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이긴 세력은 역사에 없다

평화뉴스
  • 입력 2013.06.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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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와 언론, 청산하지 못한 '친일'과 '지역주의'


뉴라이트, 보수 아닌 극우

안중근 의사, 백범 김 구를 테러리스트로, 독재자 이승만을 국부로,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뉴라이트 세력은 과연 보수라고 할 수 있을까? 일부 극우-수구 언론매체를 원군 삼는 이들의 본심, 뿌리, 동지들의 네트워크는 무엇일까? 이들의 궤변을 한풀이로 치부하면 그만이겠지만 정작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걸까?

지난 2주일 동안 목소리를 내어온 매체들이 나름으로 쟁점화한 기사를 보기로 하자.

경향신문
기사/ "자기 덫에 걸린 뉴라이트…기존 교과서도 유리한 것만 강조"(2013. 6. 10. 21면)
시론/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뉴라이트의 거짓말(6. 4. 29. 오피니언)
한겨레
기사/ '국정원 선거개입’에 입닫은 박대통령(6.17.1면), 원세훈의 국정원, 선거란 선거엔 모두 개입했다(6.15.1)
사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종편의 ‘5·18 왜곡 보도’(6.14. 31면)
조선일보
기사/ 檢 “정치 글·댓글 1930개”…4시간 뒤 “1977개” 우왕좌왕 不實발표(6.17. A10)

매일신문
기사/ 청와대에 ‘대구·경북’ 없다(6. 14. 1면),‘지역과 소통’ 박 대통령의 미소(6. 6. 1면)


<경향신문> 2013년 6월 10일자 21면(인물)
<경향신문> 2013년 6월 10일자 21면(인물)
<경향신문> 2013년 6월 4일자 29면(오피니언)
<경향신문> 2013년 6월 4일자 29면(오피니언)
<한겨레> 2013년 6월 14일자 사설
<한겨레> 2013년 6월 14일자 사설

여기서 눈에 띄는 것. 한겨레·경향-국민과 정서를 함께 하는 역사를 공유하는 데 반해 조선일보 기사는 뭘 지향하는 것일까? 이명박의 국정원장 원세훈 구속 여부를 둘러싼 검찰의 고민? 하지만 기사 흐름을 보면 검찰의 분열상을 부채질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구속’이 아니었다.

<조선일보> 2013년 6월 17일자 10면(사회)
<조선일보> 2013년 6월 17일자 10면(사회)

매일신문의 '지역주의'
 
또 하나는 매일신문의 춤추는 듯한 보도. 분명 6월 6일치 기사엔 지역과 화답(?)하는 청와대 주인을 스케치했는데 14일치 기사는 청와대 안마당에 ‘대구·경북’이 없단다. 그럼 박 대통령의 인사는 이번에도 또 문제였다는 말인가. 그런데 부제-‘독주 PK는 대거 물망에’-를 보면 본색이 보인다. 그렇다. 매일신문에겐 청와대 주인이 청와대 안마당을 ‘대구·경북’으로 촘촘히 박아놔야 했다. 매일신문의 기사를 뒤집으면 이렇게도 읽을 수 있겠다. ‘청와대 안마당을 ‘대구·경북’으로 모조리 채우면 누가 청와대 주인이 돼도 상관이 없다.’고. 지역주의도 이 정도면 ‘대구·경북 공화국’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망국적 지역주의에 아찔할 뿐이다. 매일신문이 왜 왕조시대를 빼어 박은 듯한 수구신문이란 비판을 받는지 곱씹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민족국가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높은 데서 멀리 보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매일신문> 2013년 6월 6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6월 6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6월 14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6월 14일자 1면

이기붕 일가 장례보도, 왕조시대 '국장' 재현

수구언론/세력의 행적을 돌아보자.
1960년 5월 1일 대구일보. 「조문객 천여명 참석/만송 일가 망우리에 안장」 제목으로 아들을 이승만에게 양자로 입양하게 하고 이승만의 권력을 대행한 이기붕 일가의 죽음을 굵은 검은 색 띠를 둘러 3단 상자기사로 다뤘다.

