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친일, 박정희 독재 미화 시도...즉각 폐기해야" / 교육부 28일 공개·내년 1월 완성본 발간 예정
교육부가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8일 국정교과서 웹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구 시민사회단체가 "국정화정책 전면 폐기"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대구네트워크'와 지역 80개 시민사회, 정당으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대구비상시국회의'는 22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권력이 역사를 사유화하는 정책"이라며 "28일 예정된 웹 공개를 철회하고 국정화정책을 전면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정화를 추진해온 청와대 핵심참모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인물"이라며 "국정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또 "대다수 국민들이 집필진과 과정 모두 비공개로 일관해 온 국정교과서를 반대해왔다"면서 "국정화정책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독재국가에서만 발행하는 국정교과서 체제는 정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권과 이에 동조하는 공무원, 학자들 또한 잘못된 정권의 부역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12일 백만의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명령했다. 그동안 추진됐던 잘못된 정책 역시 국민들이 거부했다"며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에 따르면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2종 전체본이 오는 28일 웹을 통해 공개된다. 이후 교육부는 한달 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중으로 완성본을 발간해 같은해 3월 정규 수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의사를 밝힌지 1년여만에 국정교과서가 공개되는 셈이다.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해야 하는 정부는 국정교과서로 아이들의 정신을 지배하려 한다"며 "국정화교과서는 박근혜 정권 권력사유화 농단"이라고 말했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도 "국정교과서는 이승만 정권의 친일.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하려는 시도"라며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에게 왜곡된 역사를 강요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경아 대구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사는 "교육부가 추진한다면 2017년부터 정규수업에 쓰이는 교과서는 1종뿐"이라며 "아직 교육부로부터 받은 지침이나 공문은 없다"고 밝혔다. 박희동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장학관은 "구체적인 내용은 28일 공개된다. 다른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정부의 국정화 강행에 22일 전국 102개 대학 561명의 역사학자·교수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서신을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서와 함께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보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북대·영남대·대구대 등 8개 학교 3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국정화는 당초 교육부 방침이 아닌 청와대 극소수 정치세력의 일방적 결정이었다"며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그들이 이 혼란을 초래했다. 이들의 결정을 지켜나가는 것이 교육당국의 업무가 돼선 안 된다.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고 전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님께
교육정책을 주관하는 장관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전국 102개 대학의 561명 역사・역사교육 교수들은 2016년 11월 15일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일을 제안하고 추진한 교수들은 성명서에 담은 뜻을 장관님께 제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성명서와 참여자 명단을 장관님께 보내오니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정책 결정과 수행에 반영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당초부터 교육부 자체의 방침이 아니라 청와대 및 극소수 정치세력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 세력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하여 작금의 혼란을 초래한 주역입니다. 이들의 결정과 지시를 묵수(墨守)하는 것이 교육 당국의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향후 벌어질 사회적 혼란과 교육의 파행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제작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것이 학계와 교육계는 물론, 절대 다수 국민의 요구입니다.
2016년 11월 22일
(성명서)
유사 이래 최대 인파의 함성에서 확인되듯이 국민의 명령은 내려졌다. 역사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무도한 세력이 헌정을 유린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정부 시스템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 폐허에 가득한 허위와 기만, 그리고 부패와 폭력 사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한다. 특정 정권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만든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 그 자체가 오랜 세월 시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 그리고 상식 있는 시민들이 그동안 수없이 외쳐 온 그 자명한 사실을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국정화의 과정 또한 민주주의와 교육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였다. 2013년, 정부와 여당은 친일과 독재를 두둔하고 수많은 오류로 점철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라고 관권을 동원해 교육현장을 다그쳤다. 그런데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거부당하자 그들은 느닷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다.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혼이 비정상’이라느니 ‘책의 전체 기운’이 어떠니 하는 대통령의 무분별과 ‘대한민국 국사학자의 90퍼센트가 좌파’라는 여당 지도부의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실행해서도 안 되고 실행될 수도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권력의 주문에 따라 온갖 무리와 편법을 거듭해가며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진하였고,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아 달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려 한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 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였다. 교육부는 11월 28일로 계획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공개를 취소하라. 새 교과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과도적 조치로 현재 사용되는 검정교과서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역사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반대를 억누른 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자의적으로 작성한 2011년 이전으로 돌아가서 역사과 교육과정을 새로 구성하게 하라. 이와 같이 정당하고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데도 시간이나 절차를 핑계로 국정화를 고집한다면 교육부는 시민과 역사 앞에서 존재근거를 부정당할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처음부터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된 것임은 당시 교육부 장관이 공언한 바와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정화 문제의 해결을 애써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교사 및 시민들과 더불어 국정교과서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즉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선언하고 그에 따른 법률적・행정적 후속조치를 마련하라. 국정교과서 제작에 앞장선 역사학자와 역사교육자들, 관련 기관들은 자신들이 오늘날 국가적 혼란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전문가 본연의 위치로 돌아올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라. 전국 102개 대학의 561명 역사・역사교육 교수들은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역사학계 사상 최대의 일치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의 요구
하나. 교육부장관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11월 28일로 계획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라! 하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추진한 당국자와 정치세력은 반민주주의적 정책을 강행하여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데 대해 사죄하라! 하나. 새로운 역사과 교육과정의 구성과 자유로운 교과서의 집필을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에게 일임하라!