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찾은 더민주 의원들 "늦어 죄송, 사드반대 당론 채택할 것"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8.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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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표창원 등 7명, 주민 면담 후 촛불집회도 "당내 사드반대 더 많다, 청문회·특위 약속"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민심이 들끓는 경북 성주군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태 발생 후 20여일만에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이마저도 당차원이 아닌 의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비난을 샀다.

이미 새누리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사드 관련 찬반 당론을 정하고 당차원에서 성주를 다녀갔지만 더민주당은 당론도 없이 방관해 비난을 사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가장 늦은 제1야당의 방문에도 환영을 보내며 앞으로 당대표가 바뀐 이후에는 '사드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성주를 방문했다.(2016.8.3. 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성주를 방문했다.(2016.8.3. 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민주당 소속 표창원, 손혜원, 박주민, 김현권, 소병훈, 이상민 의원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 조기석 대구시당위원장,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 등 9명은 3일 성주를 찾았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공동위원장 이재복 백철현 정영길 김안수)'와 함께 성산포대를 방문한 뒤 군청 대강당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군청을 찾은 이들은 군청 주차장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고 육하원칙으로 답해달라', '우리는 한반도 사드반대, 야당 느그들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주민들을 먼저 만났다. 주민들은 성주를 방문한 제1야당을 환영하면서도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 더민주당을 질책했다.

"열심히 말고, 육하원칙으로 답해달라"는 피켓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열심히 말고, 육하원칙으로 답해달라"는 피켓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민주 의원들을 환영하는 주민들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민주 의원들을 환영하는 주민들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주민들은 "사드배치 반대 당론채택"과 "청문회 개최, 특위 구성 등 국회차원에서 대응"을 촉구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김현권(비례대표) 의원은 "모두 개별 자격으로 왔지만 조만간 의원총회를 거쳐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며 "이미 당내 여론은 반대가 더 높다. 믿어달라"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현 지도부는 외연확장을 위해 외부에서 모신 비대위 체제"라며 "정권 교체를 목표로  과거 위축됐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던 당을 바꾸려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당론이 통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종북,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의식해 더민주당은 겁쟁이가 됐다"며 "당내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달라진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한정 의원도 "진작 왔어야 되는데 여러 사정 때문에 오늘 늦게 왔다"며 "22일째 고통 이기며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또 "여기 온 국회의원 모두 사드배치 결정을 부당하다 생각하고 성주를 희생 삼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 오지 않은 의원들도 서울집회에 참석하고 국회에서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조만간 당론을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더민주 의원들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더민주 의원들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민주 의원들은 당론 채택 약속과 함께 성주 주민들을 응원했다. 손혜원 의원은 "곳곳에 걸린 현수막들은 주민들의 절실한 외침이 담겼다"며 "용기 잃지 않고 힘을 모아주시면 더민주당이 돕겠다"고 했다.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도 "성주서 시작한 싸움에 국민과 야당, 중국 등 해외에서도 나서고 있다. 충분히 승산있는 싸움 "이라며 "정부와 언론의 예상을 깨고 성주 주민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소병훈 의원은 "사드배치는 NSC회의에서 논의된 것이 아닌 대통령에 의해 결정됐다.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된 국가 안보는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다"며 "야당이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청문회하면 무슨 소용인가. 백지화부터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항곤 성주군수는 "방문을 환영하면서도 당 지도부와 같이 오지 않아서 아쉽다"면서 "눈도장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회 차원에서 졸속행정을 벌인 국방부를 청문회에 불러 질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군수는 "작은 군에서도 집행부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의원들이 지적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국가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보다 강하게 질타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 수 있게 국회청문회와 특위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약자들 편에 섰기 때문에 그동안 더민주당이 있어 왔지만 내년 대권 때문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군민들은 86%의 지지를 보인 새누리당을 버렸다. 성주를 적극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민주당을 환영, 질책하는 피켓을 든 성주 주민들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민주당을 환영, 질책하는 피켓을 든 성주 주민들 (2016.8.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더민주당은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사드배치 결정 후 군사적 실효성, 경제 피해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당 내 사드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일찌감치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 정의당과는 달리 더민주당은 '전략적 모호성'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오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추미애, 김상곤, 송영길, 이종걸 의원 등 4명 모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당론을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더민주 의원들은 간담회 직후 저녁 6시부터 성주농업인회관에서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대표 김찬수)'와 면담을 갖고 성주군청 앞 마당에서 저녁 8시 열린 사드반대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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