『조객 천여명 참석/만송 일가 망우리에 안장』 제목을 붙인 대구일보 1960년 5월 1일치 기사. 이 대구일보(발행인 여상원)는 같은 제호로 현재 발행 중인 신문(사실은 별개 신문으로 1980년대 말 대구신문사에서 창간. 발행인 김경발)과는 다른 신문이다.
『조객 천여명 참석/만송 일가 망우리에 안장』 제목을 붙인 대구일보 1960년 5월 1일치 기사. 이 대구일보(발행인 여상원)는 같은 제호로 현재 발행 중인 신문(사실은 별개 신문으로 1980년대 말 대구신문사에서 창간. 발행인 김경발)과는 다른 신문이다.
 
한편 고 『강석』 군의 유해는 지난 날 같은 군문에서 지내던 젊은 군인들의 손으로 운구되었으며 또한 고 『강석』 군의 유해도 역시 서울고등학교 동창생들과 연세대학교 친구들의 손으로 각각 오후 一시 경 고히 묻혀졌다.

이기붕 일가와 이승만이 국가와 국민 위에 군림한 독재권력이었다거나  대한민국 국민을 탄압한 장본인, 이승만은 특히 건국 직후 안두희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분단을 반대한 백범 김 구를 ‘제거’하게 하지 않았던가(이승만-군부-안두희의 끈끈하면서도 비밀스런 관계는 해방정국에서 보수 청년세력으로 자임하고 활동하던 중 이승만의 거짓말에 실망하고 그 곁을 떠난 고 강원룡 목사의 회고록 〈빈들에서〉(전 3권), <역사의 언덕에서〉(전 5권)에 자세하다). 그런데 대구일보의 기사에는 그런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이기붕 일가가 패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이 희망을 회복하게 된 사실을 우회적으로나마 엿보게 하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왕조시대 저리가라는 식의 ‘애끓는 만사(輓詞)’의 분위기만 가득할 뿐이다. 이게 당시 대구 제일의 주류 일간신문 대구일보의 보도태도였다.

「4·19 학생혁명 기념…희생자 의연금을 위한…경북학생연극회공연」 광고(대구일보 1960년 5월 1일치 하단). 4월혁명이 민족적 거사임을 알리기 위해 「연제 침략자 이등박문」을 알리고 있다. 「일시=5월 2일부터 4일간(오후 2시 5시 8시 3회 공연)/장소=구 국립극장(문화극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학생극은 성인극 못지않게 메시지가 참신했으므로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에 따라 학사·공안당국의 감시를 늘 받고 있었다.
「4·19 학생혁명 기념…희생자 의연금을 위한…경북학생연극회공연」 광고(대구일보 1960년 5월 1일치 하단). 4월혁명이 민족적 거사임을 알리기 위해 「연제 침략자 이등박문」을 알리고 있다. 「일시=5월 2일부터 4일간(오후 2시 5시 8시 3회 공연)/장소=구 국립극장(문화극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학생극은 성인극 못지않게 메시지가 참신했으므로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에 따라 학사·공안당국의 감시를 늘 받고 있었다.

뉴라이트가 안중근·백범 폄하하는 이유

그뿐이 아니다. 4·19혁명으로 분출된 국민의 민주열망을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어떻게 짓뭉갰는지 영남일보 2011년 10월 28일자 6면을 통해 보자. 「안중근 의사 혈족 3명 50년 만에 ‘무죄’」를 큰 제목으로 붙인 이 기사의 부제는 「5·16 혁명재판소서 유죄…」. 뉴라이트 세력이 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깔아뭉개려 했는지 그 본색이 생생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유죄로 옭아매어 ‘단죄’한 항일투쟁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에겐 민족사를 지키려 풍찬노숙 투쟁으로 일생을 산 안중근 의사의 세력이야말로 우리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1호 인사’가 아니었을까?

