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 '부당해고'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7.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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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짜리' 계약서에 퇴직금도 없이 '해고'...업체 "정년퇴직" / 공사 "몰랐다"


"더 바랄 것도 없다. 나이 먹어가 젊은 사람들 일자리 뺏어서 뭐하겠노. 다만, 계약기간이 반년이나 남았는데 일방적으로 사직서 쓰라는 게 어딨노?"

대구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손정자(65)씨는 7월 2일 월배차량기지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해고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했다.
손정자씨는 10년 동안 대구도시철도공사 월배차량기지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로 근무했다. 매년 철도공사가 새 외주용역업체와 1년 계약을 맺으면 그에 따라 고용승계 되어 1년 고용을 보장받았다. 비록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었지만 85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남편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올해는 10년 동안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청소반장까지 맡게 됐다.

그러나, 철도공사와 올 1월 계약을 맺은 H외주용역업체는 지난 3월 14일부터 손씨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종용했고, 6월 30일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유는 '정년퇴직'이었다.

10년 동안 대구도시철도공사 월배차량기지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로 근무한 손정자(65)씨(2012.7.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년 동안 대구도시철도공사 월배차량기지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로 근무한 손정자(65)씨(2012.7.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손씨는 이미 지난 1월 H업체에 주민등록등본과 이력서를 제출했고, 공공기관의 외주용역업체에는 '정년' 규정도 없다. 또, 공공기관이 발주한 용역사업의 경우에는 사업 계약기관과 고용 계약기간이 통상적으로 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용 계약기간은 올 12월 30일까지다. 결과적으로 손씨는 6개월의 고용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퇴직금도 못 받고 '해고'된 것이다.       
           
이후, 손씨가 "부당해고"라며 반발하자, H업체는 "계약 기간은 올 6월 30일까지 였다"며 "고용계약서에 따라 해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때서야 손씨는 자기가 작성한 고용계약서를 찾아보게 됐다. 실제로, 고용계약서 제 1조에는 '근로계약기간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로 한다'고 나와 있었다. 손씨뿐만이 아니라 H업체와 철도공사가 계약을 맺은 월배, 사월, 문양, 안심 차량기지 청소노동자 15명 모두 '6개월짜리'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고를 당한 사람은 손씨 한 사람 뿐이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부는 노조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공사와 H업체를 규탄하며 ▷비정규직 부당해고 금지, ▷해고노동자 복직, ▷철도공사 직고용을 요구했고, 올 1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을 언급하며 "외주용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발주처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정자씨는 "H업체는 1월에 이미 내 나이를 확인하고 고용했으면서, 이제와 있지도 않은 '정년' 규정을 들어 해고 했다"며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주장했고, "6개월짜리 계약서를 작성한 다른 노동자도 해고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사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씨와 H업체가 올 1월 작성한 '6개월짜리' 고용계약서...월배, 사월, 안심, 문양 차량기지 청소노동자 15명도 모두 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2012.7.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손씨와 H업체가 올 1월 작성한 '6개월짜리' 고용계약서...월배, 사월, 안심, 문양 차량기지 청소노동자 15명도 모두 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2012.7.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손씨는 "남은 6개월 동안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10년 동안이나 일한 곳인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만둘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이 나이에 어디 새로 직장을 구할 수도 없다"며 "지금부터 쉬면 앞으로 계속 집에만 있어야 할낀데...마지막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마경화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지하철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은 "H용역업체는 1년 고용승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고, 공사는 부당한 해고에 대해 방관자가 아닌 당사자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고, 손소희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사무국장도 "6개월짜리 계약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며 "H용역업체와 철도공사는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H용역업체는 "정년 65세는 회사 규칙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고, 철도공사는 "6개월짜리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H용역업체 강OO 팀장은 "올 초에 고용을 승계하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발견하고 뒤늦게 사직서를 권유했고, 계약서에 따라 6개월 뒤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분들은 아직 정년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재계약을 통해 고용 승계를 할 것"이라며 "부당 해고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상호 대구도시철도공사 운영처 차량부 담당관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난 뒤 고용계약서까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도 당연히 1년 계약을 맺은 줄로 알았다"며 "6개월짜리 계약은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씨의 "복직"에 대해서는 "용역업체의 고용문제는 철도공사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이미 권고했다"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월배차량기지(2012.7.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도시철도공사 월배차량기지(2012.7.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는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2일 지금까지 대구도시철도공사 앞에서 "비정규직 부당해고 금지"를 촉구하는 월요촛불집회를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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