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만으로 수 천개의 인터넷신문을 '등록취소' 대상으로 몰아넣은 신문법에 대해 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정진후(정의당) 의원은 12월 21일 인터넷신문의 등록기준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배재정·유기홍·유은혜 의원과 정의당 김제남·박원석·서기호·심상정·정진후 의원, 무소속 박주선 의원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공동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 신문법이 주간신문이나 일간신문과 달리 '인터넷신문'에 대해서만 별도의 '시행령'으로 그 기능(정의)과 등록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점이 '형평성'과 '언론의 자유'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2가지 부분을 삭제하도록 했다.
먼저 신문법 제2조(정의) 제2호에서 인터넷신문에 대해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했다. 또 신문법 제9조(등록) 제1항에서 인터넷신문 등의 등록기준과 방법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라고 규정된 부분도 삭제했다. 즉,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인터넷신문의 등록기준을 '시행령'으로 규제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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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진후 의원은 "현행 신문법이 일간신문이나 주간신문과 달리 인터넷신문에 대해서만 별도의 대통령령으로 그 기능과 등록기준을 정하고 있어 매체간 형평성에 어긋나며, 신문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문 등의 발행의 자유와 독립 및 그 기능을 보장(제1조)'하는 신문법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21일 밝혔다.
또한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가운데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별도로 정하게 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제21조)를 훼손할 수 있으며 관련 인터넷신문사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신문법 개정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21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11월 19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 개정 시행령은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해, 기존 3명이던 '취재ㆍ편집 인력'을 5명(취재기자 3인이상)으로 늘리고 이들의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국민연금 등의 가입증명서)를 해당 시.도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등록할 수 없고, 이미 운영중인 곳은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1월 18일까지 개정된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서류를 시.도에 제출해 다시 등록해야 한다.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등록이 취소된다.
이 같은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국 인터넷신문 수 천여 곳이 '등록취소'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고용인원이 5명 미만인 인터넷신문은 38.7%로, 전국 6천개 가량의 인터넷신문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천3백여 곳이 등록취소 대상에 오른다. 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1,776곳 중 매출 1억원 미만이 1,511개, 85.1%며 인터넷신문 평균 기자 수는 4.5명이었다. 기자 5명의 상시고용에 필요한 예산은 최소 임금과 운영비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1억원에 이른다. 결국, 현재 인터넷신문의 평균 기자 수와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대략 2천~5천개의 인터넷신문이 '등록취소' 대상인 셈이다.
때문에 전국 언론·시민단체 등은 이 개정 시행령을 '언론통제'라고 반발하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정의당 언론개혁단, 20여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인터넷신문 등록규제 반대 대구경북언론시민단체대책위원회(대구대책위)'는 12월 28일 이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낸다. 헌법소원에는 인터넷신문사 발행인과 종사자, 독자, 신규 인터넷신문 창업 준비자 등 30여명이 청구인단으로 참여할 예정이며, 법적 절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회'가 맡고 있다.
앞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11월 16일 성명에서 "정부가 개정 신문법 시행령을 강행함으로써 한국은 인터넷언론 통제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언론사 등록 및 발행을 인원수로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7개 언론단체도 10월 19일 성명에서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개정안은 21세기형 언론통제"라며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이 언론사에 대한 정부 인허가를 무기 삼아 언론을 통제한 것과 흡사하다"고 반발했다. 대구대책위도 10월 28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행령은 법적으로 따질 가치도 없다"며 "시행령 철회"를 촉구했으며, 12월 15일에는 이 신문법 시행령의 문제를 다루는 전국 토론회를 대구에서 열기도 했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도 12월 21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개정 시행령은 인터넷 공론장에 대한 정부의 '긴급조치 1호'"라며 "4인이면 사이비, 5인이면 언론이라는, 세계의 유래 없는 기준을 내세워 사실상 폐간을 종용하는 언론학살극이 국무회의라는 행정기구의 의결만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는 언론기사의 품질을 재고하겠다며 이 시행령을 밀어붙였지만, 이는 언론을 정부의 산하기관쯤으로 여기는 독재적 세계관의 발로와 다름없다"면서 "최근 국민으로부터 규탄을 받고 있는 어뷰징, 유사언론행위, 선정보도 등은 오히려 5인을 훨씬 넘어서는 대형언론사들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도 한 언론의 존치는 독자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판단되는 것이지, 감시의 대상인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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