<영남일보> 2011년 10월 28일자 6면(사회)
<영남일보> 2011년 10월 28일자 6면(사회)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뉴라이트가 부각하려 하는 세력들의 행적을 살피는 것은 그들의 친일행적이 바로 살아서 민족사는 물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 공동체 생활을 짓뭉갤 수 있는 위험, 희망을 가지고 평화의 미래를 그리려 하는 국민들의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현재적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말 할 수 있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그 대답은 영남일보 1948년 8월 20일치 1면 주요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영남일보 1948년 8월 20일치 1면 주요기사 「신정부에 잠입한 친일분자들/죄과들어 탄핵키로/국회 제사십사차 본회서」
영남일보 1948년 8월 20일치 1면 주요기사 「신정부에 잠입한 친일분자들/죄과들어 탄핵키로/국회 제사십사차 본회서」

「신정부에 잠입한 친일분자들 죄과 들어 탄핵키로」

친일세력들은 토지개혁을 반대했고, 소작료 인하를 막아 민생을 일제강점기처럼 여전히 좌지우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족의 여망을 안고 반민특위가 발족되자 이승만의 권력을 배경으로 저항했고 이승만의 명령으로 국가기관인 반민특위에 대항했다. 권력을 향한 행보도 재빨랐다. 위 기사에 보듯이 이들 친일파들은 신생 대한민국의 정부가 뜨자 미군정에서 그랬듯이 단번에 실세가 된다. 이들이 행세한 권력은 비단 행정·정치권력만이 아니었다. 문화·종교 권력도 이들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어떤 반성도, 참회도 없었다.

대구의 친일파-문화·종교계 포진


우리 대구지역민들로는 작곡가 현제명·박태준 등 문화계 친일파들, 불교·천주교·개신교 등 종교계 친일파들, 교육계 친일파들이 친일행각을 벌였다. 명단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개신교계만 하더라도 김봉도, 유재기, 신후식, 김정오, 이명석, 박래승, 백남채·김성매 부부 등을 꼽을 수 있고 교육계로는 주익로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

대구 출신 작곡가로 친일행각에 앞장 선 박태준이 작곡하고 이광수가 가사를 쓴 '지원병장행가'
대구 출신 작곡가로 친일행각에 앞장 선 박태준이 작곡하고 이광수가 가사를 쓴 '지원병장행가'

해방이 되면서 우리민족, 대구지역민들은 일제 군·관료 판사 출신 친일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계·종교계·교육계 친일파들로부터 진정이 밴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다. 친일세력들이 해방된 민족국가 조국에서 여전히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언론에 힘입은 바가 컸다. 민족사를 부둥켜안고 투쟁해온 민족·민중과 보조를 맞춘 언론이 아니라 황민화 정책 수행의 첨병으로 친일행각을 벌인 바로 그 언론매체, 언론인들. 

