불필요한 혈세를 낭비하는 것"라며 "4대강 보의 수문을 상시적으로 개방하거나, 관리 수위를 2~3m만 낮추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조사현장을 찾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농지 침수피해는 비가 많이 오는 등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실제 전기세는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며 "환경단체의 과대 해석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낙동강 국민조사단'과 '대한하천학회',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9~22일까지 4일간 4대강사업이 진행된 낙동강 일대 8개 보에서 현장조사를 벌인다. 특히 조사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영주댐을 방문하고, 영주댐 완공 시 담수에 따른 수몰예정지역인 금강마을의 전망대에서 '담수 중단 퍼포먼스'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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