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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0월항쟁 70년..."숨죽여 기억한 역사의 진실을"
대구에서 시민추모제·문학제, 전국 노동자대회..."항쟁의 역사, 교과서에 바로 쓰이는 그날까지"
2016년 10월 01일 (토) 23:15:09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pnnews@pn.or.kr

1946년 대구에서 시작된 '10월항쟁' 70년을 맞아 유족과 시민사회가 추모제를 열고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또 전국의 노동자들이 항쟁 정신계승을 위한 집회를 대구에서 열었다.

10월항쟁유족회, 10월문학회,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등 지역 31개 단체가 참여하는 '10월항쟁70년행사위원회(공동대표 채영희, 권택흥)'는 1일 2.28기념공원에서 시민추모제와 10월문학제를 열었다. 유족을 비롯해 대구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추모제는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 추모제 참석자들을 대표해 10월항쟁 희생자에 대한 분향과 묵념을 하고 있다(2016.10.1.2.28기념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추모제는 채영희 10월유족회장, 권택흥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 정대호 대구경북작가회의 시월문학제위원장 등 세 명의 희생자 분향으로 시작됐다. 당시 항쟁에 참여했다가 보도연맹원으로 몰려 희생된 채병기씨의 딸인 채영희 회장은 '희생자'라고 쓰인 영정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유족들은 연좌제에 묶여 제대로 추모하지 못한 채 엎드려 살아왔다"며 "이제 자식들마저도 한사람씩 이승과 이별하고 있다. 바르지 못한 역사를 청산해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쩔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등의 말을 쉽게 해선 안 된다"며 "항쟁의 역사가 교과서에 바로 쓰이는 그날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10월항쟁에 대한 연극 '밥꽃'을 선보이고 있는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연극 '밥꽃'에서 유족들이 희생자에 대한 제를 지내고 있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묵념 후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가 해방 후 상황과 항쟁의 과정, 유족들의 모습을 담은 연극 '밥꽃'을 선보였다. 연극에서 민중들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 소식을 듣고 농지분배, 친일경찰 청산, 주권국가 등을 꿈꿨지만 다시 미군정 통치아래 놓이면서 절망에 빠졌다. 특히 미군정의 쌀 공출량 증가로 배급이 줄게 되고, 콜레라가 창궐해 대구로 오고가는 길이 막히게 되자 민중들은 분노했다.

이에 철도, 우편, 공장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고, 민중들은 쌀을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구에서 시작된 시위는 전국으로 퍼졌다. 많은 이들이 단순가담을 이유로 형무소에 수감됐고, 수감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감형과 식량을 위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 이승만 정권은 적군에 투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무참히 사살했다. 이후 남은 유족들은 수십년동안 숨어서 희생자들에 대한 제를 지내고 있다.

   
▲ (왼쪽부터)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과 이하석 시인이 10월항쟁 70년 추모제와 문학제에서 발언하고 있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현순 '도도'대표는 "끝나지 않은 10월과 한국전쟁 전후 국가폭력에 희생된 민중들의 삶과 유족들의 아픔을 담았다"며 "민중들의 항쟁이나 저항이 시작되는 근본적 계기는 생존권이다. 쌀을 달라고 요구했던 항쟁의 시작을 형상화한 것이 밥꽃"이라고 설명했다.

추모제 후 2부 행사로 열린 문학제에서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광주, 목포, 남양주 등 전국의 시인들이 10월항쟁에 대해 쓴 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자작시 '나는 기억한다'를 통해 문학제를 연 이하석씨는 "70년이 됐음에도 그날의 죽음은 여전히 유족과 우리에게 되새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 10월항쟁에 대한 증언영상을 보고 있는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2016.10.1.삼덕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노동자 5천여명이 대구시내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앞서 오후 2시 삼덕네거리에서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민주노총 10개 지역본부가 9월총파업과 10월항쟁 정신계승을 위한 '10.1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영호남, 충남, 제주지역 노동자 5,0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는 서울 대학로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살인정권 퇴진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10월정신 계승해 민중생존권 지켜내자", "국가폭력 책임자처벌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10월항쟁 증언영상을 보고 고희림 10월문학회 대표의 시 낭송을 듣기도 했다. 집회 후에는 10월항쟁 유적지인 대구중부경찰서(당시 대구경찰서), 대구시민회관(대구부청)를 거쳐 대구역까지 행진했다.

   
▲ 영호남, 제주, 충남지역 노동자들이 9월총파업과 10월항쟁 정신계승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살인정권 퇴진하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9월총파업과 10월항쟁은 노동자의 요구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열망한 민중들이 연대해 일구어낸 위대한 항쟁"이라며 "7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살아있는 역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자 민중을 짓밟은 세력은 청산되지 않은 채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며 "항쟁의 정신을 계승해 친일독재 정권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박근혜 정권 아래 노동자, 민중의 삶은 파탄났고,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유린당했다"면서 "2천만 노동자들이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심정으로 70년 만에 대구에 모였다"고 말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의 형편은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없다. 여전히 자본과 권력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며 "9월 총파업과 10월항쟁의 정신을 민주노총이 계승해 부당한 권력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 밴드 '찰리키튼'이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대구춤판'이 10월항쟁을 해석한 춤을 추고있다(2016.10.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역의 예술단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10월항쟁을 재해석한다. 독립출판물 서점 더폴락, 인디밴드 찰리키튼 등 7팀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팀 '10월의 마지막밤'과 (사)대구민예총은 10월항쟁을 춤과 노래공연, 작품전시와 같은 방법으로 오오극장, 서문시장 등 대구 전역에서 선보인다. 10월 1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와 시민문화제에 인디밴드 찰리키튼과 대구춤판이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한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10월항쟁을 "해방 직후 미군정이 친일 관리를 고용하고 토지개혁을 지연하며 식량 공출을 강압적으로 시행하는 것 등에 대해 불만을 갖고 경찰과 행정당국에 맞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민간 희생자들에 대해 ▷위령추모사업 지원 ▷가족관계기록부 정정 ▷역사기록 수정 등재 ▷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도 지난 8월 26일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만 60명이며, 사망자 수를 추정하면 대구, 칠곡, 영천, 경주지역에만 수 백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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