대구 남산정 예수교회가 조선군사령부에 방공기재비를 헌납한 데 대해 조선군사령부가 1941년 대구 남산정예수교회에 준 감사장.
대구 남산정 예수교회가 조선군사령부에 방공기재비를 헌납한 데 대해 조선군사령부가 1941년 대구 남산정예수교회에 준 감사장.
남산교회 애국반장(목사) 이문주 명의로 국민정신총동원총회연맹경북노회지맹 이사장 앞으로 보낸 「시국대응의 제실시의 대응의 관한 건 보고」 내용.
남산교회 애국반장(목사) 이문주 명의로 국민정신총동원총회연맹경북노회지맹 이사장 앞으로 보낸 「시국대응의 제실시의 대응의 관한 건 보고」 내용.
예수교 경북노회연합여전도회장 김성매가 1941년 보낸 국민총력경북노회연맹여자부결성통지서. 표어로 「총력발휘는 여자의 시국 재인식에서」를 내걸었다. 기독교계에서 친일행각을 벌인 김성매는 제헌의원인 백남채의 부인이다.
예수교 경북노회연합여전도회장 김성매가 1941년 보낸 국민총력경북노회연맹여자부결성통지서. 표어로 「총력발휘는 여자의 시국 재인식에서」를 내걸었다. 기독교계에서 친일행각을 벌인 김성매는 제헌의원인 백남채의 부인이다.
일제강점기 대구부에서 발행한 조선인 감시 친일기관인 방면위원 명단. 일본인들과 함께 수많은 조선인 유지들이 조선인 감시기관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대구부에서 발행한 조선인 감시 친일기관인 방면위원 명단. 일본인들과 함께 수많은 조선인 유지들이 조선인 감시기관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사주는 국민보다 세다?

이런 권력 네트워크를 놓지 않는 수구언론이 누구를 두려워할까? 독자?국민? 진실? 대답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사주-권언유착의 고리조차 이젠 숨기려 하지 않는-앞에 무릎 꿇을 뿐이다. 이완용과 이등박문을 정당화하고 전쟁의 북소리를 울리면서.

이러다간 저들이 외면하는 독도를 일본에 빼앗기고 청산리·봉오동전투, 홍범도와 김좌진, 이순신 대신 풍신수길을 찬양하게 될지 모른다. 임진왜란, 위안부,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태프트-카츠라 밀약의 역사, 그리고 참말을 잊게 되지 않을까. 조상과 조상의 항일을 부인·멸시하는 저들에 의해 우리가 지켜온 우리국토, 민족문화, 노력한 대가, 자유의 정신조차 ‘빼앗긴 들’-이상화가 시로 읊었듯-이 되지 않을까.

정의롭게 친일파 청산해야 평화의 미래 열려

하지만 빼앗길 수는 없다. 진실은 우리가 진실을 지키려 노력하는 한 진실 편이고 진실을 이긴 세력은 역사에 그 누구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실의 소통력은 뉴라이트가 당해낼 수 없을 만큼 강하다. 흑백 2분법의 독화살로 무장한 뉴라이트, 그들의 배경인 수구언론은 ‘종북좌빨’을 잠꼬대처럼 욀 뿐이다. 노랑으로 중앙을 삼은 오방색, 색동저고리, 백제금동대향로, 주몽과 광개토대왕, 김대성의 불국사, 뻐꾹새의 구성지면서도 우렁찬 울음, 장고춤사위, 녹두장군 파랑새 노랫소리, 평안도 농민들의 함성, 산 메아리를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채 스스로를 메이지유신과 침략의 환상 속에 가둔 ‘갇힌 세력’이다.

저들은 훈민정음, 허 준의 동의보감,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고산자 김정호, 택리지, 백산 안희제, 호국불교, 한옥, 베트남의 김영건, 인도네시아의 양칠성에도 ‘부끄럽다’며 눈을 감자고 하지 않을까? 아니 우리나라를 미국의 한낱 주로 삼자고 깃발을 들지도 모른다. 벌써 3·1운동을 폄하한 저들이기에.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민족이 전통문화와 역사 속에서 외세와 저항하고 질곡을 두들겨 부수면서 우리에게 전해준 민족정체성이란 선물이 있다. 역사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나와 찬란한 문화를 민족이 공유한 생명력! 그 생명력을 뉴라이트 네오 친일세력을 정의롭게 청산하는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 역사를 동화에게 들려주고 민요로 살아있는 우리그림을 그리면서…. 민들레가 홀씨를 퍼뜨려 잎과 줄기에서 흰 젖을 뿜고 하양·노랑꽃을 피우듯 역사의 진실을 널리 퍼뜨리는 즐거운 책무로 평화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 아닌가!






[평화뉴스 미디어창 237]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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